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이 복음으로 구원을 받습니다."(2)
사도 바오로는 1-11절에서 그리스도의 부활과 그 역사적 확실성을 다룬다. 그리스도의
부활이야말로 복음의 핵심이며, 신도들의 부활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1절에서 '내가 이미 전한 복음' 이, 3-4절에서 '돌아가심(죽으심), 묻히심(장사지낸 바
되심), 부활하심(되살아나심)' 으로 요약되어 나타나고, 이어지는 5-8절에서는 그 가운데
특히 부활에 대한 무수한 증인이 있음을 말함으로써, 본 단락에서 다룰 복음의 핵심이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글 성경에는 '여러분은 이 복음으로 구원을 받습니다' (2) 라는 어구가 문장의
말미에 나타나고 있지만, 원문에는 이에 해당하는 '디 후 카이 소제스테'
(di hu kai sozeste)가 문장의 서두에 등장한다. 이것은 본절이 '내가 전한 이 복음
말씀'(2)을 통해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절에서 '디 후'(di hu ; by this gospel)는, 같은 절의 '티니 로고 유엥켈리사멘
휘민'(tini logo euenggelisamen hymin ; the word I preched to you; 내가
여러분에게 전한 복음 말씀)과 관련된 것으로, 바로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에 전한
복음이며, 특별히 그리스도의 부활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특히 여기서 '여러분은 구원을 받습니다' 로 번역된 '소제스테'(sozeste)는
'구원하다' 라는 뜻을 지닌 '소조'(sozo)의 현재형으로, 구원이 지금 현재적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뜻한다. 즉 자신이 전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코린토
신도들이 지금 구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1코린1,18 ; 로마1,16) 구원의 완성은
비록 미래에 온전히 이루어질지라도, 현재에도 실현되고 있으며,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 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 나시어" (3-4)
여기서 '먼저'라고 번역된 '엔 프로토이스'(en protois)는 시간적인 면이나
내용적인 면에서의 우선성을 뜻하는 표현인데, 여기서는 후자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왜냐하면, 바오로의 선교 여정에서 시간적인 순서로 코린토 교회가 바오로의 복음을
제일 먼저 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에 복음을
전할 때, 내용적으로 가장 우선하는 것이란 의미이다.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에 전한
복음의 내용 중 가장 우선하는 것은, 3-4절에서 언급되고 있는 '성경 말씀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되살아나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바오로는 대속적 죽음과 부활의 주체를 '예수'로 말하지 않고, '그리스도'
라고 밝히고 있을까?
그것은 역사적인 예수와 구원자 그리스도가 동일한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초대 교회의 가장 위대한 선포는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것이다. 예수는 나자렛 출신의 일개 목수의 아들로서 역사적으로
실재한 한 개인의 이름이다.
그러나 복음서와 바오로는 초지일관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며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이란 점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역사상 예수라는 이름으로 실재하였던 바로 그분이
다름 아닌 메시아 그리스도, 곧 인류의 구원자라는 것이다.
오순절 성령강림사건 이후, 사도들의 선포 메시지의 핵심이 무엇인가? 너희가 십자가에
못박은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사도2,36)는 선포가 아닌가!
복음 선포의 핵심은 바로 예수가 그리스도시라는데 있는 것이다. 역사의 예수가 믿음의
그리스도요, 생명의 주님이며,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