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마을 '오리고기' 골목
봄기운에 오리고기 한 입
봄기운이 완연하다.
구봉산 약수터에는 벌써 개나리가 호들갑스레 노란 봉오리를 터트렸다.
엄광산 삼각봉에서 바라 본 낙동강도 나른한 봄볕에 게으른 걸음걸이다.
온 산 곳곳이 목하 생명의 푸른 기운으로 아른아른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등산하기 좋은 날,엄광산 능선으로 하여 하산 길을 안창마을로 잡는다.
동의대학교 기숙사 바로 뒤편,안창마을의 '오리고기 골목'에서 기분 좋은 하산주(下山酒)를 하기 위해서다.
물론 안창마을표(?) 오리불고기와 함께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안창마을.
참으로 지지리도 못살고 힘들던 시절의 그 대표적 마을.
한 때 사회적응에 어렵거나,혹은 좋은 날을 기다리며 웅크려 있던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던 곳.
그야말로 힘들게 살면서도,서로 다독이며 착하게 살아가던 곳이 안창마을이었다.
그러던 이곳이 어느 때부턴가 오리고기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맛도 만족스럽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한 10여 년 전 쯤 이야기다.
원조 격으로 몇 집 시작한 것은 20년이 된단다.
이제는 어엿한 '오리고기 골목'이 형성되어 30여 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산을 넘어 안창마을까지 진출(?)한
동의대생들에게,막걸리 등을 팔았던 것이 '오리고기 골목'의 시초였다.
학교에서 산하나 넘으면 안창마을이었으니 대학 내의 모주꾼들은 죄다 이곳에 모여 술추렴을 한 것이다.
그 때의 집들이 오리고기집으로 업종을 변경,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안창의 오리고기는 직접 잡지 않고 가공된 것을 사용한다.
오리 가공회사에서 직접 공급 받으므로 더욱 위생적이라고 주장한다.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맛도 좋아 등산객들과 단체손님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 듯 한 가게에서는 결혼식 피로연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골목의 원조 격인 양지집에 들어선다.
실내는 일반 서민 가정의 살림집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편한 느낌이다.
다른 곳의 반 값 밖에 안 된다.
닭백숙과 오리백숙... 정말 기분 좋은 가격이다.
흔쾌히 오리불고기를 시킨다.
한 접시 가득 오리불고기가 담겨 나온다.
둘이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양이다.
이어 속속 곁들이 반찬이 들어오는데,한결같이 봄빛이 묻어 파릇파릇 싱싱들 하다.
상추,쑥갓,깻잎이 그렇고 금방 무쳐낸 배추 겉절이가 그러하다.
정구지,팽이버섯,풋고추까지 싱그러운 봄내음을 가득 품고 있다.
'지지직...'
불판에서 오리불고기가 익는다.
구수한 냄새가 아주 그럴 듯 하다.
상추와 깻잎,쑥갓에 오리불고기를 올린다.
그 위에 마늘과 풋고추를 얹는다.
입에 넣기도 전에 침이 가득 고인다.
소주 한잔에 손에 든 쌈을 입에 밀어 넣는다.
입안 가득 구수한 오리고기의 육즙과 야채에서 나는 봄의 싱그러움이 마구 터져 오른다.
소주 한 잔 또 털어 넣는다. 정구지와 팽이버섯을 오리불고기와 함께 살짝 익혀 같이 먹는다.
푸성귀의 사각거리는 감촉이 너무나 좋다.
배추 겉절이와 함께하니 알싸한 양념에 깨소금이 톡톡 터지는 게 이 또한 별미다.
참으로 기껍고 만족스런 음식이다.
오리고기는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건강음식이다.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인 건강과 자라나는 자녀들의 성장발육에도 좋다고 한다.
이제 봄이 오고 있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켜고 가족들과 가까운 산이라도 다녀오자.
하산하면서 건강음식인 오리불고기도 챙겨 먹으면 일석이조의 봄나들이가 되겠다.
최원준·시인 cowe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