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泰風)’에 위협받는 한국 여자골프
‘태풍(泰風)’에 한국 여자골프가 흔들리고 있다.
예견된 태풍이었지만 너무 빨랐다. 그리고 거세다.
지난 2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갈곰의 갈곰GC(파73)에서 끝난 LPGA투어 ISPS 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운정(30)이 최종합계 12언더파 279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3명의 공동선두에 1타 뒤진 4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운정은 2015년 마라톤 클래식 제패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공동 5위에 만족해야 했다.
13언더파로 4라운드 챔피언조로 출발한 미국의 제니퍼 컵초(24), 엠마 탤리(27), 태국의 파자리 아난나루칸(22)이 17번 홀까지 3타씩을 줄이며 각축전을 벌였다.
18번 홀(파5)에서 컵초가 세 번째 샷을 연못으로 날려 먼저 경쟁에서 탈락하고 3언더파를 친 엠마 탤리와 아난나루칸이 연장전에 나섰다.
두 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지킨 아난나루칸이 보기를 한 탤리를 제치고 LPGA투어 데뷔 3년째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태국 선수로는 통산 다섯 번째 LPGA투어 우승자다.
직전 대회인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5타 차 단독선두로 나가다 호주교포 이민지(25)와의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한 이정은6(25)는 컷 탈락했고 곽민서(31)가 공동 17위에 올랐다.
2020 도쿄 올림픽 골프대회에 대비하느라 한국의 톱랭커들이 대거 불참했지만 태국의 거센 돌풍을 실감케 한다.
올 시즌 20개 대회를 치른 결과 미국이 6승, 태국이 5승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3승으로 쳐져 있다.
한국이 과점(寡占)하고 있던 자리에 눈 깜짝할 사이 태국이 들어선 것이다. 태국 선수들이 한국선수들을 추월하는 모습이 마치 쇼트트랙 경기를 보는 듯하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뛸 수 있는 선수 184명 중 한국선수는 23명으로 미국(72명) 다음으로 많다.
올 시즌 출전권을 가진 선수가 10명에 불과한 태국이 승수에서 한국을 앞질렀다는 것은 그만큼 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리아 주타누간(25), 모리아 주타누간(27) 자매는 물론 패티 타바타나킷(21) 파자리 아난나루칸, 아타야 티티쿨(18), 위차니 미차이(28), 재스민 수와나푸라(29) 등 한국선수들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국선수들이 점령하던 리더보드 상단을 서서히 태국 선수들로 대체되고 있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수에서도 조만간 한국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타누간 자매의 성공적인 LPGA투어 진입을 계기로 골프 꿈나무들이 급증하면서 태국의 여자골프 자원이 우리나라 못지않게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킨 패티 타바타나킷 같은 대형 선수가 속속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시대가 이대로 저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