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보람 속에 읽는 우리 고전의 참맛 ‘재미있다! 우리 고전’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른 나라 작품보다 우리 고전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대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고전을 읽고자 할 때, 우리는 어려움에 부딪힌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저술들은 그 원본이 오늘날의 문장으로 되어 있지 않아서 전문적 훈련 없이 읽어내기 어렵다. 원본을 충실하게 실었다는 책은 두세 장을 읽다가 힘들고 지루해서 그만두게 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손질했거나 만화로 재구성한 책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진짜 고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판단에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우선 자체 검증된 필자에게 집필을 의뢰, 이혜숙•정종목•김종광•고운기•김별아 등 우리 말과 글을 가장 사랑하는 시인•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이들은 여러 판본을 구하여 읽고 그 가운데 완성도가 높은 것들을 한두 개 비교해가면서 책의 내용이나 담고 있는 주제는 원작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에 충실히 따르면서 읽는 재미를 최대한 살리는 작업을 했다. 그리하여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고 우리말의 리듬을 최대한 살려낸 원고로 만들었다. 텍스트 선정과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는 임형택•박희병 교수 등 연구자의 자문을 받았고, 원고 완성 단계에서는 현역 초•중•고 국어교사의 검토를 참고로 최종 수정에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2000년 초 처음 작업에 들어간 이 시리즈는 이제서야 1차분을 내놓게 되었다. 1차분『토끼전』『심청전』『홍길동전』외에『박씨 부인전』(김종광 글) 『장화홍련전』(김별아 글) 등을 준비중이다. 또 조선후기 한문단편 가운데 주제별로 모은『북경 거지』(고운기 글)나『옛날 선비들이 쓴 무섭고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이혜숙 글)처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늘에 되살릴 만한 가치를 풍부하게 지닌 작품들도 찾아 소개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무엇보다도 독자들이 고전의 참 모습과 의미를 충실하게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무엇을 대본으로 삼아 얼마나 손질했는지 정체불명인 책들이 많아서, 그동안 고전을 읽고서도 읽었다 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 시리즈에서는 원전의 뜻과 느낌을 그대로 살려 서술하고 책 뒤에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는 작품 해설’ 꼭지를 두어 집필 과정과 우리 고전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밝혀, 믿고 읽으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한껏 누리게 하였다. 또한 실력있는 화가들이 자신의 개성을 한껏 살려 그린 그림들은 고전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재미있다! 우리 고전 ① 토끼전
소설가 이혜숙씨가 한글 필사본 『토처사전』과 『토공전』 등을 직접 구해 읽고 새롭게 구성한 『토끼전』은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에 관한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묘사가 읽는 맛을 더해준다. 저자는 지금으로부터 백년쯤 전에 그 당시의 글자체로 한지에 붓글씨로 쓴 책들을 힘들게 읽어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적인 『토끼전』의 내용을 뛰어넘는 특이하고 흥미진진한『토끼전』이 탄생하였다. 또한 우리 고유의 판소리 가락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 판소리 대본 『수궁가』와 『토별가』에서 재미있는 대목들을 따다 넣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보다 몇 배나 크고 힘센 용왕에게 홀로 맞서서 지혜와 용기로 끝내 자신의 간을 지켜낸 토 생원을 통치권자의 절대 권력 앞에 오로지 복종만이 살길이라 여기고 살아왔던 민중들의 자아에 대한 각성으로, 또한 토 생원이 자신의 물질적 이익도 포기해가면서 용왕에게 청을 넣어 별 주부의 귀양이 풀리도록 해주는 장면은 화해와 용서로 상생의 사회를 이루어 나가자는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아울러 화가 김성민씨가 목판화로 새기고 채색한 그림은 토끼전의 의미를 더욱더 빛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