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8일 사순 제5주간 (월) 화답송 (시편 23) (이근상 신부)
◎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 돋우어 주시네. (◎시편 23,4;○ 1-3)
후렴으로 선정한 4절이 귀하다. 시편 23장은 전체적으로 위로와 희망의 노래인데 4절은 노래를 부르는 이의 삶의 자리를 극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깜깜한 어둠을 걷는 이.
바로 그 곳에서 삶의 모든 필요가 채워지고 있으며, 내적 충만함이 가득하다는 고백은 현실이 아니다. 검은 밤은 아쉬움이 너무 많으며, 내적 불안의 시간이다.
그러나 시편은 거짓을 노래하는게 아니다. 시편은 노래한다. 그것은 미래도 아니고 희망도 아닌 현재. 이미 가득하게 이루어진 현재. 그러나 믿음의 현재다. 그 믿음 속 현재가 생생하게 손끝에 잡히는 현재는 되는 시간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을 뿐. 아니지... 노래하는 이의 손 끝에는 어쩌면 그 기운이 이미 감돌지도...
아릿한 현실인식. 그걸 깊다고 말할 수도 있고, 헛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노래는 그렇다. 소리는 그렇다 벽에 못박아 놓는게 아니라 마음에 울리도록 놓아두는 것. 사라지지만 끝없이 울릴 수 있는 신비함. 소리. 노래. 고백. 믿음.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2K1GAgwZypH8ArwucQWRriBvZSMwrREAmiEpaDY77HKBvaEs4RDhvV7AipH775eP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