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용산(禿用山 955.7) 산행은 오래전 부산일보의 가이드를 따라 남동쪽의 시엇골에서 동문을 거쳐 오르지만 이번엔 국제신문을 따라 성주호를 기·종점으로 잡았다.
산길이 가파르고 또 힘들지만 원점회귀이므로 컨디션에 맞게 산행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성주군은 가야산 국립공원의 이름을 따서 ‘가야산 선비산수길’을 조성했다.
가야산 선비산수길은 ‘1코스 성주호 둘레길(23.9㎞ 1코스)’과 ‘2코스 가야산 에움길(11.3㎞)’로 돼 있다.
‘1코스 성주호 둘레길’은 다시 성주호를 한 바퀴 도는 ‘성주호길’과 독용산성을 찾아가는 ‘독용산성길’로 나뉜다.
독용산성(禿用山城)의 축성시기는 알 수 없으나 가야시대 산성으로 영남지역의 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숙종(1675년) 때 관찰사 정종휘가 개축한 둘레는 7.7㎞로 동서남북 4대 성문과 3곳의 암문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에 아치형 뼈대가 남아 있던 동문과 산성 일부를 복원했다.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조선후기 성주 출신 성리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가 지은 한시.
정구 사후 후손과 문인들은 정구가 은거하던 대가천 상류를 무흘구곡으로 인식하고, 이 작품을 무흘구곡을 대상으로 창작한 무흘구곡시로 인식하였다.
우리는 독용산성을 머리에 이고, 대가천 무흘구곡에 발을 담궜다.
'넉바위'는 '광암(廣岩)'이라고도 부르는 마을이름.
이는 마을 어딘가에 넓직한 '너럭바위'가 있어 불려졌던 듯하여 산자락을 올려다 보았더니 잔뜩 찌푸린 하늘만 들어찬다.
산행코스: 금수문화공원-등산로입구-독용산성암문-독용산-동릉-임도-주차장-성주호전망대-자연휴양림-아라월드입구-성주호둘레길(영모재)-금수문화공원(12㎞,6h)
궤적.
12km(6시간)
<고도표>
<국제신문>
<부산일보> 시여골.
산봉우리는 딸랑 하나.
그러나 문화와 역사, 철학을 일컫는 소위 인문학적 관점으로 보면 그 내밀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독용산성의 역사와 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한강 정구 선생의 대가천 무흘구곡의 시문과 철학은 화룡점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에 쫓기는 무지한 여행객의 일정이야 어쩔 수가 없었지만.
'성주군 금수면 무학리 47-2'를 입력하여 '금수문화공원' 옆 주차장 입구에 차를 댄다.
산길은 '독용산성 등산로 입구' 입간판 건너 '넉바우식당' 입간판 우측으로 열리고 있다.
입구의 '가야산 선비산수길' 안내판.
다리 건너 '넉바우식당' 간판 아래에...
'독용산성 동문 2.5km' 이정표가 있다.
농로가 끝나면서 무덤을 지나고...
솔숲길에 들어선다.
된비알에서...
바위를 우회했더니...
뒤돌아 조망이 열린다. 금오지맥의 염속산과 빌무산이다.
나무사이로 빼꼼히 대머리봉이 보여 살짝 당겼더니 운무덮힌 산꼭대기가 흡사 대머리를 닮았다.
"아항~ 이래서 독용산이라 부른는 갑다."
커다란 바위 정수리는 시인묵객들이 시회를 열었음직한 너럭바위.
가파른 길...
그 정수리 뾰족 암봉에 올라 보았다.
터지는 조망. 아까부터 보아온 금오지맥이다.
독용산 우측 멀리 굵은 산줄기는 백두대간인 듯.
<파노라마>
가파른 산길을 올라 이정표를 확인하니 꼴랑 1.1km를 올라왔넹.
완만해진 능선에서 앞서간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도 간단 요기를 한 뒤 성곽을 올라선다.
