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악 중에 이사를 하게 됐다. 그야말로 가악 중에….
갑진년 용의 해 첫날이었다. 아파트관리실에서 인터폰 연락이 왔다.
아랫집에 누수가 심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전갈이었다.
얼른 집사람과 함께 아래층 집으로 가보았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물통을 갖다놓고 받고 있었다. 큰방, 작은 방 거실 등등….
작년에도 누수 때문에 부분공사를 한 적은 있었는데,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 것 같았다. 아랫집 분들께 송구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일단 정면 돌파를 작정했다.
정면 돌파….
처음에는 엄두가 잘 나지 않았으나 마음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편했다.
업체를 선정하는 동안 난방수를 잠그고 열흘 정도 냉방에서 떨어야 했다.
이삼일은 견딜 만 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방바닥은 얼음장으로 변해갔다.
양말을 신고 내복을 입고 전기 매트까지 동원해도 춥다.
자고나면 머리가 띵하고 몸이 무거웠다. 그동안 따뜻하기만 했던 날씨가
왜 갑자기 추워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온 식구가 극기 훈련을 톡톡히 하였다. 평소에 추위에 약한
아내가 가장 힘들어 했다.
정면 돌파 작전은 오히려 탄력이 붙었다. 업체 선정을 위해 견적서를
두서너 곳에서 받았고 가격조건과 비용문제도 꼼꼼히 따져보았다.
처음에는 배관공사만 하기로 하였으나 인테리어 업자의 꾐(?)에 빠져
하나둘씩 추가로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었다. 인테리어가 끝난 집 사진을
보여주며 꾀니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에이, 이왕 하는 거”하며
추가하고 또 추가하고 만다.
이사 갈 곳을 정하는 것이 보통문제가 아니었다. 공사기간이 한두 달 정도
이므로 이른바 ‘단기임대’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잘 없다.
인터넷을 훑어보고 부동산도 여러 곳에 탐문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 집 이사 올 때 소개해 줬던 부동산중개소 사장이 해결해 주었다.
사는 집에서도 가까우면서 원룸이지만 거실이 딸린 오피스텔이다.
딸아이와 세 식구가 살기에는 비좁겠지만 그걸 저울질할 게제가 아니었다.
즉석에서 계약금을 주고 이사 날짜까지 정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순서는 이사 날짜를 정하는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비교적 싼 가격으로 용역을 해 주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짐을 포장이사로 보내고 우리가 잠시 기거할 곳에도
필수적인 취사도구 등은 가져가야 하니 같은 날 두 곳으로 이사하는 셈이다.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우선 필수적인 가재도구들을 임시 기거할 곳으로
조금씩 옮겨 놓았다. 그것도 마침 그 집이 공실이었던 관계로 훨씬 쉽게 일이
풀려 나간 셈이다.
대강 이렇게 진행하면서도 이 모든 일들이 누수 문제가 발생한 날로부터
삼주 만에 밀어부친 셈이다. 오늘 이사를 끝내고 콧구멍만한 새 보금자리에
앉아 이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번갯불에 콩 튀듯이 가악 중에 해치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콩 튀듯이 일을 몰아붙이는 것이 내 스타일인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집사람도 ‘삼사월 날씨 좋아지면 하자’고 하였지만
내 판단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되었다. 왜냐면 그때는 업체 선정도 이삿짐
구하기도 이사 갈 곳 정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그보다도 아래층 집에 더 이상 미안해서 안 될 일이었다.
가악 중에 정면 돌파랍시고 겁도 없이 추진하였지만, 조금만 고생하면 새집
같은 우리 집으로 컴백할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
늦어도 삼월 말이면 새집으로 간다.
첫댓글 집들이 운제 하요?
가악중에 고생 많았네요.
더군다나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잘 참았다가 새집으로 이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설 명절 잘 보내세요. ㅎ
엄동설한에 큰 욕 봤네요.
좋은 날 있겠지요.
건강 하이소.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욕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