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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례(기사) 스크랩 [자기주도학습] 우리 자녀 공부 잘하게 하는 방법
컴친구 추천 0 조회 678 08.03.21 11:40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 자녀 공부 잘 하게 하는 방법


전라북도부안교육청 학무과장

김 도 중

midway53@hanmail.net


Ⅰ. 들어가며


  ‘우리 아이가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곧 잘 했는데......’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 가운데 하나가 자녀의 성적 하락이다. 중학생 때만 해도 상위권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맥을 못 추는 성적표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성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는 진학이 어렵다.’라는 학원의 ‘위협’(겁주기)을 받으면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외 안 하고 대학 간 사람은 천연기념물이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은 농담이 아니라 우리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천연기념물’이 드물긴 하지만 우리 주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적 향상의 비결은 과외보다 학습태도에 달려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1.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연구 결과가 주는 시사점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서울지역 고교 2년생을 과목별로 약 200명씩 선정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5년간 성적과 과외 여부 및 학습 태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는 과외(선행학습)보다 올바른 학습태도와 학습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통설이 계량적 연구결과로 입증됐다. 또 예습과 복습 등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 성적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태도는 학생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좋음’, ‘보통’, ‘나쁨’ 등 3단계로 분류했다. 연구결과 수학과목의 경우 과외유무와 상관없이 학습태도가 좋은 학생들은 중1때 석차점수가 69.89점에서 고2때 76.13점으로 6.24점 상승했고 보통인 학생들은 3.54점 올랐으나 태도가 나쁜 학생들은 8.69점 하락했다.

  학습태도가 좋은 학생들을 과외 유무로 구분해 성적을 비교한 결과 국어 과목의경우 5년간 과외를 한 학생과 하지 않은 학생들의 성적이 똑같이 2.48점씩 올라 차이가 없었고, 수학은 과외를 한 학생들의 상승폭이 6.23점으로 하지 않은 학생(6.93점)들보다 오히려 작아 과외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학교성적이 상위 20%이내인 학생은 10명중 7명이 평소 학교수업에 열중하고숙제를 잘하는 등 학교 수업태도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위권 학생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거나 예습과 복습을 하는 비율이 높고, 책읽기를 좋아하거나 부모가 자주 서점에 데려가서 책을 사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개발원 김양분 연구위원은 "성적을 올리려면 과외를 하기보다는 학교 수업에 충실하되 암기위주 학습을 지양하고 스스로 이해하고 학습하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례로 서울공대 응용화학부 2학년 안민구(19)씨의 사교육 전력은 고1 때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 과목을 들은 정도다. 그의 학습법은 독특하다.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해설을 열심히 읽는다. “문제는 적게 풀어도 해설을 열심히 읽고 개념이나 원리를 확실히 익혔어요. 흔히 입시가 가까워지면 초조해져서 문제를 많이 풀려고 하는데 나는 그 반대로 했어요.”

  수험생 부모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과외 절대로 시키지 마라’라는 책을 낸 노덕임(여·46·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고 가정 분위기가 아이를 격려하는 쪽이라면 과외 같은 건 필요 없다.”며 “아들이 고1 때 사춘기를 겪으면서 성적이 떨어지자 지방대 가면 된다고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노씨는 현재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에 재학중인 아들 김진영씨와 고등학생인 딸 우주양을 두고 있다.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게 자녀가 부모와 학교공부나 진학, 사회문제, 일상생활 등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할수록 성적도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하는 부모보다 올바른 품성을 갖기를 원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독서, 취미생활, 학원수강 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5년 실시된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한 학생 가운데 초등 6년생 1천192명, 중학 3년생 977명, 고교 1년생 1천3명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 그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학년이나 과목에 상관없이 부모와 학교공부 및 진학에 대해 대화를 거의 매일하는 학생과 전혀 하지 않는 학생 간 과목별 평균점수 차이가 매우 컸다.

  즉, 학생들의 경우 부모와 학교공부를 주제로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학생의 영어 평균점수는 52.5점이었으나 `거의 매일 하는 편'이라는 학생은 78.9점으로 차이가 26.4점이었고 수학 21.8점, 국어 17.7점, 사회 16.6점, 과학 15.5점으로 대화가 많을수록 성적이 좋았다.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보다 올바른 성품을 갖기를 원하는 부모가 자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숙제 방식과 관련해서는 `혼자 한다.'는 학생이 가장 평균점수가 높았고 `하지 않는다.'는 학생이 제일 낮았으며 친구나 형제자매, 부모, 학원. 과외교사가 도와주는 경우에는 평균점수가 들쭉날쭉했지만 엇비슷했다.

  또 TV.비디오 시청, 취미활동, 인터넷 통신, 부모 돕기 시간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초등생의 경우 `하루 1~2시간'이 `전혀 하지 않는다.'보다 약간 높았을 뿐 나머지 학년 등은 시간이 많을수록 성적은 반비례해 떨어졌고 컴퓨터 게임 및 친구와 놀기 등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학생의 성적이 가장 높았다.

  독서는 초등생의 경우 하루 3~4시간, 중․고생은 1~3시간일 때, 숙제는 1주일에 2~10시간일 때가 그 이상이거나 그 이하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과외나 학원수강은 영어. 수학의 경우 투입하는 시간만큼 학업성취도가 높아졌으며 다른 과목은 할애하는 시간과 성적이 일관성이 없었고 오히려 반비례하는 경우도 많았다.


  2. 과외는 효과가 있을까?

     과외의 효과는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진실로 그것을 믿는지 아니면 보도용인지는 모르겠으나 교육부 당국자가 그런 주장을 자주 편다. 특히 최근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공부만 충실히 해도 높은 점수를 얻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과외의 효과가 크지 않다면 수많은 사람이 많은 돈을 써 가며 과외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특히 앞에서 지적한 대로 서울 강남의 고학력·고소득층이 과외를 많이 시킨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이 집단최면이라도 걸렸다는 것일까? 학교공부에 충실하면 고득점에 유리하다고 했는데, 설사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과외선생님이 학교공부를 반복해 가르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학교선생님의 강의를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과외의 효과에 대해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학생이 하려고 하는 의욕이 있을 때만 과외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올바른 공부습관을 들이도록 가르쳐 주는 그런 훌륭한 과외를 시킬 수 있다면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볼 수도 있다.

  과연 과외를 통해 올바른 공부습관을 들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실제로 시중에서 소문난 훌륭한 과외선생님은 바로 이런 공부습관까지 잡아 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학생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올바른 공부습관에 길들일 수 있는 고도로 계산된 과외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 강남의 한 부모가 고교에 막 진학한 자식에게 영어와 수학과외를 시켰다고 한다. 장안에서 소문난 두 선생님이기에 고액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신히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아 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영어의 경우에는 우선 책의 선정부터 특이했다. 앞으로 계속 과외할 것을 예상해서인지 대학입시에 필수적인 고난도의 참고서를 처음부터 선택한 것이다. 보통은 쉬운 참고서에서 시작하여 점차로 난이도를 높여가는 방법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갓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에게 이런 참고서가 무리인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은 참고서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이 참고서 저 참고서를 조금씩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고 2, 3이 된다. 그 결과 핵심참고서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참고서 선정에 있어 우왕좌왕것은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피해야 할 금기사항이며, 대학입시의 경우 참고서는 과목별로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처음부터 고난도의 책을 선정한 과외선생님은 학생이 대학입학시험을 볼 때까지 기본 참고서는 한 권만을 보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그 과외선생님은 오랫동안의 경험을 통해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운 부분은 생략하다가 시간이 지나 반복하면서 완벽하게 그 책을 소화해 내게 하는 방법을 쓰는 것인데, 학생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좋은 공부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수학선생님도 특이했다고 한다. 일단 과외를 시작하면 꽤 오랫동안 하는데, 한 번은 자기 집에서 숙식까지 제공해 23일을 꼬박 수학공부만 시키더라는 것이다. 물론 특별한 부탁을 받았기에 선생님은 가족의 불편을 무릅쓰고서 그토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었을 것이다. 그 오랜 시간동안 강의만 하는 것은 아니고 학생에게 문제를 내 주고 스스로 풀어 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두세 시간 동안 자습도 하게 하는 등 학생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지루하게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단히 훌륭한 교육법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 역시 틈이 있을 때마다 이런 공부방법을 강조한다. 오랫동안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학생이 스스로 심취할 수 있는 전자오락이라면 모를까 재미없게 생각하는 수학공부를 하려면 대부분의 학생이 10분이 안 되어 벌써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게 된다. 이것을 참고 수학에 재미를 붙이면 이 시간이 조금씩 길어져서 두세 시간을 거뜬히 공부할 수 있지만, 그런 훈련을 받지 못하면 고학년이 되어서도 수학공부는 기껏해야 한두 시간하고 말뿐이다. 집중력만 유지된다면 한 과목을 오랫동안 공부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공부는 없다. 앞에서 공부한 것을 잊기 전에 뒷부분을 공부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공부가 되는 데 반해, 오랫동안 공부를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같은 공부를 하게 된다. 이 때에는 이미 앞에 공부한 것을 상당 부분 잊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복습이 필요하게 된다. 오랫동안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러 모로 유리하게 된다.

  공부방법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학생은 30분이 멀다 하고 과목을 바꿔서 공부하는데 이 때의 효율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공부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 과외선생님의 지도하에 학생에게 한 과목을 공부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 종일 학생이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 지도하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최상의 지도방법인 것이다.

  이렇듯 훌륭한 과외선생님을 만난다면 학생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훌륭한 공부방법이 몸에 배게 되고 점차 독자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최상의 선생님은 많지 않다. 자연히 과외비는 매우 비싸지고 일부의 학생만이 혜택을 받게 될 뿐이다.


Ⅱ. 공부 잘하는 아이로 기르기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성적 향상을 위한 올바른 학습태도와 학습전략 및 환경 등을 정리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21세기를 지배한다.’는 책자를 최근 발간했다.

