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거든 옷깃을 여미고 소란하거든 귀 기울여야 내 마음을 볼 수가 김귀주 요한 20260827 별 것 아닌 것이 사는 것이라는데 나이먹도록 이리 힘들까보다 뙤약볕에 서서 돈을 벌어야 입에 풀칠하고 시집 장가간 자식놈들 행복하기를 손주아이도 지 갈길을 잘 가기를 성당문앞에 들어서면 무당같이 빌고 하늘을 보면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꼭 그만큼만 주시라고 기도답지도 않은 흉내로 시답잖은 애원한답시고 문턱이 달토록 뭉게구름 너머 하늘을 우러렀으니 죄인은 죄인, 하늘보기가 민망하다 한없는 하늘을 붙들고 애원을 한평생했으니 저 하늘이 저리 멍들어 푸르고 저 들숲이 푸르다 못해 메말라 바짝 타들어가 올해는 이리 땡볕이리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갑다 널리고 널린 목숨들 그리많던 이 별에 폭우와 산사태 그리고 뜻모를 살육의 폭력 전쟁터 허망한 주검만이 어른거리니 내 나이먹도록 이런 날은 처음이라는 인생들 하느님의 아들도 오죽했으면
사람들은 산을 보고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라' 할 것이며, 언덕을 보고 '우리를 가리워 달라' 할 것이다. 생나무가 이런 일을 당하거든 마른 나무야 오죽하겠느냐.
마지막 죽음앞에서 유언으로 남기셨을 불쌍한 군중에게 연민을 품으셨을까
나는 생나무런가 마른나무런가 분간도 못하는 각성에 어찌할 바를 모르니 이리 그런대로 살다가 가볍디 가벼운 넋 하나라도 이별에 그림자 하나 없이 둥둥 떠 갔으면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줄 알 것을 들에 핀 한떨기 꽃빛을 그리워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