이제 성곽을 따라 걷는 길.
복원된 성곽의 돌출된 부위는 '치(雉)'. 성벽에 기어오르는 적을 쏘기 위하여 군데군데 내밀어 쌓은 돌출부를 말한다.
복원된 성곽을 따르는 길은...
제법 가팔라...
가쁜 숨을 몰아 쉬는데, 고개를 드니 성곽에 작은 사각 돌문 하나가 보인다.
암문(暗門)이다. 성곽의 후미진 곳이나 깊숙한 곳에 적이 알지 못하게 만드는 비밀 출입구다.
암문에서 돌아보는 풍광. 어느새 구름모자를 덮어썼다.
암문을 통과하여...
돌아본 모습. 잔뜩 쑤그려야만 한다. 오래전 군대생활 할 때 쪽문을 드나들며 술심부름을 했던 생각이 난다.
다시 성곽을 따라 걷는 길.
복원하지 않은 성곽을 따른다.
'독용산성가는길'에서 '배바위'와 '넉바위' 갈림길이 표시되어 있다.
독용산에 올라 표지기를 건 뒤...
기념사진을 남긴다.
산친구 '권형님'과 '한덤' 님. 표정에 혈색이 돌아 "새장가 가도 되겠수."ㅋㅋ
독용산 이정표.
독용산에서 국제신문의 가이드를 벗어나 두루뭉실한 동쪽능선으로 내려서니 뚜렷한 길은 없으나 선답자들의 흔적이 난무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에 내려서서...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본다. 119표지판엔 '라마 5488 6737'.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자 시엇골 갈림길.
복원한 동문에 내려섰더니...
한곳에 모아둔 5기의 비석들이 있다.
'별장박시연선정비'
'별장장천학불망비' .
'목사이용화불망비'.
'별장이승무선정비'.
'주진기관배公능헌불망비'.
2충 누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본다. 내려가는 산길이다.
동문 아래의 안내판을 확대하였다.
내려서서 뒤돌아본 모습.
임도를 따라 주차장을 지나면서...
독용산성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는다.
망주석(望柱石) 두 개가 있는 잘 관리되고 있는 무덤을 지나면서 석주(石柱)의 다람쥐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세호(細虎)라고 하며, 다람쥐는 우주상행(右柱上行)과 좌주하행(左柱下行)이 원칙이다.
그러니까 오른쪽은 위로, 왼쪽은 아래로 기어내려가는 모습이다.
구불구불한 임도가 지겨워 샛길을 내려서서 임도 표석이 있는 곳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거기가 거기다.
좌측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성주호 전망대 방향으로 걸으며...
성주호를 조망한다.
데크가 있는 곳에서...
'독용산성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데크로 열려 있으나 찢어진 출입금지 현수막이 길을 막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아니면 후양림을 내려갈 수 없으니 성주호전망대를 다녀와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내려설 것이다.
이곳의 이정표.
성주호전망대는 사각정자 뒷편 작은 봉우리에 있다.
성주호 조망과 자연휴양림.
사각정자 뒤로 '성주호전망대'는 0.1km의...
데크계단.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올랐다.
구름모자를 덮어쓴 이 산은 그 유명한 가야산국립공원.
성주군 칠불봉과 합천군 상왕봉을 두고 누가 더 높으냐고 티격태격이지만 아직까지 판정은 '합천 가야산'이다.
이는 정상의 높이야 칠불봉이 더 높을지라도 봉우리의 위용이 상봉산이 더 우람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산자락 아래에 유명한 고찰 해인사가 합천군에 있으니 어쩔 수 없어 뵌다.
한강 선생의 (숙야재(夙夜齋)에서 가야산(伽倻山)을 바라보며)라는 시를 읊어본다.
전신의 참모습을 아니 내놓고 / 未出全身面
기묘한 한 꼭대기 살짝 드러내 / 微呈一角奇
조물주 숨은 뜻을 알겠고말고 / 方知造化意
인간 행여 천기를 보게 할 수야 / 不欲露天機
성주호(자연휴양림)로 내려서는 계곡길에 황토색 신설임도가 나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출입금지로 막은 이유가 저기에 있었다.