KEDI는 이 책에서 지난해 고교 2년생을 대상으로 중학교부터 5년간의 선행학습 효과를 연구한 결과 “성적 향상의 비결은 자율적인 학습태도와 학습 환경에 있었다.”며 ‘스스로 공부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성적과 과외, 학습태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과외는 학업 성취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의존적 학습태도를 갖게 하는 등 나쁜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는 또 자녀의 공부 습관에 맞는 지도법과 공부 잘 하는 아이로 기르기 위한 부모10계명 등과 다양한 학습지도 요령과 함께 지난해 동아일보 교육팀이 연재한 ‘선행학습’ 시리즈 등 언론보도 내용도 담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기르기 10계명>

  ① 자녀에게 관심을 가져라

  ② 학교교육이 시작돼도 부모 역할이 중요함을 잊지 마라

  ③ 초기 교육이 중요함을 명심하라

  ④ 학교 공부에 모든 것을 맡기지 말라

  ⑤ 공부는 자기절제와 단련이 필요한 것임을 명심하라

  ⑥ 상식을 존중하라

  ⑦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에 충실하라.

  ⑧ TV와 컴퓨터 게임은 좋은 교육에 큰 걸림돌임을 주의하라

  ⑨ 부모가 교육체제를 변화시키는 주인공임을 자각하라

  ⑩ 목표는 높게, 기대는 많이 하라. 그러면 아이들은 성장한다.

 


  1. 지금의 공부 방법은 최선이 아님을 인정하라.

     학생은 자신의 현재 공부방법이 최선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의 고등학생이 수십만 명인데 자신의 공부방법이 최선이라고 장담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설사 현재 최선두에 있는 학생조차도 자신의 공부방법이 최선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 자신보다 공부를 게을리 해서 그렇지 훨씬 더 월등한 공부 방법을 알고 있는 학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두각을 나타내게 될 것이고, 특히 대학에 가서 더욱 빛을 볼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자신의 공부방법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에 할 일은 자명하다. 끊임없이 공부 방법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2. 공부 방법을 연구하라.

     방법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임무가 주어졌을 때 대책도 없이 일을 해 나간다면 그것은 무지렁이나 하는 일이다. 적어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업무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때 일을 시작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면서 입시를 완전하게 장악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이것은 계산상으로 쉽게 나온다. 자신의 공부속도에 의하면 주어진 과목을 얼마나 공부할 수 있을 것인데 그 경우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지 자신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군대생활 중에 축대를 쌓기 위하여 바위를 깨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행정병이어서 빠지려면 빠질 수 있었으나, 보기에 재미도 있을 듯해서 한나절 해 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쌓여 있는 돌무더기 사이를 돌아다니며 큰 바위를 축대 쌓기에 좋을 정도로 작게 깨는 일이었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공병대원은 이런 일에 이골이 난 탓인지 해머를 한 번 힘껏 내리치면 여지없이 바위가 쪼개졌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도 서너 번이면 반드시 쪼개졌다.

  우선 해머를 제대로 높이 들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매일 책상 앞에서 사무만 보다 보니 팔 힘이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보다 키도 작고 호리호리한 공병대원은 전혀 부담 없이 거뜬히 들어올릴 뿐 아니라, 자유자재로 해머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필자는 일단 해머를 드는 것도 힘들을 뿐 아니라 들고 나서도 힘을 쓸 수가 없어 해머를 그저 바위에 미는 식이 되었고 그러니 바위가 깨질 리 없었다. 한참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해머를 드는 데도 요령이 있음을 깨달았다. , 리듬을 타는 것이었다. 처음에 팔 힘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으나 일단 들어올린 후에는 허리로 받쳐 해머를 높이 들 수 있도록 지탱해야 힘이 훨씬 덜 들었다. 해머를 내리칠 때도 자연스레 중력을 이용하여 떨어지게 하고 팔은 그저 따라 가니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나의 공부 방법은 색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친구와 함께 논의하고 스스로 그에 버금가는 공부법을 터득해야 한다. 친구와 자신의 공부 방법을 비교해서 장·단점을 분석하고 장점을 과감히 받아들여 자신의 공부 방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3. 공부 방법에 정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끊임없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때 공부 방법은 생활습관의 사소한 것까지 철저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밤에 공부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흔히 낮잠이나 늦잠을 자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이 많고 필자 역시 그랬는데 이는 조용한 밤에는 남의 방해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입시라고 하는 장기 레이스를 준비하는 데 이러한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함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원래 낮에 활동하고 밤에 휴식을 취해야 건강하다는 일반적인 상식은 차치하고, 시험은 대개 낮에 보기 때문에 낮에 깨어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밤에 제대로 자는 것이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실은 가장 시간을 아껴 쓰는 방법이 된다. 낮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는 경우에는 밤참을 먹어야 하고, 두 번을 자다 보니 자고 일어나서 깨어 날 때까지 시간이 꽤 들게 된다. 그러나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가는 조금 다른 문제로 보인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면 조용한 가운데 공부할 수 있기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아침잠이 많았던 학생이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갈 터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 게으른 편에 속하는 필자의 경우에도 아침에는 등교시간에 맞춰 일어나 빨리 등교준비를 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낭비가 덜 되었던 것 같다.이렇듯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쓰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수업 시작 전과 끝난 후 12분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마음이 차분하고 정리가 되어 있어야 공부가 잘 되는데, 수업 전 12분을 이용하여 마음을 비울 뿐 아니라 지난 시간에 무엇을 배웠나 잠깐 살펴봄으로써 공부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그냥 책을 덮는 것이 아니라 하던 일을 마치면 작업대를 정리하듯이 간단하게 수업내용을 정리해서 마치 머릿속에서 매듭을 짓는 듯 해두면 좋다는 것이다.


  4. 공부방법이 공부습관도 좌우한다.

     흔히 많은 학생이 자신은 열심히만 공부하면 잘할 텐데 의지가 약하거나 게을러서 공부를 잘못한다고 한다. 물론 그럴 경우가 많겠지만, 공부방법이 잘못되는 경우에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하게 된다. , 공부방법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안 하는 습관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공부방법을 논의하면서 제대로만 공부한다면, 즉 머리를 쓰는 공부를 해서 하나하나 깨쳐 나간다면 공부가 재미있다는 점을 피력할 것이다. 지식이 많은 것과 공부를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어서 무조건 외워서는 공부를 잘할 수 없다는 것도 논의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외우는 것이 공부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데, 이런 공부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자연히 이렇게 머리를 쓰지 않으면서 그저 외우려고만 하면 곧 공부가 지루해지고 책상 앞에 앉아 있기가 힘들며, 그런데도 시험이 부담이 되어 책상 앞에 앉아 있다면 곧 잠이 들게 된다.

  공부가 힘들어서 잠시 농구장에 가서 농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 보지만, 한 번 힘들게 느껴진 공부는 여간해서 습관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많은 학생이 스트레스를 풀러 농구하러 갔다가 해가 지도록 농구만 하고 집에 돌아오고, 그런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게 되면 한 달 내내 공부는 안하고 농구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한 번 풀어지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열중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모든 것이 공부방법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자신을 반성해 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렇듯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에게 공부란 힘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공부하면 그 힘든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며, 그렇게 재미를 느낀다면 훨씬 쉽게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공부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공부 방법에 대해 논의해 보자. 필자가 논의하는 공부방법인 달꼬리 공법의 핵심은 집중력에 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집중을 잘하고, 공부 못 하는 사람은 집중을 잘 못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중력이란 타고난 것일까? 집중력을 키울 수는 없는 것일까?

 누구나 제대로 된 훈련에 의해 집중력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주위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특정한 것에 대해서는 비상한 기억력을 보이는 것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기억력은 집중력으로부터 비롯된다. 평소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하게도 전화번호는 기가 막히게 외우는 경우가 있다. 수없이 많은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으면서, 또 새로운 번호를 단 한번만 들으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최근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전화번호에 대한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하던 한 친구가 최근에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전자수첩을 사고 난 후부터 전혀 기억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기억력 그리고 그 기억력의 바탕이 되는 집중력은 필요에 의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것 아닐까?

  특히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에 따라 기억력이 다른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상인은 숫자를 기억하는 데 뛰어난 경우가 많고, 훌륭한 영업사원은 평균적으로 이름을 잘 기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연히 영업사원과 인사한 적이 있었는데, 필자는 학교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업과 관련이 없었는데도 몇 달 후에 만난 그가 필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에 놀랐던 적도 있다. 또 오래 전에 우연히 들렀던 식당에 다시 갔을 때 통성명도 한 적이 없는 종업원이 지난 번 들렀을 때 인상착의와 그 때 있었던 일을 정확히 기억하는 데 놀랐던 적도 있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종업원은 모든 손님을 그렇게 잘 기억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당연히 이런 기억력은 자신의 활동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인데, 따라서 노력만 하면 누구나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기억력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6. 결론은 집중력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아무리 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도 남보다 2배 이상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필자의 주장대로 질적인 차이가 매우 크면, 즉 같은 시간 공부를 하면서도 100배, 200배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이미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 난 것이다. 필자의 경험을 되살리면, 하루 종일 책을 보아도 3쪽밖에 보지 못하고 그 3쪽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집중력이 길러진 이후로는 하루에 수백 쪽을 쉽게 보았으며 그 내용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고 결론은 집중력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모든 것은 집중력에 있다고 누구나 동의한다. 단지 사람에 따라 그 집중력을 달리 표현할 뿐이다. 어떤 사람은 집중력은 흥미에서 생긴다고 하며, 어떤 사람은 강한 의지에서 생긴다고 한다. 어떤 이는 집중력은 재능의 차이고 선천적으로 주어질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이는 후천적이기는 하나 어릴 때부터 키워지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 옳은지 우리로서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필자의 경험이나 관찰에 의하면 집중력이라는 것은 때론 필요에 의해, 때로 의지에 의해 노력하고 훈련하면 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강력한 집중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논의에 중요하지 않다. 단지 집중력이 훈련에 의하여 키워질 수 있다면, 어떤 훈련이 적합한 훈련이겠는가가 우리의 관심사이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궁리해 보면 또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학창시절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을 읽었는데, 당시에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전자오락과 텔레비전에 찌든 현대의 젊은이는 대개의 경우 고전적인 장편소설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 끝까지 볼 능력이 없다는 의미이다. 요즈음 대학생 중 삼국지를 읽은 학생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비록 누구나 재미있게 여기는 역사소설이지만 그 방대한 분량을 소화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소설은 특히 빠른 시간 내에 독파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등장인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 따라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하고, 이것이 자연스레 교과서를 볼 때의 집중력도 키워 줄 것이다.

