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김광한
인류의 역사상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사망자의 수로 보다면 중세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페스트가 가장 규모가 큰 재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흑사병이라고 부르는 페스트의 유행은 1347년부터 1351년 사이의 약 3년 동안 2천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습니다
1348년 이탈리아를 강타한 페스트가 드디어 피렌체까지 이르렀을 때 이 시의 산타마리아노벨라 교회의 미사에 참석했던 7명의 귀부인들은 잘 아는 3명의 신사들을 초대해 전염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교외의 별장에 은둔할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들 10명의 청춘 남녀는 심심풀이로 각자가 매일 한 가지씩 10일 동안 이야기함으로써 도합 100가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준다.
『데카메론』은 그 이야기들을 종합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데카메론’이란 ‘열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교황과 추기경, 왕, 귀족, 제후, 신사, 숙녀, 기사, 병사, 주교, 수도원장, 재판관, 시장, 예술가, 고리대금업자, 공증인, 의사, 직공, 요리사, 농부, 도둑 등 사회의 모든 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망라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의 특징은 담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것은 보카치오가 고안한 형식이 아니라 『천일야화』 등 동방에서 받은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데카메론』의 질서 정연한 형식은 보카치오만의 특징으로, 10일 사이에 10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한다고는 해도 매일 한 사람씩 사회자를 선출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사회자의 명령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으로 하루의 행사를 끝내는 등 그 진행 방법이 참으로 훌륭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