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2:17]
두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가 우리로 서약케 한 이 맹세에 대하여 우리가 허물이 없게 하리니..."
맹세에 대하여...허물이 없게 하리니 - 정탐꾼들은 3가지 조건 < (1)창에 붉은 줄을 매어 달것 (2)온 가족이 다함께 모여있을 것 (3)정탐 사실을 누설치 말것을 붙임으로써, 라합에게 서약한 자신들의 맹세를 아무런 하자 없이 지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구절은 만일 이러한 조건이 라합에 의해 이행되지 못할 경우, 그들은 자신들의 맹세에 대해 책임이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수 2:18] "우리가 이 땅에 들어올 때에 우리를 달아내리운 창에 이 붉은 줄을 매고 네 부모와 형제와 네 아비의 가족을 다 네 집에 모으라..." 이 붉은 줄 - 이 줄은 정탐꾼들을 달아내리운 그 '줄'을 가리킨다. 정탐꾼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고 또한 라합과 그 권속을 구하게 될 이 붉은 줄에 특별한 생명적 의미를 부여하여 그렇게 지시한 것 같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이 붉은 줄이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속죄의 피를 예표한다고 해석하였다..
이 붉은 줄의 의미를 출애굽 직전 문설주에 뿌려진 유월절 어린 양의 피와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성경 전체의 사상을 통해 볼 때 '붉은 색'은 생명과 구원을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대속의 피와 밀접히 연관된다. 네 집에 모으라 - 초대 교회의 교부 오리겐은 라합의 가족들이 오직 집 안에 있을 때에만 구원이 약속된 사실에 근거하여, 그리스도의 피를 통한 구원은 오직 교회 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수 2:19] "누구든지 네 집 문을 나서 거리로 가면 그 피가 그의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우리는 허물이 없으리라 그러나 누구든지 너와 함께 집에 있는 자에게 누가 손을 대면 그 피는 우리의 머리로 돌아오려니와...." 그 피가 그의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갈 것이요'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서, 곧 이 말은 '죽음에 대한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 또는 '너의 잘못(죄) 때문에 네가 죽는 것이다'란 뜻이다.
[수 2:20] "네가 우리의 이 일을 누설하면 네가 우리로 서약케 한 맹세에 대하여 우리에게 허물이 없으리라..." 허물이 없으리라 - 이 말에 해당하는 기본 동사 '나카'는 '짐을 벗다', ' -로부터 자유케 되다', '무죄하다'등의 의미이다. 즉 정탐꾼들이 라합에게 제시한 세 가지 조건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정탐꾼들은 하나님 앞에서 서약함으로써 자신들을 얽어맨 그 '맹세'로부터 자유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수 2:21] "라합이 가로되 너희의 말대로 할것이라 하고 그들을 보내어 가게하고 붉은 줄을 창문에 매니라..." 너희의 말대로 할 것이라 - 이스라엘 정탐꾼들에 대한 라합의 전적 순종의 모습이 돋보인다. 라합은 자신과 자신의 권속이 멸망으로부터 구원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 순종 뿐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라합의 이러한 순종은 물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앙으로 인해 라합은 결국 그리스도의 족보로 편입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라합의 구체적인 순종의 행동은 이스라엘 군대의 여리고 성 진격에 맞춰 필요할 때 행해졌을 것이다...[수 2:22]"그들이 가서 산에 이르러 따르는 자가 돌아가도록 사흘을 거기 유하매 따르는 자가 그들을 길에서 두루 찾다가 만나지 못하니라..." 사흘을 거기 유하매 - 두 정탐꾼이 라합의 충고를 충실히 따랐음을 알 수 있다. 길에서 두루 찾다가 - 직역하면 '모든 길을 수색하다'이다.
여리고 성에서 요단 강까지의 거리는 불과 13km이며, 도보로는 3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이다. 이 일대를 삼 일 동안이나 샅샅이 뒤졌다는 사실은 정탐꾼들을 체포하기 위해 여리고 성의 군사들이 안간힘을 썼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큰 실수는 정탐꾼들이 숨어 있는 '산'이 아닌 '길'만 뒤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사흘 동안 산 속에서 꼼짝말고 숨어 있으라는 라합의 충고가 주효했음을 알게 해 준다. 왜냐하면 만알 정탐꾼들이 혹시라도 돌아가는 상황이 궁금하여 산에서 내려와 길로 들어섰다면 틀림없이 발각되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 2:23] "그 두 사람이 돌이켜 산에서 내려와 강을 건너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나아와서 그 당한 모든 일을 고하고..." 고하고- '조사하다', '쓰다', '수를 세다'를 뜻하는 말로, 곧 보고 겪은 사실을 자세히 기록하여 샅샅이 보고했다는 뜻이 된다. 한편 이 두 정탐꾼의 보고의 핵심은 '여호와께서 그 온 땅을 우리 손에 붙이셨다'는 내용인데, 이는 오래 전 가데스에서 모세가 열 두 정탐꾼을 보내었다가 그들의 귀환후 벌어졌던 부정적인 상황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수 2:24] "또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진실로 여호와께서 그 온 땅을 우리 손에 붙이셨으므로 그 땅의 모든 거민이 우리 앞에서 간담이 녹더이다..." 우리 손에 붙이셨으므로 - '붙이다'의 히브리어 '나탄'은 번역상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나, 대체적으로 '주다', '양도하다', '위임하다' 등을 뜻한다. 따라서 이말은 '우리의 손 안에 넘겨 주셨으므로'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간담이 녹더이다 - 두 정탐꾼이 이처럼 여호수아에게 자신있게 보고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라합의 정보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매우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히브리 특유의 표현 방법이다. 이처럼 히브리인들은 어떤 상황을 묘사함에 있어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심지어 심적상황까지도 구체적인 신체 부위를 예로 들어 마치 눈에 보이듯이 생생하게 표현하는 수사학적 특징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