  많은 학생이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잘 된다고 하는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공부하는 데 외부에서 방해가 되는 소리가 있다면 그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요즈음은 환경이 좋아져서 대부분의 학생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학생은 하다못해 사설독서실이라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이미 조용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데 음악을 듣는 것은 스스로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리고 한 번 나쁜 습관을 들이면 고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일단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잘 안 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앞에서 강조한 대로 공부는 머리를 쓰는 일이다. 두뇌의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쪽에서 음악을 듣고 다른 쪽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비운다거나, 공부 중간에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공부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는 분위기를 바꿔보는 의미에서 음악을 들으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줄곧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공부는 잘못된 공부일 가능성이 높다.


  7. 시작은 어렵다.

     더욱이 처음 느끼는 변화는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방법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여러 가지 방향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일단 변화를 느낀 다음에는 노력하면 할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따라서 한 번 집중력을 경험하게 되어 개발해 나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집중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정도가 되는 것이다. 무협지에 의하면 공력이 높은 사람은 쉽게 하수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으나, 하수는 고수의 수가 어디에 달했는지 알지 못하고 엉겨붙다가 결국 한 수 배우고 나서야 깨닫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바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아닌가 한다.

  기술과 요령이 늘고, 그것이 머리를 쓰는 경우에는 집중력이 발휘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공부에도 이런 것이 있는 것 아닐까? 공부도 훈련만 제대로 한다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이때의 놀라운 능력은 보통사람 능력의 수십 배, 수백 배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남들보다 반만 공부해도, 수십 배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감히 '공부 안 하면서 공부 잘하는 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부방법이 제대로 되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남보다 적게 공부해도 더 잘할 수 있다.

  한 번도 집중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집중력을 경험해 본 사람의 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 하루 동안 한 사람이 삽질로 떠낼 수 있는 흙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장비를 사용하면 한 사람의 힘으로도 수백 사람 몫의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중장비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은 중장비를 이용해 한 사람이 얼마나 엄청난 양의 일을 해치울 수 있는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8.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규칙적인 생활은 처음에는 상당한 부담을 준다. 게으른 생활을 하던 사람이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게 되면 처음에는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습관이 되면 훨씬 더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필자도 평소에는 좀 게으른 편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필자의 경험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명작소설을 읽으며 봄방학을 보내고 나서, 2학년이 되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충분한 공부시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당시 다녔던 지방고등학교에서는 도서관 시설이 그런 대로 괜찮았다. 시설이 좋은 곳은 3학년 차지였기 때문에, 2학년이 이용하는 열람실의 책걸상은 비록 낡았지만 공부 분위기는 괜찮았다.

버스가 떨어지는 시간에 대기 위해서는 늦어도 10시 반 정도에는 도서관을 나서야 했지만, 저녁 먹고 나서 매일 서너 시간을 공부하는 것은 중요했다. 처음에는 집에 가서도 1시간 정도는 공부를 했기에 꽤 늦은 시간에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기가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달 쯤 뒤에는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이 된 탓인지 상대적으로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머리가 맑아졌다고 느껴진 점이다. 이전보다 잠자는 시간은 줄었지만 오히려 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주는 혜택을 서서히 느끼게 된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곧 주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주중에는 학교 수업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은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조금 여유를 부리고도 10시간 이상 공부할 수 있었다. 게으른 필자가 잠을 아껴가며 공부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주말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일요일 아침에 밀린 잠을 조금 더 보충하는 것 외에는 주말 시간을 특히 아껴 쓰도록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뒤쳐진 공부를 해야만 했지만 결코 서두르지는 않았다. 혼자 하는 공부는 방과후에만 했고, 수업시간 중에는 철저히 집중해서 공부했다. 이 때도 잠을 아껴가며 공부하는 판에 그 수많은 수업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수업에 충실하여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은 그때그때 쉬는 시간을 통해 정리하고, 방과후에는 도서관에서 영어공부만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서서히 자리가 잡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면 처음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머리도 맑지 못하지만, 꾸준하게 노력해서 일단 습관이 되면 몸도 마음도 훨씬 더 상쾌하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 특히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일정한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자 그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맑아지고 공부할 준비가 되는 것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정기간을 제외하고는 생각만큼 훌륭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지 못했다. 반면에 주위에 큰 성과를 올린 사람을 보면 거의가 다 오랫동안 규칙적인 생활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학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이 요구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도 공부가 기율이라는 점을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정도의 자기절제력이 없다면 공부에서 큰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


  9.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데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효과가 큰 것도 따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 공부를 게을리 하는 학생은 대부분 핑계거리를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의 핑계거리는 외적인 요소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주관적 평가를 내린 경우가 많다. 대학입학시험을 불필요한 공부를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로 생각하는 학생은 자연 공부가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훨씬 공부가 재미있게 된다.

  문제는 공부하는 본인이 제대로 맥을 잡지 못하는 공부를 하는 데 있음을 인식한다면 훨씬 더 노력하는 자세를 지니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이렇듯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학생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없는 많은 그리고 새롭고 희한한 이유를 드는 것에 감탄하고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러나 공부를 방해하는 많은 핑계거리는 그야말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공부가 어렵겠지만 심신수련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능동적인 자세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한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힘든 과정을 겪게 되는데, 그런 시기를 무사히 넘기는 데 긍정적 사고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부가 힘들게 되면 누구나 핑계거리가 또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 정도면 됐어"라든가 "나는 아무래도 안 되는 것 같아"와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구실로 어려운 과정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바로 그렇게 수없이 떠오르는 핑계를 이겨내고 공부에 정진하는 것이 또 다른 공부의 목적이 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공부해야 한다.


  10. 공부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수단도 된다.

      공부가 잘 되면 또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정환경이 나빠서 마음 편히 공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학생의 경우 공부는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책에서 눈을 떼는 순간 어려운 가정형편이 우울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을 보는 순간 평온함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공부에 더 탐닉할 가능성이 있다. 주위환경을 자신에게 적절하게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공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주장한 대로 공부를 하는 것은 도를 닦는 것과 같고, 선현(先賢)은 도를 닦는 것은 곧 마음을 닦는 것과 같다고 했음을 기억하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다시 되새기자.

 

  11. 머리를 써서 공부하라

      눈으로 하는 공부에서 머리로 하는 공부로 달꼬리 공법의 제2장은 '공부는 머리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공부는 두뇌를 쓰며 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기에 많은 사람이 그게 무슨 말인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90% 이상의 학생이 그렇게 공부하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은 단순하게 눈으로만 공부할 뿐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은 단순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눈으로 받아들인 지식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한 공부에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많은 학생이 단순히 눈으로 공부하는 것만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에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러나 머리가 돌아야 한다. 머리가 돌지 않으면 그것은 공부가 아니며, 아무런 소득이 없는 공부가 된다. 때로 머리를 크게 쓰지 않고도 기억은 할 수 있다. 나중에 기억력에 대해서도 논의하겠지만, 공부는 기억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머리를 쓰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머리를 쓰지 않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12. 의문이 없으면 죽은 공부

      머리를 쓰는 공부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아무런 의문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 공부는 죽은 공부이며 하나마나한 공부가 된다. 그렇게 공부를 해서는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의 본질은 단편적인 여러 지식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인데, 어떤 책도 그 모든 관련사항을 낱낱이 밝혀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설명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는 논리체계로 이것저것을 연결시키다 보면 자연 많은 의문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런 의문이 떠오르지 않는 공부라면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공부라고 장담할 수 있다.주변에서 간혹 선생님의 강의를 잘 이해하지 못해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 있다. 선생님은 많은 학생을 위한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학생을 위해 강의를 늦출 수가 없어서 이런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답해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학생이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을 수 있다. 선생님의 강의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체계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계속 질문이 있게 되는데 이런 학생이야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이다. 물론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논리적 체계를 빨리 꿰어 맞출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바로 이런 학생이야말로 올바르게 공부하는 귀감(龜鑑)이 될 수 있는 학생이다. 따라서 선생님의 강의를 빨리빨리 이해하지 못해 남보다 둔하다는 소리를 듣는 학생이 있는데, 사실은 이런 학생이야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이므로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면 대단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이렇게 좋은 습관을 가진 학생이 주위의 무관심 때문에 둔한 학생이 되고 오히려 공부에 재미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역으로 과외공부가 치명적이 될 수 있는 이유가 과외로 인해 머리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과외에서 학교보다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과외선생은 원리보다는 내용을 요약해서 문제를 쉽게 푸는 법을 알려 주는 데 능한 사람이다. 따라서 처음에 학생이 의문을 가질 수 있도록 논리체계를 차근차근 설명하지 않고 내용만 요약해서 설명해 주면, 학생은 아무런 의심 없이 지식만 받아들이게 된다. 이 학생이 다시 학교에서 강의를 들을 때는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새롭게 의문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학생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과외로 인해 박탈당하는 결과가 되고, 스스로 생각해서 깨우치는 기쁨도 느껴 보지 못해서 곧 공부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많다. 이런 과외는 독약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과외를 할 때는 차근차근 원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친절한 선생(대개 이런 과외는 비싼 과외일 가능성이 높다)이 아니라면 가급적 과외는 복습위주의 과외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학입시를 잘 보기 위해서는 한정된 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공식을 외우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필자는 어디서나 그러리라고 생각했으나 미국 학생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아주 사소한 공식도 거의 외우고 있지 않았는데, 그런 공식을 이용할 필요가 있으면 직접 그 공식을 유도하여 사용하는 것이었다.

  미국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스스로 깨우치는 훈련을 항상 쌓는 효과를 얻는다. 초반에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지 못하다가 독창성이 요구되는 고급과정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나를 알아도 스스로 깨우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고, 항상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한국 유학생이 초기에는 뛰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반면에 처음에는 어리석게만 보이던 미국 학생이 훌륭한 논문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우리의 교육제도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학교교육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바로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우리의 입시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 가지 문제라도 시간을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학생을 유도하는 교육제도가 요구된다. 입시제도를 빨리 고치는 것이 시급하지만, 그 때까지는 학생 스스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금 늦더라도 생각하는 공부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처음 새로운 주제에 대해 선생님이 원리를 설명해 줄 때만이라도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3. 먼저 손으로 공부하자

      손으로 하는 공부는 연필을 들고 연습장에 써 가며 하는 공부를 의미하는데, 이렇게 공부를 하면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많은 학생이 영어단어를 외울 때 연습장에 손으로 단어를 써 가며 공부하는데, 필자가 의미하는 손으로 하는 공부는 이런 것이 아니다. 필자는 가급적 외우지 않는 공부를 권하기에 영어단어도 외우지 말라고 충고한다.

