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6월 7일(수)*
▲어제는 현충일(顯忠日),
◾값진 희생 위에 오늘이!
◀비목(碑木)
◼라포엠
◀무명용사 묘지 Taps
◼Pershing’s Own’ 미군 밴드
◀알링턴(Arlington)
◼Trace Adkins
◀천사 비행(Angel Flight)
◼Rodney Foster
◀쥬라블리(Журавлi)-우크라이나
◼드미트리 흐나톡
◀쥬라블리( Журавли)-러시아
◼이오시프 코브존
◀Danny Boy(아 목동아)
◼켈틱 우먼(Celtic Woman)
◉강원도 화천 백암산은
‘비목(碑木)’를 탄생시킨
국악인 한명희가 1960년대 초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곳입니다.
그 10년 뒤 그곳에서
2년 이상 군 생활을 한
본인에게도 익숙한 곳입니다.
한명희는 풍산리에서 복무하다가
DMZ 철책 지역으로 들어갔지만
본인은 북한군과 마주한
철책 지역에서 복무하다가
풍산리로 나와 제대했습니다.
돌무덤과 DMZ, 녹슨 철모,
탄피, 궁노루로 표현된 사향노루,
넓은 퍼져 있는 지뢰밭 등
노래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이
낯설지 않은 곳입니다.
해발 천 백 미터가 넘는
그 백암산에는 지금
한국 최북단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아픈 역사의 현장을
내려다보며 다닙니다.
◉화천 백암산은
6.25 최후의 격전지입니다.
휴전을 코앞에 둔 1953년에
벌어진 금성지구 전투는
전쟁의 대미를 장식할
최후의 대규모 전투였습니다.
국군은 중공군 총공세에
맞서 백암산을 확보하고
반격을 시도해 금성천
이남 지역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금성천은 북한강에 합류돼
양평 두물머리로 이어집니다.
당시 2만 7천여 명의 적군이
사살됐으니 얼마나 치열한
전투였는지 짐작이 됩니다.
눈부신 전과를 올렸지만
순국한 국군의 희생도
상당히 컸습니다.
초연(硝煙)이 쓸고 간
그 자리에서 ‘비목(碑木)’이
탄생했습니다.
◉화약 연기(硝煙)가 휩쓸고 간
자리에 만들어진 돌무덤에
세워진 무명용사의
나무 비석(碑木)은
숭고한 희생이 만들어낸
시대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비극적인 전쟁에서 숨진
모든 장병을 위한 추모곡이자
호국영령을 기리는
대표적인 가곡이 됐습니다.
1960년대 초 백암산에서
근무했던 한명희는 제대 후
방송사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무명용사의 아픈 돌무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故 장일남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해 1969년에
‘비목’을 발표했습니다.
◉처연하고 아름다운 노랫말에
한국적 정서가 담긴
멜로디가 붙여지면서
전쟁의 아픔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교과서에도 실리고
6월이 되면 가장 많이
들려오면서 무명용사를 기리는
불멸의 노래가 됐습니다.
여든네 살인 한명희 선생은
남양주시에서 이미시문화서원을
운영하며 365일 24시간
‘보훈의 빛’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호국 보훈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목은 제목에서부터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비목이나 초연도 그렇지만
초동(樵童) 친구도 어려운 말입니다.
땔감에 쓸 나무를 함께 베든
친구를 말합니다.
수많은 가수와 성악가가 부른
노래지만 지난해 국군의 날에
라포엠이 부르는 ‘비목’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EWWzWzZhsfI
◉현충일에 듣게 되는
진혼곡(Requiem), Taps 하면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을
떠올리게 됩니다.
목숨처럼 아끼던 전우
프랭크 시나트라의 죽음을
슬퍼하며 몽고메리 크리프트가
눈물 흘리며 트럼펫 부는
모습이 명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Taps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대위가 숨진 남군의
아들의 호주머니에서 발견한
24개 음표로 구성된
악보에서 유래합니다.
적군이라는 이유로 장례식 때
군악대 배치를 거부하고
한 명의 나팔 수만 허용하면서
시작된 트럼펫 독주입니다.
간혹 하나님이 가까이 계시다.
