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단강 동쪽 지역에 땅을 받은 르우벤 지파, 갓 지파, 므낫세 반(半) 지파가 요단강가에 큰 단(壇)을 쌓은 것에 대해 그들이 우상을 섬기려고 하거나, 실로에 있는 성막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지 않고 새로 쌓은 단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려고 한다는 오해로 인해 요단강 서쪽 지역의 지파들의 대표들과 제사장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요단강 동쪽 지역의 지파들에게 찾아가서 그 사실을 확인할 때, 요단강 동쪽의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는 그 단을 만든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함으로 오해를 풀었습니다(21절).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 사람들은 자기들이 큰 단을 만든 것은 하나님을 거역하거나 범죄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22절, 29절).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에게 제사하기 위함도 아니고, 이 단 위에서 어떤 목적으로든 제사를 드리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23절). 그러면서 이 큰 단을 만든 목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24절~28절). 아마도 요단강 동쪽 지역에 땅을 분배받은 두 지파 반(半)은 나머지 아홉 지파 반이 요단강 서쪽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백성과 뭔가 떨어져 있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여 그 땅을 정복하여 차지하게 되었는데, 다시 요단강 동쪽으로 나오면서 하나님의 성막에서도 멀어지는 느낌도 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당시에야 어떤 이유 때문에 두 지파 반이 요단강 동쪽 지역에 거주하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세월이 흘러 그 후손들은 마치 동서로 나뉘어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는 이스라엘 백성과 격리되어 동쪽에 지내게 된 것처럼 느끼게 될까 염려되어 이렇게 동쪽 지역에 땅을 차지하여 살게 된 것은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며, 요단강 동쪽에 거주하게 된 두 지파 반도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의 백성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경외하는 백성이라는 것을 상기(想起)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합니다(27절, 28절). 그러면서 이들이 만든 큰 단의 모형을 보아도 제사를 드리기 위한 단(壇)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28절). 28절에 “…우리 조상이 지은 여호와의 제단 모형을 보라. 이는 번제를 위한 것도 아니요, 다른 제사를 위한 것도 아니라 오직 우리와 너희 사이에 증거만 되게 할 뿐이라”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의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제물을 드리는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아홉 지파 반의 대표들과 제사장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는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였습니다. 그리고 돌아가 요단강 서쪽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고하였고(32절), 이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은 기뻐하며 하나님을 찬양하였고, 자칫 동서(東西)가 갈등으로 분쟁을 겪을 뻔한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33절).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는 이 제단의 이름을 “엣”(Ed)이라고 불렀는데, “엣”은 히브리어로 “에드”(עֵד)라는 단어로 “증인”(Witness), “증거”(Testimony), “기록자”(a recorder)란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그래서 새번역 성경은 “엣”이란 단어를 “주님께서 하나님이심을 우리 모두에게 증명함”이라고 풀어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단은 후대에 전할 증거로서 세워진 것이란 고백입니다.
요단강 동쪽에 거주하게 된 두 지파 반의 백성도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고자 하는 신실한 마음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요단강 서쪽에 거주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과 요단강 동쪽에 거주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서로 하나로서 하나님의 백성임을 분명하게 고백한 것입니다. 비록 지형적으로는 요단강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뉘어 거주하게 되었지만, 하나님을 함께 경험하고, 한 하나님을 온전히 경외하고 섬기는 하나님의 백성임을 고백한 것입니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장소나 환경, 신분과 상관없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자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온전히 따라 그 말씀대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어떤 신분이든 하나님께 속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을 분명하게 고백하며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주님의 제자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