김대중 <토머스 모어>전 대통령을 그리며.
오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토마스 모어>를 위한 연미사가 있었습니다. 미사를 집전 하는 신부님의 간절한 기도에는 모든 이들의 기원이 담겨있었습니다.
잠시 묵상 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71년 봄. 제 7대 대통령 후보 선거유세를 효창공원에서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연설을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시간 가까이 막힘 없는 언어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쏙 빼앗았습니다. 그의 유창한 발언이 나올 때 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으며, 강연 듣는 이들은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그 후 서울 시내 유세장마다 찾아다니며 듣곤 하였습니다.
73년 8월8일,
청평 부근에서 군 복무시절 하계휴가 중에 도쿄납치 사건을 라디오를 통해서 듣게 되었지요. 그때 우리는 그 사건으로 하계 휴가가 취소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97년 9월6일<토>,
제 15대 대통령 후보시절 황지성당을 방문한 역사적 일이 있었지요. 그날 오전에 정선지역을 방문하고 오후 황지연못옆 현 메르디앙 호텔 2층에 주민 간담회에서 전날 대통령 후보 TV 촬영으로 인해 목소리가 쉰듯 했지만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황지성당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서울의 일정이 급하여 강릉공항으로 가야한다는 이상수의원의 말 때문에 일정이 취소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지방신문의 정연수 기자(현 강릉대학교 강사)가 민주화성지와 같은 황지성당을 방문하지 않으면 태백에서의 방문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반 협박과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차를 막아선 끈질김으로 황지성당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성당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대통령 후보) 성의에 보답하기 위하여 박용식 주임신부님과 석재준 사도회장, 유병문 총무부장이 성당 뜰 앞까지 나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당시 강원도의 인연, 특히 태백지역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고 활로를 함께 찾아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자신의 민주화 투쟁사와 황지성당의 지난날 민주화 투쟁사가 일치하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황지성당 40년사 80쪽 )
김대중 대통령 후보는 황지성당을 방문한 며칠 후 치른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민주화의 기치를 높였던 황지성당이 민주인사의 당선을 돕는 성과를 갖게된 것입니다.
2000년 6월15일,
평양을 방문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과 6.15 선언에 서명하는 모습을 해외 여행 중 긴급 뉴스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느님이 오늘 평화의 큰 머슴으로 쓸려고 지금까지 고통과 시련 속에 그를 남겨 두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8월18일,
고난의 삶이었지만 위대한 삶을 살다가 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서거 하셨다는 속보를 들으면서 온몸이 떨렸습니다. 이 전율 속에는 큰 슬픔이 한없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인동초의 삶을 사시다가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신 김대중 전 대통령, 원수에게도 화해를 청하고, 원수마저 사랑하던 김대중 (토마스 모어)를 잃은 슬픔은 더없이 큽니다. 다만,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빕니다.
2009 . 8. 23. 석재준 (프란치스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