  손으로 하는 공부는 책에서 어떤 주제를 익혔다면 책을 덮고 스스로 그 주제의 논리적 전개를 연습장에 써 보는 훈련을 의미한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흔히 많은 학생은 수학공부를 문제를 푸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원래 모든 수학문제는 교과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응용해서 풀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한 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되면 책을 덮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라는 것이다.

  책을 덮고도 내용이 정리가 될 정도라면 용어의 정의나 정리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그 다음에 나오는 문제는 스스로 풀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문제를 풀 때는 먼저 연습장에 문제를 풀어 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바로 이 때 제대로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문제를 풀어 보려고 애쓸 때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게 되고 이렇게 훈련을 거듭하면 머리를 쓰며 공부하는 것이 자연스런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오늘 우리의 실정은 많은 학생이 원리는 건성건성 공부하고는 곧바로 문제를 푸는 데, 이 때에도 스스로 풀어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먼저 참고서의 문제풀이부터 보고 있다. 참고서의 문제풀이를 곧 이해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많은 내용을 빨리 기억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이런 공부 방식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눈으로 하는 공부습관은 빨리 버려야 한다.

이렇게 손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학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들도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던지 교과서의 첫머리에 그런 충고를 한 것을 보았다. 여기 원문 그대로 옮겨 본다.

There is no substitute whatsoever for active learning. Reading sticks at best for 7 weeks. Are there simple rules for active study? The best way to study is to use pencil and paper and work through the argument by drawing diagrams, experimenting with flowcharts, writing out the logic of an argument, working out the problems at the end of each chapter, and underlining key ideas.3)

  이 책의 저자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이다. 필자의 '머리로 하는 공부'를 이들은 active learning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필자의 '눈으로 하는 공부'인 reading은 기껏해야 7주밖에 가지 못한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종이와 연필을 이용하여 스스로 논리의 전개를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을 짤 때 사용하는 플로 차트(flowcharts)를 그리듯 다양하게 실험해 보는(experimenting)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학자가 충고하고 있다. 다시 우리가 논의하는 공부방법이 단순하게 입시를 위한 공부가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기 바란다.


  14. 공부가 재미있다

      머리를 쓰는 공부에 익숙해지면 곧 공부가 매우 재미있다고 느끼게 된다. 반면에 눈으로만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자꾸 전에 보았던 것을 잊어버리게 되니 공부에 대한 의욕을 점차 상실하게 된다. 심지어는 공부할 때마다 졸리게 되는데 많은 학생은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할 테지만 실제로는 머리를 쓰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흔히 어린 학생에게 고전음악을 들려주면 졸리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 음악이 귓전만 때릴 뿐이지 감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최근 유행하는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 신이 나서 머리를 흔들거나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는 경우가 있다. 음악에 대해 그렇게 반응한다는 것은 그 음악이 귀에서 흘려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기관을 움직이는 두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음악을 들어도 머리를 쓰지 않으면 재미가 없기에 졸린데, 하물며 공부는 어떻겠는가?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소년에게 중년남자가 느끼는 인생의 허무를 그린 영화를 보여 주면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곧 졸거나 아니면 딴 짓을 하게 된다. 반면에 대부분의 중년남자는 영화 속의 이야기에 몰두해서 때로는 눈물을 줄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바로 스스로 느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하나를 느끼면서 깨우칠 때 눈에 들어오는 글자는 색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때 글자는 의미 없는 신호의 반복으로 졸음을 재촉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 방법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이전에 반드시 강조하고 싶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

 

  15.  머리를 쓰면 저절로 기억한다.

      하나하나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깨우쳐 가게 되면 중간 중간에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사항이 있는데, 스스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반드시 그런 사항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논리적 체계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사항은 이를테면 기차정거장 같은 역할을 하는데, 기차정거장을 거치지 않고서는 더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논리적 체계를 이해하려면 논리전개에 필요한 사항은 꼭 기억해야 하는데, 이렇게 전체 속에서 위치를 잡아 두면 저절로 기억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 스스로 생각할 때 이런 단편적 사항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참고해서 그 단편적 사항을 익힐 때 반드시 그 논리체계에서의 위치와 함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A에서 B를 거쳐 C를 논리적으로 유도한다고 할 때, B를 기억하지 못하면 B만 외우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A부터 시작해서 그 논리적 전개를 다시 익히는 과정에 B를 추가로 기억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공부를 해야 만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교과서에는 내용전개를 위해서 꼭 필요한 사항이 있는가 하면 그저 지엽적인 사항을 나열해 놓은 것도 있다. 그저 외우는 공부만을 하는 사람은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 체계를 위주로 공부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중요한 순서대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논리를 이해하는 연습을 반복해서 하는 사이에 논리전개에 필요한 사항은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더 잘 기억하고, 그렇지 않고 지엽적인 것은 그저 한 번 보고 넘어갔기에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것이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연습하면 이렇게 잔가지도 점차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저 외우기만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논리적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쓰며 공부할 때 더 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선생님이 설명해 주고 자신이 스스로 따져 보며 시험공부도 하기 때문에 최소한 서너 번은 그 논리적 체계를 따져 보게 되는데, 굳이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식으로 중요한 것부터 차례차례 기억해 두는 것이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다. 예전에 암기법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미리 어떤 체계를 잡아 놓고서 기억해야 할 것을 이 체계 내의 어떤 것과 대응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이때의 체계는 별 의미도 없이 그저 먼저 외워 둔 체계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단편적인 지식을 그냥 독립적으로 외우는 것보다는 기존의 체계에 대응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논리적 체계이기에 훨씬 더 질서정연하고 기억하기 쉬운 구조이므로, 이 체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더 잘 기억하게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16. 책을 잡았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겉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빠짐없이 보라는 것인데 그래야 만이 체계가 제대로 잡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끝까지 다 보았으면 빨리 다시 보기 시작해야 한다.

  처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이 지루해서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야 큰 진전을 볼 수 있는데, 만약 그렇지 못해서 중간 중간을 발췌해서 보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한 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아야 만이 책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상당히 많은 내용이 저절로 기억되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심지어 시험에 알 듯 모를 듯한 영어단어가 나왔을 때, ", 이 단어는 그 참고서 300쪽쯤에 있는 설명에서 왼쪽 상단쯤에서 처음 보았던 단어 같아"라는 느낌이 들며 그 단어가 들어 있던 문장에서 단어의 느낌을 끄집어내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쉽게 말하면 책을 그대로 머릿속에 집어넣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것을 억지로 외워서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17. 하나를 제대로 배워라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처음 큰 계단을 오르는 아기는 대부분 단 한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울게 마련이다. 그런데 때로는 어떻게 우연히도 한 다리를 먼저 올리고는 이리 저리 힘을 주었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 계단을 오르는 수가 있다. 그렇게 어쩌다가 한 계단을 올라 좋아하던 아기가 다음 계단을 오르면 마찬가지로 힘들어하지만, 이미 한 계단을 올랐기 때문에 기필코 다음 계단을 오르게 된다. 자신감도 생기고 요령도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두 세 계단을 오르고 난 아기는 그 다음에는 수백, 수천 계단도 손쉽게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거의 피로도 느끼지 않으며 재미있게 계단 끝까지 오르고 계단이 더 없음을 아쉬워하는 듯,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반면에 단 한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아기는 어른이 들어 올려주지 않는 한 계단 오르기를 포기해야 한다. 한 계단을 오르는 아기와 그렇지 못한 아기 사이에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만큼의 엄청난 차가 있는 것이다.

  하나를 터득한 사람은 곧 차례차례로 하나씩 터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것을 차곡차곡 쌓아 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단 하나를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사람은 거기서 조금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마치 조금 더 낮은 계단을 찾으려는 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기웃거리기만 하기 때문에 단 한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아기와 같이 잡다한 지식만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쌓이지 않는 공부는 곧 무너지게 되어 있는 모래성과 같다.

많은 학생이 공부를 하는 데 요령을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제대로 된 공부방법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터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제대로 공부한다는 의미를 깨닫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자연히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도 안 한 채 잘못된 공부 방법을 고집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공부방법이 제대로 되었다면 본인이 스스로 그것을 느낄 수 있고, 객관적으로도 성적이 대폭 올라서 확인이 된다.


  18. 한 과목부터 정복하라

      10과목을 80점 받는 학생과 9과목을 30점 받고 한 과목을 100점 받는 학생이 있다면 한 과목이라도 100점 받는 학생이 훨씬 더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한 과목에 100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쉬운 시험도 만점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점을 받았다는 것은 곧 그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를 제대로 터득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렇게 한 과목에서 요령을 터득했다면 곧 다른 과목에서도 요령을 터득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른바 외우는 과목이라고 알려진 사회과목 조차도 외우는 것만으로 만점을 받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물론 10과목에 투자할 시간을 한 시간에 투자해서 만점을 받는다면 시간을 잘 못 배분한 것이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한 번 만점을 받는다면 다음번에는 훨씬 효율적으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이 주요 과목에서 만점을 받거나 계속적으로 학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 대단히 희망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한 과목부터 정복하는 방법을 쓰기를 권한다.


  19. 한 과목에서 방법을 깨닫는다.