성주호전망대에서 '신흥뒷산(△562.6m)'으로 가는 길.
아까의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출입금지현수막을 들어올려 데크를 지나 잘 닦여진 산길을 내려섰더니 신설 임도가 나타난다.
절개지를 내려서 돌아 보았더니 난감해하는 두 분. "생땅이라 빠지지 않아요"
신설임도에서 트랙이 이어지는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니 정비된 수로에 다시 임도가 지나고 있다.
따라서 임도 우측으로 진행하면 돌아서 내려서게 되는 것.
걸음도 가벼웁게...
휴양림 시설지구를 내려서면...
아스팔트. 독용산성자연휴양림은 현재 정비작업중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휴양림 관리사무소 앞에 휴양림 안내판이 있고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면 안내소.
아라월드 입구에 내려섰더니...
앞서간 총무 팀들이 머물고 있다. 물젖어 이끼낀 길에서 미끄러졌기 때문이란다.
119를 부르려다 아예 우리 버스를 부른다. 그새 우리는 예정된 성주호둘레길로 접어 들었다.
입구의 안내판과 이정표. 가야산 선비산수길 안내판과 성주호 둘레길.
영모재 삼거리에서 가야산 선비길.
비석은 '청주한씨절제공파성주세거기적비.
꽁꽁 잠겨진 장견문(將見門).
담넘어 카메라를 높히 들어 '영모재(永慕齋)'현판을 당겼다.
정식 명칭은 '봉두리 영모재(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54호)'.
부교 안내판을 따라...
성주호로 내려서면 부교(浮橋)가 가설되어 있다.
돌아보는 모습의 성주호 건너에 신흥뒷산?
산자락으로 올라선 뒤...
데크를 지나 연거푸 쉼터정자를 지나고...
다시 데크를 지나면...
곧 대가천을 가로 지르는 '광암교'가 눈앞에 나타난다.
목교를 건너며...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행을 마친 일행들이 맑은 계곡수에 지친 몸을 담그고 있다.
환자를 태우고 온 우리 버스가 주차장에 사뿐히 앉아있다.
성주 출신의 유학자 한강 정구 선생이 지은 '무흘구곡'은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떠 성주 대가천을 거슬러 오르며 풍광이 빼어난 아홉 곳을 차례로 이름 붙이고 노래를 남긴 곳으로 제1곡~제9곡까지 그 전체 길이가 35km에 이른다.
제1곡은 회연서원이 있는 봉비암으로 성주 수륜면 신정동, 소위 양정소가 있는 바위 언덕이다.
제2곡은 한강대로 수륜면 수성동 갓말마을 서쪽에 있는 갓말소의 절벽.
제3곡은 금수면 무학동 배바위(선암:무학정).
제4곡은 금수면 영천동 선바위(입암).
제5곡은 금수면 영천동은지의 사인암으로 이상 5곡은 성주군에 있다.
제 6곡은 김천시 증산면 유성리의 옥류동.
제7곡은 증산면 평촌리 만월담.
제8곡은 증산면 평촌리 와룡암.
제9곡은 증산면 수도리의 용소로 이상 6곡~9곡은 김천시에 있다.
武屹夜詠 (무흘정사(武屹精舍)에서 한밤에 읊조리다)
산봉우리 지는 달 시냇물에 어리는데 / 峯頭殘月點寒溪
나 홀로 앉았을 제 밤기운 싸늘하다 / 獨坐無人夜氣凄
여보게 벗님네들 찾아올 생각 마소 / 爲謝親朋休理屐
짙은 구름 쌓인 눈에 오솔길 묻혔거니 / 亂雲層雪逕全迷
<한강 정구선생>
첫댓글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노고에 감사합니다.
행복한 일요일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