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하면 조계종 소속 전통사찰을 떠올린다. 거의 대부분의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이 조계종 소속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조계종 사찰이 아닌데도 훌륭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이웃종단 사찰도 있다.
그 대표격이 태고종 소속 순천 선암사이다. 고풍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 자체로 문화재급이라는 선암사는 다른 어떤 사찰보다도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향훈을 듬뿍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동안 조계종과의 분규사찰로 남아 있어 이렇다할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랬던 선암사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경담 스님이 주지로 부임해오면서 사찰운영이 안정화되면서부터다.
선암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승선교 아래에서 계곡물를 바라보며 마음을 쉬고 있다.
불교대학, 정기적인 천도재, 홍매화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선암사의 사중 분위기를 일신한 경담 스님은 부산에서 포교에 두각을 나타내던 진명스님을 ‘스카웃’, 불교대학과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를 맡기면서부터 선암사의 면모를 일신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사띠'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진명 스님은 어느 새 선암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스님이 되었다. 선암사의 환경, 조건에 맞는 최적으로 프로그램으로 신도와 지역불자들은 물론 경향각지의 일반인들에게까지 선암사를 푸근하고 편안한 절, 자연스럽게 문화와 불교를 배울 수 있는 도량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과에는 주지 경담 스님의 전폭적인 배려가 큰 힘이 되었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사띠스님 (진명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있는 참가자들.
스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근엄하다.
특히 선암사의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눈길을 잡아매는 선암사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일정한 프로그램 없이 사찰예절, 아침저녁 예불과 공양시간을 지키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아무런 부담 없이 선암사에 머물며 편백나무 숲과 승선교, 조계산 장군봉 등산로 등을 거닐며 자연과 함께하는 휴식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 프로그램이 이 템플스테이 참가 비용은 성인 1인 3만원, 청소년 2만원으로 전혀 부담이 없다.
“여행이란 여럿이 함께하면 지루함도 없고 함께한 추억도 만들어 좋지요. 하지만 가끔은 혼자서 일상 속에 꽁꽁 묶여 있던 마음과 생각들을 잠시 풀고 내일을 위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직장인들은 평일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자신에게 고생했으니 작은 선물한다’고 생각하시고, 언제든 오셔서 마음 편이 머물다 가시기를 바랍니다.”
진명스님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정감이 흐른다. 진명 스님의 초대가 아니더라도 새벽 편백나무숲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의 느낌을 알아차리는 명상수행을 한다면, 새벽 편백나무숲길처럼 스스로를 통찰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공간이 어디에 있을까.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새롭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산사의 정갈한 선방에 앉아 천오백년의 수행의 가풍을 느끼며 위빠사나 수행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바로 보아 무상, 무고, 무아를 체험해 보고, 그 힘으로 일상생활에서 깨어있는 알아차림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
선암사의 토종 홍매화. 600년 수령을 갖고 있는 매화나무에서 피는 선암사 홍매는 최고의 매화로 손꼽혀 선암사는 해마다 4월이면 홍매화축제를 벌인다.
선암사는 차의 본찰일 정도로 차와 깊은 관련이 있는 절이다. 예로부터 선암사차는 그 맛이 정갈하고 맛나기로 이름이 높다. 이런 선암사 템플스테이에 차관련 프로그램이 없을 수 없다. 이름하여 ‘차훈명상’. 선암사는 차의 기운을 훈하여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의식과 감각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명상은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밖에도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스며 있음을 배우는 발우공양체험을 통해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에 감사히 여기는 소중한 마음을 갖게하는 ‘바루공양 명상’도 있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인 영산재시연을 보고 참여하는 영산재 명상은 오직 선암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하심(下心)하기 위해 절을 하는 절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최대한 낮추어 겸손함을 배우고 바다와 같이 넓고 넉넉한 마음을 기르는 좋은 수행법이다.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인정되어 종교를 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다.
사띠 스님이라는 별칭처럼, 진명 스님은 사마타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 지도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신(몸), 수(느낌), 심(마음), 법(마음의 대상) 네 가지 알아차림의 대상인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는 방법이 두 가지로 나뉘는데, 사마타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입니다. 경전에 기록된 수행법에는 사마타 수행 40가지와 위빠사나 수행이 있습니다. 사마타 수행은 고유한 특성이 없는 관념적인 것을 대상으로 알아차리며 주로 하나의 대상에 근본 집중 합니다. 그러나 위빠사나 수행은 몸과 마음을 알아차릴 대상으로 하며 실재하는 것을 느낌으로 알아차리는데 찰나 집중을 합니다. 사마타 수행은 선정을 얻는 수행으로 고요함이 생깁니다. 그러나 위빠사나 수행은 지혜수행으로 열반을 성취하게 합니다.”
사띠스님 답게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정연한 이론과 실수(實修)를 갖추고 있음이 한 마디 말을 통해서 익히 알 수 있다.
또한 스님이 되기 위한 예비과정인 행자생활을 직접 체험해 보는 ‘선암사 단기출가 집중수행도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선암사 단기출가수행원에서 담당한다. 이 프그램은 수행자(출가수행자, 스님)가 되기 위해 출가했을 때 겪는 ‘행자과정’을 체험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출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휴양의 개념으로 참가하는 이는 사양한다. 다. 경전을 배우는 불교대학이나 참선공부를 하는 시민선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가수행자가 알아야 할 가장 근본불교 교리와 위빠사나수행을 정진하고, 예불, 발우공양, 차훈명상, 불이태극권 등 일상 생활 자체의 수행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문의; 061)754-6250
첫댓글 승선교를 구도로 화폭에 담았던 시절,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