      한 과목에 점수를 올리겠다는 확고한 목표와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어딘가에 문제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옆에서 지도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경우에도 지도하기가 편하다. 자신의 공부 방법에 변화를 줄 수 있고, 그러한 변화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학생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만약 한 과목에서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실망하지 말고 끈기 있게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유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다른 과목에서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한 과목을 정복하고 나면 나머지 과목의 경우에는 처음의 교훈을 살려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니다.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되면, 앞에서 배운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응용할 수 있으며, 다른 과목의 내용과 혼동되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 중에는 이런 방법이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강권할 생각은 없다. 어떤 학생의 수험기를 보니 한과목만 공부하면 지루하게 느껴져서 한 시간 간격으로 과목을 바꿔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렇듯 자신의 특성에 맞춰서 조절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장기적인 입장에서 제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점차 한 과목을 오래 공부할 수 있는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대학에 가면 점차 전공과목만 공부하게 되는데, 고급과정에 갈수록 한 과목을 오래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왕에 그렇다면 가급적 일찍 한 과목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좋을 것은 당연하다. 한 과목만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은 주말 같은 시기를 이용하여 한 과목만 공부하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하나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보기 때문에 이는 곧 하루 종일 한 권의 책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훈련이 쌓아진다면 1주일동안 한 권의 책을 보도록 노력하고, 그 다음에는 한 달간 같은 책을 보도록 노력하는 식을 스스로 집중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각자의 환경에 맞춰서 응용해야 한다. 한 권의 책만 본다고 해서 학교에서 듣는 강의에 대해서 전혀 예습복습을 하지 않는다면 너무 많은 것을 손해보는 것이다.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서, 예를 들면 학교에서 배운 것은 가급적 쉬는 시간을 이용한다거나 아니면 1시간 정도만 투자해서 정리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한 권의 책을 보는데 투자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꾸준하게 과외를 받는 사람이라면 굳이 한 과목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과외를 받는데 있어서도 먼저 한 과목 과외를 받으면서 예습복습을 철저하게 해서, 그 과목의 성적을 어느 정도 올려놓고 난 후에, 그 과목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들이면서도 계속 높은 성적을 유지하게 하고, 다른 과목의 과외를 받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항상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갑작스럽게 여러 과목의 과외를 동시에 받아 혼자 생각하거나 공부할 시간이 없어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잘못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20. 한 부분의 정복부터 시작해라

      예를 들어 영어시험을 보는데 있어 먼저 독해를 항상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일단 그런 수준에 달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문법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문법은 반드시 다 맞도록 하고, 그것이 되면 그 다음에는 발음 등의 사소한 문제를 완벽하게 맞추도록 노력하는 식이다.

  물론 한 과목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았다면 그 과목의 여러 부분에 있어 동시적으로 성적이 오를 것이다. 그 때 오히려 못하는 부분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잘 하는 부분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점차 그 부분의 점수를 유지하면서 다른 부분의 점수를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한 부분이라도 철저하게 공부하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지만 외우는 공부의 한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외워서 80점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외우는 공부로는 어떤 과목에서든지 만점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과목의 한 부분에서라도 제대로 생각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면, 곧 그것을 다른 부분과 다른 과목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과목에 있어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을 먼저 완벽하게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영어와 국어같은 과목에서는 독해를 먼저 정복하고, 수학에서는 비중이 큰 미적분을 먼저 하는 식이다. 수학을 먼저 선택했다면 어떤 시험에서든지 미적분만 나오면 자신 있다는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21.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저학년에서 얼마나 빨리 한 과목을 정복해서 자신 있는 과목으로 만드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학년에서 빨리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빨리 한 과목을 정복하게 되면 특히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이 자신감이 다른 과목을 정복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일찍 한 과목이라도 완벽하게 해 두지 못하면 점차 초조한 마음에 허둥댈 가능성이 높다. 입시를 앞둔 고학년이 되어서 특정과목에 시간을 집중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깊이 있는 공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때의 공부가 큰 성과를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급적 빨리 한 과목을 정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시간 내에 한 과목을 정복한 사람은 여유가 생기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계속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한 과목의 점수를 올리고 난 후에 상대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면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목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완벽하게 공부했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필자의 경우 영어참고서 한 권을 잘 이해하고 나니, 영어에 있어서 만은 예습복습에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도 학교에서의 강의를 훨씬 더 충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수업 시간 시작 5분 전 쯤에 미리 그 날 공부할 내용을 전부 읽고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경우에는 중요한 단어 몇 개만 찾아 놓으면 전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수업이 시작되면 선생님의 말씀 중에 그전에 몰랐던 것이 있었나만 파악하면 되었다. 새로운 내용만 정리하면 되니 그런 내용을 짜임새 있게 기억하기가 훨씬 쉬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다시 혼자서 교과서의 문장을 두 번 세 번 볼 수 있었다. 남들이 한번 보는 시간에 두 번 세 번을 보니 교과서 문장을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수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수학 실력이 늘면 그 다음에는 수업시간에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앞에서 선생님의 풀이만 보는 학생과 스스로 풀어보는 학생과는 큰 차이가 나게 되는데, 한두 시간도 아니고 1년이나 2년이 지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22. 기본에 충실하라.

      하나를 제대로 배우라'의 연장이다. 한 과목을 공부하는데 있어 기본 원리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응용문제를 처음부터 풀 필요는 없다. 전체적인 내용과 기본 원리만을 제대로 익혀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사실 교과서의 기본적인 원리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쉬운 문제이다. 어려운 문제는 학생의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는 점수를 올리기 위해 어려운 문제도 빨리 풀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운 문제를 풀어서 문제 풀이에 숙달하는 것만을 중시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기본을 경시하게 되고 자칫하면 전체를 놓치게 되는 잘못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없을 때는 그런 방법이 점수를 올리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수능시험을 한달 쯤 남겨 놓았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내신을 위해 중요한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어도 역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조해서 이야기하자면 수능이 두 달만 남았어도, 중요한 학교시험이 두주일 쯤만 남았어도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라면 기본원리에 충실해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발전 가능성을 높여주며 따라서 성적을 올리는 길이다.


  23. 기본에 충실할 때 창의력이 배양된다.

      특히 기본에 충실하는 경우에는 응용문제를 푸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항을 바탕으로 해서 응용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게 된다. 반면에 기본을 소홀히 하고 문제풀이에만 신경을 쓰는 학생은 자연히 문제를 푸는 방법에만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본을 중시하는 공부를 하는 학생은 자연적으로 창의력이 배양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흔히 창의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창의력을 어떻게 배양하는가는 알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창의력이 배양되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끊임없이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렇듯 사소한 방법의 차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할 때의 장점중의 하나는 전체적인 내용의 체계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사항들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철저하게 이해하게 되면 과목 전체의 체계가 상대적으로 쉽게 윤곽이 잡히게 된다. 필자가 주장하는 대로 뿌리와 몸체를 먼저 잡고 나서 가지를 치고 잎을 붙이는 식으로 공부를 해야 효과적인데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하면 이것이 저절로 달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체계가 잡히게 되면 통학시간이나 휴식시간 등을 이용하여 구체적인 사항들 간의 연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때의 생각에는 자연히 상상력이 동원되게 되므로 스스로 깊이 깨닫는 공부가 쉽게 이루어지게 된다. 기본에 충실할 때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24. 학교수업에 충실하라.

      학교 수업에 충실하는 것이 바로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학교수업이 아무리 형편없더라도 거기서 다루어지는 내용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싫고, 수업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고, 수업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어도 수업내용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 수업에 어차피 참여해야 한다면, 그 시간에 하나라도 배우려고 노력할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번 학교 강의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기 시작하면 곧 습관이 들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시간을 모두 더한다면 엄청난 시간이 될 것이다. 입시공부 한다고 잠 줄여가며 공부하면서, 학교 수업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일이다.

학교수업이 너무도 싫어 도저히 집중할 수 없다면 집에서 공부할 최우선 과제는 바로 학교수업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학교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과외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내용이다. 특별히 고액을 지불하고 기초부터 가르치는 과외가 아니라면, 대부분 보충을 위한 강의에 익숙한 선생님이 과외를 하게 된다. 학교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과외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만 열심히 공부한다면 이것은 기본을 등한시하면서 어려운 것만 배우는 공부를 하는 것이고, 이런 공부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어려서는 공부를 잘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이라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본을 갖추지 않은 채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은 단순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저학년에서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배워야 할 내용이 크게 늘어나는 고학년에서는 통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런 학생이 성적을 올리는 최선의 대책은 아무리 늦었다고 생각이 될 때라도 결코 늦지 않았으니 다시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시작하는 일이다. 적은 부분이라도 원리에 맞춰 차근차근 이해하는 것이 무작정 외우다시피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교과서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교과서는 그저 아무렇게나 씌어진 것이 아니다. 학생이 공부하는데 최선이 되도록 많은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정선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가장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난 후에 여유가 있거든 참고서를 보는 것이다. 교과서 내용이 너무 밋밋하여 어떤 사항이 중요한 사항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면, 참고서나 문제집을 통해 중요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오히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참고서의 수많은 내용을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더 일반적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참고서는 말 그대로 참고하기 위해 보면서 교과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공부인 것이다.


  25. 선생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많은 중학생이 벌써 대학입시의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입시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의 지시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그런 대로 열심히 하던 일기를 쓰는 것이나, 독서를 하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나, 과학 숙제인 관찰이나 실험 등은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공부가 모두 기본이 되는 공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서가 가장 중요한 공부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 밝힌 바 있다. 일기나 독후감을 쓰면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이런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다가 나중에 논술시험 공부한다고 따로 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과학숙제를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도 바로 입시공부가 된다. 과학 숙제하는 것을 시간낭비로 여기는 것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그저 열심히 외워야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해서는 앞으로 여러 해를 학교에 더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기본에 충실하게 꾸준히 생각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바로 성적을 올리는 길이다. 선생님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것, 숙제를 제대로 하는 것이 바로 점수를 올리는 지름길이 된다.


  25. 경시대회 좋아하지 마라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어느 정도 한다고 하면 경시대회에 나가 입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원래 경시대회라고 하는 것은 같은 내용을 배우고서도 상상력이 뛰어나 응용력과 창의력에 있어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그 재주를 겨뤄보는 대회정도일 것이다. 그것이 이제는 꽤나 변질되어 아예 경시대회에 입상을 원하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까지 있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상위급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이미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인정받은 학생이기에 어려운 문제를 풀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만을 풀다보면 자칫 기본에 소홀하기 쉬운데, 어려서 잘못 습관이 들면 치명적일 수도 있기에 경시대회를 위해 공부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어려서는 상상력을 키워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였다면, 그것을 토대로 해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경시대회에 출제되는 문제라면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우수한 학생일지라도 쉽게 풀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제대로 공부하는 것은 그 한 문제라도 기본원리만을 가지고 혼자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사 하루 종일이라도 고민고민해서 풀어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풀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어린 학생이 얼마나 다양한 상상을 하겠는가?

