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성향에 대한 번민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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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들 문제로 나를 찾아왔는데, 아들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도 그 어머니는 안도하는 기색 없이 여전히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의아해하자, 그녀는 나를 빤히 응시하기나 할 뿐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그녀가 꺼낸 이야기는 남편의 태도에 관한 거였다. 아직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명절이 다가오면서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심란하단다. 그녀가 토로한 내용은 듣고 보니 그녀가 주저할 만큼 무거운 거였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민낯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남동생이 유학하면서 배우자감으로 데리고 온 사람은 발랄한 여성이란다. 부모가 그 여성을 그리 탐탁지 않아 했어도 자기가 나서서 남동생 편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자기는 그 여성의 옷차림에서 멋을 느꼈고 나름 동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연유로 동생네 부부는 시누이인 자기네 부부와 가깝게 지내는 편이란다.
그런데 어느 날 올케가 된 그 여성과 자기 남편의 시선에서 불꽃이 이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철렁하면서 그때부터 온갖 망념에 시달렸는데, 그런 해괴한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겠느냐고 했다. 남편에게 뭐라고 하면 생사람 잡는다고 난리를 칠 것이고, 남동생에게도 그런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에 나도 철렁하는 마음을 금하기 어려워 잠자코 듣기나 하였다. 그 부인은 이어 말하기를, 자기가 취한 조처는 그들이 접촉하는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가족관계에 놓인 사람들이므로 번번이 피하기는 어렵단다. 특히 명절 때 친정에서 마주치게 될까 봐 미리 알아보고, 동생네 부부가 다녀가고 난 다음 방문하는 식으로 지낸다고 했다.
혹시 남편이 예전에 외도한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그 부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남편은 성실한 사람으로 무난한 편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느끼는 것은 그의 억제된 본능에 불이 붙으면 좀처럼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다. 비교적 잘 통제하고는 있지만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편이란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에 어떤 유명한 스님께서 남근이 한 개였기에 망정이지 두 개였으면 출가 생활을 못 했을 거라고 하신 말씀을 떠올렸다. 그만큼 성욕은 갈망의 끝판왕으로 한 번 도지면 제어하기 어렵단다. 그런 까닭에 출가한 비구들은 다소 미흡하더라도 재가 신자들보다 높게 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회의 근원인 탐욕 자체를 여의고자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이들이기 때문이란다.
세속에서 생활하는 우리 일반인들은 상황에 따라 욕구를 채우기도 하고 절제도 해야 하니, 외줄을 타듯 살아가는 존재들이지 싶다. 뚝 끊어내듯 멀리할 수도 없고, 자칫 방심했다가는 망신살이 뻗치기 일쑤다. 특히 그 부인의 우려가 현실화하면 그야말로 생피로 온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 게 아닌가.
무거운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그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녀는 어느 대목에 이르러 남자의 동물적인 근성이 징그럽다며 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힘겨워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남자를 동물로 취급하는 거는 곤란하다고 여긴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만 그런 것도 아닐 텐데요.”
“그래도 주로 남자가 주도해 사고를 내잖아요.”
약 오른 나머지 남자 전체를 매도하는 거라 여기고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남편이 가족의 일원에게 야릇한 시선을 주는 게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지 아느냐며 울부짖듯 소리쳤다. 그동안 눌렀던 분노와 불안이 일시에 터트려지는 것 같았다.
다음 상담 시간에 그 부인이 왔을 때 저번 상담을 마치고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더니, 명절을 지나고 나서는 많이 편안해졌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명절을 앞두고 동생네 부부와 마주치게 될까 봐 극도로 예민했었는데, 막상 추석을 쇠고 나니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나는 세 아이를 둔 어머니인 그녀를 그런 긴장 속에 계속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지각이 얼마나 명확한지에 역점을 두고, 무엇을 근거로 남편을 의심하게 되었느냐고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이런저런 상황을 상세히 말하는데, 아무리 들어봐도 명확한 근거가 아니라 여자로서 갖는 직감, 즉 주관적인 느낌으로 좌지우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저번에도 ‘남편에게 뭐라고 하면 생사람 잡는다고 난리 칠 것이고….’ 하는 말을 했었던 게 아닐까 했다.
아무튼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관계에서 그런 의심을 하며 살 수는 없다고 여긴 나는 그 부인에게 강경하게 말했다.
“본인의 지각이 맞는다고 확신하면, 남편에게 분명하게 경고하세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때는 가족관계가 다 파괴될 게 뻔하니까 주저할 일이 아니지요.”
“실제로 무슨 일이 터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말해요?”
“그래요! 실제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함부로 사람을 의심하지요? 누가 들으면 당신이 의부증에 걸렸다고 하겠어요.”
“.....”
이렇게 대꾸하지 못하는 부인에게 나는 틈을 주지 않고 함부로 사람을 의심하는 게 얼마나 큰 죄를 범하는 것인 줄 아느냐며 쏘아붙이듯 말했다. 불명확한 지각에 기초해 그녀가 희한한 소설을 쓴다는 식으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특히 내담자가 명확하지 않은 사안으로 괴로워할 때는 상담자가 그렇게 해주는 게 내담자를 돕는 것이라고 여겼던 까닭이다.
잠시 내게 밀렸던 그녀는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제어하기 어려웠는지, 호시탐탐 성(性)에 목을 매는 남자들이 동물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남자를 비하적으로 혹평하는 것을 그냥 넘길까 하다가 아무래도 한 번쯤은 쐐기를 박는 게 나을 듯싶었다.
“언제 어디서고 예뻐지는 거라면 물불을 못 가리는 여자는 괜찮고요?”
“아, 그런 건 여자의 속성 아닌가요?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요.”
“글쎄, 모든 게 종족 번식을 위한 역할 분담으로 수컷은 기회만 있으면 정자를 뿌리려 하고, 암컷은 고혹적인 자태로 시선을 끌려 한다지 않아요?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
그 후 몇 차례 더 만나는 동안 그녀는 남자들에 대해 비하하는 발언을 삼갔다. 남자가 성에 약하다면 여자는 사치에 대해 약한 면이 있는 듯하다며, 남녀가 서로 다른 취약성을 지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튼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남을 의심하는 것은 죄짓는 일이고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질타했기 때문인지, 그녀는 남편의 눈빛에 대해 더는 말하지 않았다. 미심쩍어하는 게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 참는 듯했다.
이러한 상담을 끝맺으며 나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사실인 것과 주관적인 느낌을 다부지게 분질러주지 못했던 것을 반성했다. 그랬더라면 좀 더 모호한 상태에서 고심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빨리 안정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했다.
나아가 내담자가 불명확한 것으로 불안을 토로할 때, 상담자는 짐짓 일부러라도 대차게 부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상담자의 본분이 하루빨리 내담자가 안정하도록 돕는 것이니만큼 그렇게 해주는 것이 모호함 속에서 번민하는 시간이나 에너지 낭비를 줄여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내담자가 명확한 근거 위에서 번민한다면, 그럴 때는 분명하게 해결방안을 찾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긴다.
첫댓글 남편과 올케가 이상한 사이??
참,, 신경쓰이겠네요...
이간질 하는 사이? 관계도 봤네요..
질투 감정?
어떻게 될지요??
상담사례.
감사해요..**^^
부디 평안한 가정되기를 기원합니다...
한 평생 무탈하게 산다는 게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조심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