  어느 정도 공부하다가 안 되면 곧 해답을 보고 익힌 후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이것은 곧 경시대회를 위해 공부를 할 때에도 많은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는 한 문제를 풀더라도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모두 이용해서 풀어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공부할 때만이 창의력과 상상력이 배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야말로 남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추진력을 가지고 공부에 큰 업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가 바로 학생의 상상력을 저해하는데 있는데, 똑 같은 문제가 최우수학생을 상대로 한 경시대회에도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따라서 꼭 경시대회에 참여하고 싶으면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과거에 나왔던 문제를 스스로 오랜 시간에 걸쳐 풀어보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풀어서 자신의 답을 내고 맞았다는 확신이 있을 때 해답을 확인하는 식으로 공부하면 충분하다. 올바른 답을 낼 때까지 시행착오를 거친 그 잘못된 풀이를 면밀히 검토해서 왜 잘못된 방법인가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시대회가 원래 추구하는 응용력과 창의력을 배양하는 목적에 부응하는 공부법이다. 필자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경시대회 대비 학원에 다니는 것은 학생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위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단편적인 지식만 배우다가는 가만히 놔두면 스스로 대성할 뛰어난 수재의 발전가능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26. 서두르지 마라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언제 그 많은 내용을 다 이해하나 하는 걱정에 건성 공부하는 방법을 쓰게 된다. 많은 학생이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만 급해서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대로 공부해도 절대로 시간이 부족하게 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많은 시간이 들지만, 모든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다시 볼 때는 쉽게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에게는 당시에 배우는 내용이 매우 벅찰 정도로 많다고 느껴지지만, 지나고 나면 배운 것이 별로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도 제대로 준비를 한 학생이라면 대학입학시험을 앞두고는 하루 이틀이면 한 과목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을 모두 검토하고 최종 정리를 할 정도가 되므로, 시간이 모자랄 것을 예상해서 처음부터 무조건 속도부터 높여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따라서 안심하고 기본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같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면 처음에는 많은 의문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 의문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해결이 안 되는 의문은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라면 나중을 위해 기록해 두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로 배운 내용을 자기 자신의 언어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고, 그 내용이 지금까지 배운 내용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현재까지 배운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면 자연히 그 다음에 배울 내용을 이해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했지만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문을 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질문을 통해 차근차근 이해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드높이는 것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 당장 배우는 것보다는 미래에 배울 내용이 더 소중할 것이기에 미래에 제대로 배우기 위한 스스로의 소양을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다른 친구가 그저 예사롭게 넘긴 부분에 대해 기상천외한 의문을 제기하고 거기에 답을 얻어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을 기뻐하는 그런 공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항상 간직하고 다녀야 하는 금언이다.

 

  27. 함께 공부하라

      사색당파의 비극한국인의 협동할 줄 모르고 서로 다투기만 하는 본질적인 민족성 때문이라고 헐뜯기 위해 일제의 식민사관에서 특히 과도하게 강조되었다고 역사 선생님마다 누누이 설명하셨던 것도 기억한다. 아마 어린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리라. 나이가 들고서는 심지어 왕조시대에 당쟁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민주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새로운 학설까지 들은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당쟁을 방불할 만큼 끝없이 소모적인 전쟁뿐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분열되어 민족의 역량을 제대로 응집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자행되는 끝없는 서로 헐뜯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경제학도인 필자는 그 원인을 민족성으로 돌리지 않는다. 단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교육에서는 협동을 장려하는 교육이 생략되어 있다. 정책 당국자뿐만 아니라 일선의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도 협동심을 배양할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영국의 옥스포드대학과 켐브리지대학간의 조정경기는 잘 알려진 대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조정 경기야말로 그 어떤 운동경기보다도 협동이 강조되는 경기이다. 키잡이의 구호에 맞춰 모든 선수가 한 동작으로 노를 저을 때 가장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선수가 힘도 넘치고 노를 특히 잘 저어 남이 한번 저을 때 혼자만 두 번 젓는다고 배가 빨리 나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영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협동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과연 우리는 어린 학생의 협동심을 배양하기 위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과학계에서는 같은 실험실에 있는 연구자들끼리 항상 논의하며 공동 작업하는 것은 상례가 되어 있어서 논문도 여러 명이 같이 쓴다. 예를 들어 유력한 경제학 논문집인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의 최근 호를 보면 8개의 논문이 실력이 있는 데 그 중에 단독으로 필자가 집필한 논문은 단 두 편뿐이고 두 사람이 공동 집필한 논문이 5편, 세 사람이 집필한 논문이 1편이다. 공동 집필자 중의 한 명은 한국인이었다.

  이러한 비중이 우연은 아닌 것이 그 전 호에서도 단독 집필 4, 2인 집필 4, 3인 집필 1편 등으로 공동 집필이 50%이상 되고 있다. 우연히도 단독 집필 논문 중에 두 편이 한국인이 쓴 논문이었는데, 최근 이렇게 유력 논문집에 한국인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우리 학계의 성장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서 문제를 삼고자 하는 것은 한국인끼리의 공동작업 논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학계에서 가장 유력 논문집으로 꼽히는 경제학 연구 최근 호 를 보면 단독 집필 10편, 2인 집필 2편, 3인 집필 3편이 실려 있다. 그 전 호에서는 단독 집필 12편, 2인 집필 1편이 실렸었다. 물론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국내 논문집은 상대적으로 쉽게 실릴 수 있기 때문에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도 무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도교수와 학생이 공동 집필한 논문이 자주 실리는데 우수한 학생이 전부 유학을 떠나는 상황에서 이런 종류의 공동작업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우리의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공동 논문을 꽤 집필하던 학자도 한국에 돌아와서는 단독 연구만을 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에 있는 학자가 공동으로 연구하여 외국의 유력 논문집에 논문을 게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같은 학자가 국내에서 다른 행동 양태를 보인다는 것은 우리의 제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 중의 하나가 공동작업을 경시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공동 연구의 기본은 연구 중에 도출된 결과를 자주 발표해서 다른 학자의 의견을 듣고 다른 학자가 큰 기여를 하게 되면 공동 작업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이런 작업을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서야 각 대학에서 정례화 된 세미나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도 우리의 실정을 미루어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큰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본다. 논리의 비약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의 중요성에 비추어 조그만 연관관계만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교육제도에서 공동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동작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교육제도하에서 이런 체계적인 훈련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아쉬운 대로 현장에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28. 어려서부터 훈련해야 한다.

      입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전부 딴 공부만 하고 있어서 급기야 회의시간이면 책상 위에 아무 것도 없게 하라는 선생님의 지시가 있었을 정도였다. 발언하는 학생이 없어서 회장이 그저 몇 명 지적하면 마지못해 일어나 얼버무리기가 일수였다.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은 기회나마 살려야 한다. 앞에서 한국 교육 최대의 맹점이 토론 교육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책 당국자는 토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최근 PC통신 등에는 자발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중 고등학생도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보아 적절한 지도만 이루어진다면 토론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간혹 이런 토론을 지켜보면서 역시 우리의 토론 교육이 진정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주장만을 펴기 위해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토론은 자기 의견을 남에게 강요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의견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훌륭한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수정할 수 있는 그런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는 자세로 참여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토론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쉬우나마 논술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토론학습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여러 사람의 논술 답안을 서로 비교하는 토론을 함으로써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비교를 통해 실력을 배양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의 논술 주제가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묘한 사항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공동 작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은 그 외에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축구나 농구와 같은 운동경기를 통해서도 협동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경기만 하면 싸우는 친구가 보기 싫어 운동을 기피했던 필자는 이제 와서는 매우 아쉬워한다. 어렸을 때 그렇게 싸우고 다투며 공동생활에 적응해 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29. 조국의 앞날이 협동에 달려있다

      현재 산업계에서 기술 개발 경쟁을 보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일부 경쟁업체와의 협력마저 주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나 한 기업체가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에 비해, 공동작업에 의한 창의력의 증진은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적을 초월한 협력관계도 비일비재한 현재 우리끼리의 경쟁에만 몰두하여 좀더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경쟁할 때는 경쟁하지만 대승적인 입장에서 협력해서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그런 자세가 부족한 것 같다.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요즈음은 조직 생활에 있어 협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IMF시대에 혼자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정리 해고 1순위 대상으로 포함된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로 이미 산업계에서는 개별적인 능력보다는 조직 속에서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조직 속에서 잘 융화되는 그런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국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30.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

      이렇듯 고도로 조직화된 현대 사회에서 독불장군은 환영받지 못한다. 아무리 똑똑한 천재라 하더라도 그 천재를 인정해주는 주위 사람이 있어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욱이 감히 천재를 넘보지 못하는 보통 사람은 협동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흔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 중에는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할 정도로 사교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아예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마 그렇게 친구와 지내는 것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공부만 잘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 그렇게 혼자서 공부해도 성공할 수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필자 역시 학창시절에 공부에 있어서 만은 철저히 혼자서 공부했고,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기 때문에 훨씬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의 입시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지, 그것이 대학에서 원하고 사회에서 원하는 우등생의 모습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등지에서는 사교성이나 협동심, 지도력 등 학업이외의 활동을 포함하는 선생님이나 주위 사람의 추천서가 대학 입학시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소위 이기적이라고 알려진 학생도 점차 친구를 사귀고 이런 저런 활동을 통해 점차 협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고 여전히 독불장군식으로 친구도 없이 혼자만 지내는 공부벌레도 가끔은 있는데, 대부분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고 많은 친구를 사귀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31. 함께 공부하라

  자신의 공부 습관이나 태도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공동 작업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공동 작업은 5인 이하가 좋으며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동 작업이 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드시 실력이 비슷한 친구로 구성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성격적으로 친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다. 혹 입시공부를 하는데 있어 일시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 따져도 점수로 따질 수 없는 값진 것이다. 한 참고서를 정해서 함께 공부하며 서로 모르는 것을 묻는 시간을 갖는 정도로 함께 공부해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입시에 찌들어 서로 만나면 대화거리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의 과제를 부여해서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심리적 위안을 줄 수도 있다. 함께 공부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계획만 거창하게 세워놓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뒤쳐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뒤쳐지는 사람의 처지를 이해해서 서로 이끌어주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는 기간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과제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함께 공부하는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소한 함께 공부하는 것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나쁜 습관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함께 공부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이 생기게 마련인데, 남 탓만 하는 친구들이라면 계속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에 있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단지 학창시절에 해보지 못한 것이어서, 나는 못했지만 너는 잘 해보라는 상투어로 받아들여질까 염려된다.

참고로 말하자면 최근 2년간 유학시절에 사귀었던 선배, 동료와 함께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절묘하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배가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을 밝힐 수 있고, 그 경험에 비추어 선배로서 함께 공부하는 훈련을 일찍부터 쌓으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32. 슬럼프는 반드시 온다.

      어떤 계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2-3일 내에 슬럼프가 찾아온다. 시험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농구하다가 집에 돌아가서는 두세 시간 씩 꼬박꼬박 텔레비전을 보다가, 갑자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있으려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은 그전에는 음악을 들어가며 하는 둥 마는 둥 건성 책을 들여다보다가, 달꼬리 공법에 따라 집중해서 책을 보기 시작해도 곧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2-3일 내에 반드시 난 안 돼! 혹은 달꼬리공법은 엉터리야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거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최초의 금단현상으로 본다. 바로 이러한 최초의 금단현상은 매우 강력하고, 습관을 변화시키는데 따라 생리적 이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대학에서 상담한 학생 중에는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갑자기 불안. 초조감을 느껴 오히려 공부가 더 안 되던 학생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갑자기 생긴 생리적 이상현상을 호소한 적도 있다.

  그러나 딱히 별다른 대책은 없다. 최초에 맞는 강력한 금단현상은 의지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고통스러울수록 더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다섯 시간쯤 연달아 앉아 있으라고 권한다. 심지어 학생에 따라서는 평소와는 달리 화장실을 자주 다니기도 하는데 이 역시 금단현상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삼가면서 다섯 시간쯤 앉아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30분에서 1시간만 열심히 책을 보고 나면 곧 책 속의 글씨는 보이지 않고 잡념만 들것이다. 두 시간 정도만 앉아 있어도 온몸이 쑤시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럴수록 더욱 자세를 바로잡고 더욱 책에 집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책 속의 글씨가 잘 보이지도 않으니 내용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히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과목으로 바꾸고 싶은 유혹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금단현상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처음에 세운 계획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50분 공부하고 10분은 휴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대학생 중에도 많은 학생이 이 초기단계를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일어났다가 30분에서 1시간을 허송세월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역시 금단현상으로 보면 틀림없다. 무조건 앉아있어야 한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금연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담배를 서서히 끊는 것보다는 일시에 완전히 끊을 때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서도 서서히 바꾸는 것보다는 완벽한 변신을 꾀한 후 밀고 나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생각된다.

  아침에 늦잠을 자던 사람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완벽한 변신을 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매일 늦잠만 자던 사람이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소리, 사람소리, 차소리 등 고요를 깨는 아침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하면 스스로 새로운 사람이 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침에 졸리기만 하고 능률이 오르지 않겠지만, 한 주일 두 주일 계속 의지로 이겨내면 곧 적응할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절제능력이 없다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물론 늦잠을 자면서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학생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것저것 해 보고도 잘 안 되면 일단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최초의 금단현상을 이겨내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책상에 일정한 시간 이상을 앉아 있으며,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음악을 듣는 등 딴 데 관심을 두지 않고 책만 볼 수 있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높다.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할 것 있을까하는 여유로운 생각을 가지다가 자칫 금단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무조건 참으면 곧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으로 몸이 적응하게 된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유혹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지켜보라는 의미에서 장황한 설명을 하였다. 인체는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신비로운 조직이다. 그야말로 조물주가 만들어낸 최고의 창조물이 아닌가?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조차 너무도 모르고 있는 것이 많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곧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신체를 적응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33. 서서히 진전이 있게 된다.

      오랜 시간 책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서서히 생각도 단순화되고, 이에 따라 잡념이 많이 사라지게 된다. 자연히 마음이 편안해지고, 괜히 불안해서 자리가 들썩이는 그런 생리적 이상 현상은 저절로 없어진다.

  가장 큰 변화는 집중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약 2주일 정도 지나자 현격한 변화를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를 비롯하여 군에서 제대해서 복학하였을 때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학원에 들어 왔을 때 등등 여러 번 이런 과정을 거쳤었다. 처음에 느끼는 고통이 크면 클수록 더 빨리 편안하게 공부에 적응할 수 있었다. 밤이면 그 날 공부한 것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미소지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아침이면 생동감 있고 도전적인 자세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에 잡념이 끼어 들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큰 진전을 달성한 후에도 안심해서는 안된 다. 2차 금단현상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한 학생 중에 여러 명이 이 단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문제는 2차 금단 현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가 없다는 것이었다. 두 주일 열심히 공부하고 나니 이제 다 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대학생의 경우에는 두 주일 열심히 공부하고 나니 매일 만나던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다시 친구들 만나고 술도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딱 하루만 시간을 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에는 또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만나고 하다 보니 일주일 정도가 지나가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사이 생활은 다시 흐트러져 원래로 돌아가 있더라는 것이다.

  성적이 많이 올라 자신도 모르게 자만심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한 열흘 다시 여유 있게 보내고 시험공부를 조금 했더니 성적이 유지가 되어서, 이제는 습관이 제대로 들었나보다 생각하고 안심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성적이 한참 떨어져 복구하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되어 가는 듯하니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영화도 보고 아침에 늦잠도 좀 자고 하지 뭐 하다가 망쳐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2차 금단현상으로 보고 싶다. 이유 중의 하나는 이렇게 중도에서 그만 둔 학생은 다시 마음을 잡고 시도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마치 한번 담배를 끊다가 실패한 사람이 담배를 더 끊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꾀하는 공부방법을 권고하는데 망설이게 된다. 어린 학생에게 너무 고통을 강요하여 서서히 공부를 하면 잘 할 수 있는 학생을 오히려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의 정신력이면 누구나 능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흔히 필자의 방법이 공부에 있어서 최고의 격언으로 알려진 'steady and slow'(견실하고 천천히)와 배치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 공부할 때 기본 원리를 차근차근 따져서 서두르지 말고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slow가 중요한 것이지, 처음에는 하루 1시간 씩 공부하다가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자의 방법은 steady한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매일 3시간 공부하고 2시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보다는 매일 5시간 공부하는 것을 규칙으로 삼을 때 유지하기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슬럼프가 오는 것은 어떤 공부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찾아오게 마련인데, 자신도 모르게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이를 2차 금단현상으로 규정하여 경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고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웬만한 슬럼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처음에 온 급격한 고통을 이겨낸 후에 다시 자신도 모르게 해이해 졌다면 2차 금단현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고려해 보아야 한다. 며칠 간 자신의 행동이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나태해졌다면, 그것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현상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결코 자신의 성격이 그렇다거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금단현상이고 이미 많은 사람이 슬기롭게 대처한 것이므로 자신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집중력이 발휘되어 한번 보기만 하면 금방 외워지고, 시험 성적도 막 뛰어오를 때가 되면 2차 금단현상이 올 수 있음을 미리 대비하고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통제하에 주말 오후에는 휴식을 취한다든지,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1시간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한다든지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의 큰 골격을 깨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미리 대비하면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 여유를 가지고 조심하면서 생활하다가 자신감이 붙으면, 다시 온몸을 불사르듯 맹렬히 공부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큰 성과를 올려야 나중에 여유 있는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급을 조절하며 서너 달 공부하면 곧 최고의 반열에 들게 된다.


  34. 도가 깊으면 마도 깊어진다.

      3개월 열심히 공부하면 목표는 거의 달성된 것이다. 최초에 보기 시작한 참고서를 2-3회 정도 책표지에서부터 마지막장까지 20일 정도에 독파할 수 있었다면, 이제 고교수준에서의 공법은 완성단계에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성의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제 가지 못할 대학은 없다고 보여진다. 이미 그런 과정에서 성과도 충분히 나타났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필자가 주장한 대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학생은 이제 더 이상 남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그대로만 밀고 나가면 무조건 되게 되어있다.

이 단계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기에 약간의 여유를 부려도 한번 익힌 공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다면 점차 쌓아 논 공력이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되 이제 폭팔 수준에 다다른 내부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꾸준한 운동이 가장 좋겠으나, 여의치 않으면 주말에 등산하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이제 성적도 어느 정도 좋아졌을 것이고, 본인 스스로도 크게 안정되어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옛날 도사들간에 전해 오는 격언 중에 '()가 깊으면 마()도 깊어진다.'는 말이 있다. 필자의 표현대로 하자면 3차 금단현상쯤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폭발 수준에 다다른 스트레스를 의미하는 내부의 마가 최후의 반격을 시도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때의 마는 내부에서 너무나 그 힘을 축적하여 한번 폭발하면 겉잡기가 쉽지 않다. 이미 몇 번의 금단 현상을 무사히 넘겼으나 그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시련이 또 있을 수 있다.

  공부를 하지 못하게 굴복시키려는 악마가 여럿 있는데 하나하나 무찔렀더니 마지막 남은 마왕이 직접 등장했다고나 할까? 여러 번 유혹하였으나 실패한 뒤라서 이제는 필살의 무기로서 덤벼들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한번 굴복에 완전히 공부에 손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그런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멀쩡한 모범생이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술 마시고 객기부리다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되고, 그 이후에도 경찰서에서 받은 적절치 못한 대우를 핑계로 계속 사고를 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주위에서 너무나 똑똑한 나머지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에 빠진 학생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갑자기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춘기인 청소년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에 빠질 권리가 있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병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두 포기한 채 사랑만 쫓아다니는 경우이다. 대부분 후에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마치 열병에 걸린 듯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왜 사랑과 공부는 양립할 수 없을까? 물론 집중력을 저해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정상적인 경우라면 서로 어려운 고교시절을 도와가며 대학에 들어간 후에 자유롭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마왕에 홀린 것처럼 때로는 처음부터 그런 정상적인 경우가 될 수 없는 사람에 빠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문제아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이다. 물론 걱정하는 부모들이 반대를 할 것이고, 그때부터 둘의 사랑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달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정도까지는 나의 말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대개 많은 경우에 이 입시준비시절 부모님 중 한분 혹은 모두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수십만 고교생들 중에 그런 경우를 당하는 경우가 꽤 있게 마련인데, 당사자는 갑자기 상심하여 공부와는 손을 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 부모를 생각한다면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여야 할 터이지만, 당사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실의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을 때 이런 3차 금단현상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35.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기 쉬운 사춘기

      사춘기를 무난하게 넘기지 못하면 일생일대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장을 하던 친구가 자퇴를 했다. 입학당시 수석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던 반장이었기에 자퇴했다는 소식에 모두 놀랐다. 겉으로 보기에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한 선생님께서 학급 전원의 나태함을 질책하는 차원에서 반장을 때렸다. 평소 남자다움을 강조하던 선생님께서는 교직에 선지 얼마되지 않아 매질한 경험은 별로 없으셨는지 우리가 보기에도 좀 우악스럽게 매질을 하셨다.

  아마 감정이 여린 반장에게는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꼭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다면, 평소에 품은 생각을 실행에 옮기게 하는 계기는 된 듯하다. 다음 날부터 결석하더니 얼마 후에 자퇴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친께서 교직에 계셨기에 극구 말리며 설득을 했지만 소용없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그 친구는 우리가 졸업하던 해 서울법대에 입학했다. 학창시절을 그야말로 외롭게 보냈겠지만 그런 대로 잘 마무리가 된 셈이다. 그렇지만 당시 그 부모의 입장에서 얼마나 불안했을까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별 것 아닌 일로 무너질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있다.

 필자는 이 친구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하던 학생도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하기 위해 예를 찾다가 기억이 났다. 그 친구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해 다시 물어볼 기회도 갖지 못했다. 당시의 생각과 지금의 소감은 어떨까? 지금 그 친구가 내릴 평가가 궁금하다.

  언제나 무너질 수 있는 사춘기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일단 한번 걸려들면 모두 한방에 완전히 공부에서 손을 떼게 만들기에 공부 방법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런 고비에 닥쳤을 때 다시 한 번 교묘한 금단현상에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잠시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보라. 나이가 들면 세상을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 자체가 도를 닦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인간은 언제나 너무도 나약한 존재이다.

 

  36.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 무예 고수인 주인공은 싸움을 피하지만 상대를 몰라보는 동네 깡패들이 달려들었다가 경을 치고는 도망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반면에 고수끼리의 결투는 매우 조심스럽다. 손놀림이나 발놀림 하나도 무예의 경지를 자연스럽게 나타내 주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무협지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렇다. 태권도 도장을 다니고 6개월 쯤 지나면 여기저기 싸움만 하고 다니다 고수를 만나 혼났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고수는 하수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하수는 고수의 기술을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이 결코 다다르지 못한 경지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하수로서는 달려들었다가 경을 치고 나서야 고수를 알아보게 되는 법이다. 공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 번도 그런 공부법을 써보지 못한 학생으로서는 느낌을 제대로 가질 수 없다. 책을 보고 있으면 책 속의 글씨가 저절로 파고드는 느낌을 느껴본 학생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믿고 따라보라는 의미로 해 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또 다른 교훈도 있다. 흔히 많은 학생이 조금 공부한 후에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고수를 몰라보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많은 학생이 선생님이 실력이 없다고 매도하며 우습게 본다. 물론 학교 선생님에 따라 설명에 능하지 못하신 분도 있고 실력도 천차만별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을 가르치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없는 선생님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이런 학생이 자신의 실력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 실력이 향상된다.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과거에 자신의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런 비교를 할 수 있다면 곧 실력이 더 향상된 후의 상태가 어떨 것인가를 궁리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때 비로소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실력 있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음은 곧 자신의 상태를 모른다는 의미이고, 자신의 상태를 모르면서 향상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여러 곳에 적용할 수 있는 명언이다. 성적이 올라야 한다. 공부를 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공부는 잘못된 공부이다. 아마 처음에는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고교 시절에는 실력을 판단해 주는 좋은 측정치가 있다. 바로 성적이다. 어떤 시험을 치든 성적이 올라야 한다.

  영어공부를 한 달 열심히 했는데 영어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영어공부는 잘못된 것이다. 흔히 시험공부를 등한시해서 그런다고 하는데 그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어차피 같은 공부라면 시험 때 시험공부해서 자신의 실력을 측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가 된다. 특히 최근에는 내신이 중요하므로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공부 방법이 제대로 되면 곧 성적이 올라야 한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모든 것에 우선해서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지적한대로 공부방법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친구, 선배나 선생님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37. 시험을 장악하라

      물론 누구나 자신의 점수가 얼마나 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점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 같다. 어떤 시험을 치르던지 자신의 실력을 알고, 시험에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는가를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의 방법이 순식간에 머리에 떠오를 정도로 미리 확실하게 장악해야 한다.

  시험을 장악한다는 것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항상 100점을 맞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알고 그리고 시험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제대로 장악이 되면 비로소 전술을 세울 수 있다. 배점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 본고사가 있었을 때는 자신의 수능시험 점수에 따라 본고사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수능시험 성적이 뛰어나다면 크게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합격이 가능할 것이므로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문제를 풀 때 모든 문제를 다 풀려고 노력하느니 보다는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아서 중간점수를 확실히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반대로 수능시험 성적이 저조하다면 본고사에서는 모험을 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 점수 차가 크게 나는 수학과목에 승부를 거는 것이 하나의 전술이 될 것이다. 쉬운 문제를 빨리 풀고 어려운 문제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남이 못 푸는 문제를 푸는 그런 승부수를 띄어보는 것이다.

요즘 같으면 논술시험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수능이나 내신 성적이 우수하다면 논술시험에서 크게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서론, 본론, 결론식의 전형적 형태의 답안을 쓰도록 노력하면 될 것이다. 논술의 결론도 무난한 것이 좋을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담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답안이지만, 무리를 하지 않는 차원이라면 다양한 의견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무난한 답안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수능이나 내신성적이 나쁜 학생의 경우에 작성하는 논술 답안은 획기적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평균적인 점수를 받아서는 어차피 떨어질 시험이라면 모험을 거는 것이 합리적 전술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를 장악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논술이라면 자신의 주관을 확실하게 보일 수 있는 결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채점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답안을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사 자신의 평상시 의견이 아닐지라도 소수 의견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결론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작부터 화끈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논술시험에서 금기사항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일부분 포함해도 때로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나서 이런 희한한 결론과 도입부를 논리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시험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전술에 대해 실력을 키울 생각은 안하고 약삭빠른 행동만 한다고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내용의 글을 쓴다고 할지라도 독자에 따라 다른 글을 쓰는 것이 정상적이다. 때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펴고 싶다면 평상시와 다른 글을 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논술이 글을 쓰는 훈련이라면 바로 이렇게 자신의 처지에 맞게 다른 글을 쓰는 것조차도 훌륭한 훈련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완벽하게 장악하라는 주문을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임기응변을 하는 것이 결코 약삭빠른 행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면 상사의 뜻을 거스르거나 직장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험을 볼 때도 그런 훈련을 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Ⅲ. 나가며


     우리나라의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미래는 자식에게 달려있다는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야말로 세계에서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들이 공부 잘 해서 일류대학에 가는 일이 부모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자식들이 공부를 잘 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공부할 때 나쁜 습관이 있는 지 살펴보아야 한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열 가지가 발견될 것으로 생각된다.

  

  1. 나쁜 공부 습관은 과감하게 버리자

    ① 앞에 얼마나 공부했는지 자꾸 들춰본다.

     → 들춰봐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② 정각에 시작해야지.

     → 그냥 바로 시작해야 한다.

    ③ 이건 시험에 안 나올 거야.

     → 학생은 출제자가 아니다.

    ④ 그냥 외우자.

     → 그냥 외우면 다 잊어버린다.

    ⑤ 계획한 공부 다 했다!

     → 공부는 끝이 있는 것이 아니다.

    ⑥ 이건 내 탓이 아니야.

     → 공부 안 되는 이유는 언제나 나에게 있는 것이다. 자신을 합리화하지 말라.

    ⑦ 앞부분만 열심히 공부하고 뒤로 갈수록 대충대충 용두사미 격으로 공부한다.

     → 시험은 뒷부분에서도 출제된다.

    ⑧ 이 부분은 나중에 해야지.

     → 지금 안 하면 나중에는 못한다고 보면 된다.

    ⑨ 책을 사 모은다.

     → 다 보지도 못 할 책은 많이 사면 돈만 낭비한다.

    ⑩ 이 걸 언제 다 하나!

     → 걱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가 해 줄 수도 없다. 그냥 하자.


  2. 자기 주도적 학습이 정답이다.

     학생 자신이 직접 자신의 학습 욕구를 진단하고, 학습목표를 정하고, 학습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탐색하고, 적절한 학습 전략을 선택하여 실천하고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 즉 전체적인 학습과정을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학습으로 학습 경험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으로 1차적인 책임을 학습자가 맡은 과정이다.

  그러나 자기 주도적 학습은 혼자서 배운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습자가 교사와 동료들과 함께 배워가는 가운데서 학습 능력을 키우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 학습 요소인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게 되는 적극적인 의미까지 포함한다. 학습 활동의 주도성을 학습자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주위에서 조언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왜 학생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이 필요할까?

첫째, 학습에 있어서 학습 주도권을 갖고 있는 학습 주체자인 학생이 가만히 앉아서 가르쳐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학습하고 더 잘 배우게 된다. 이들은 뚜렷한 목적의식과 동기를 가지고 학습에 임하며 수동적 학습자 보다 학습한 내용을 더 오래 파지하고 그것을 더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기 주도적 학습은 자연적, 심리학적 발달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처음 모체에서 태어날 때는 의존적인 존재에 불과하지만 성숙해지면서 점차적으로 부모, 교사, 다른 성인들의 통제로부터 독립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지는 능력을 개발하여 자기 인생의 주도적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에 대해 주도권을 가져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 하게 된다.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때문이다.

넷째, 학습자는 새로운 지식을 쉽고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학습을 생활 그 자체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 교육 이후의 학습은 급변하는 국제 사회에서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요구되는 지식, 기술, 이해력, 내도 가치를 습득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해줄 수는 있을지언정 자식 대신에 공부를 해줄 수는 없다. 따라서 공부는 학생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 자신이 직접 자신의 학습 욕구를 진단하고, 학습목표를 정하고, 학습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탐색하고, 적절한 학습 전략을 선택하여 실천하고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 즉 전체적인 학습과정을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학습으로 학습 경험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으로 1차적인 책임을 학습자가 맡은 자기 주도적 학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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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8.03.21 11:40

    첫댓글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아도 정말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한 기사랍니다. SALT의 취지와도 물론 일맥상통하는 교육청 학무과장께서 작성하신 공부 잘하는 법입니다.

  • 08.03.22 20:21

    감사합니다. 김원장님^^

  • 08.03.26 16:25

    아이들 공부에 좋은 참고가 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08.06.03 07:40

    구구절절하게 옳으신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 09.07.04 23:06

    좋은 말씀 가슴에 또한번 새깁니다. 제가슴에서 딸아이 가슴으로 옮아 가겠지요

  • 09.08.04 16:23

    좋은 말씀 감사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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