(God is nigh)는 노랫말로 끝나는
가사가 붙기도 합니다.
미군 취침나팔로도 사용됩니다.
무명용사의 무덤에서
‘Pershing’s Own’ 미군 밴드의
특별 나팔수와 특별 드러머가
연주하는 진혼곡, Taps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모든 무명용사를 위해 울립니다.
https://youtu.be/7_M5h0U3dng
◉어제는 현충일이자
망종(芒種)이었습니다.
6월 6일이 왜 현충일이
됐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이 망종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주장이 유력합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망종을 중요시했습니다.
망종은 까끄라기가 있는
씨앗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보리를 수확하고
벼를 심는 때를 말합니다.
보리나 벼의 이삭에 수(穗)라는
글자를 쓴 것을 보면
은혜로운 곡식으로 여기며
중요시한 것은 분명합니다.
고려시대부터 이 중요한 날에
사망한 군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있었다고
고려 현종 5년인 1014년
교서에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6월에 6.25가
일어났기 때문에 망종 때를
현충일로 삼았다는 주장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우리의 현충일 격인
미국의 Memorial Day는
5월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그러니까 토요일 일요일과
연결 지은 사흘 연휴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전사자
추모에서 시작된 이날은
여름이 시작되면서
꽃이 가장 활짝 피는 시기입니다.
전몰장병에게 추모와 고마움의
마음을 나타내면서
소풍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이날이 되면 많은 사람이
미국에 있는 100여 개의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 참배하고
즐기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수도 워싱턴과 마주 보고 있는
버지니아의 알링턴(Arlington)
국립묘지입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했습니다.
보훈부는 국방부로부터
현충원 운영 권한을 넘겨받아
첫 업무를 시작하면서
현충원을 알링턴처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국민이 즐겨 찾는
자유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알링턴에는 22만 5천 명의
전몰장병과 케네디 前 대통령,
우주 비행사 등이 잠들어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알링턴은
추모의 장소인 동시에
희생과 명예와 자유를 상징하는
즐거움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노래로 만나보는 알링턴입니다.
◉‘알링턴’은 미국 컨트리가수
Trace Adkins가 2005년에
발표한 노래로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군인들에게 경의를 나타내는
노래입니다.
2003년 전투에서 전사한
해병대 상병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노래로 빌보드 핫 컨트리
싱글과 트랙 차트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이 노래는 2016년 메모리얼 데이
추모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TGzuvmut3Hs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
추모곡을 한 곡 더 들어봅니다.
‘Angel Flight’(천사 비행)이란
노래입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비행기로 집으로 데려다주는
임무를 하는 미 공군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노래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천사의 비행입니다.
형제여 나는 당신을
집으로 데려갈 겁니다.
오늘밤 당신은 영웅이 됩니다.’
래드니 포스터(Redney Foster)란
가수가 부른 2010년 노래입니다.
https://youtu.be/aIsnD87uOeo
◉한때 같은 나라였다가
지금은 주적(主敵)이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입니다.
그들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양측 모두 매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진혼곡을
불러야 할 정도입니다.
두 나라 모두 같은 제목의
진혼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잘 알려진
‘백학(쥬라블리)이 그 노래입니다.
◉먼저 우크라이나 쪽의
’쥬라블리‘입니다.
우크라이나 시인 보단 레프키가
1차세계대전 중 전장에서
숨져간 병사들을 기리는 시에
동생 레프 레프키가 곡을
붙였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죽은 넋들이
학이 돼 고향을 찾아
날아든다는 진혼곡입니다.
’들리는가 내 형제들의 울음이..‘
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가수
드미트로 흐나톡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jSe_5Qa65f0
◉러시아 쪽의 ’쥬라블리‘는
푸틴이 좋아하는 진혼곡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참전했던 다게스탄
출신의 감자토프가 쓴 시에
우크라이나 출신 작곡가
얀 프레겔이 곡을 붙였습니다.
노래도 우크라이나 출신
베르네스가 불렀지만
그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역시 우크라이나 출신 가수
이오시프 코브존이 리메이크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모두 러시아 바깥사람이
관여한 노래입니다.
코브존은 그 덕분에 러시아에서
하원의원까지 지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입국을 금지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고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2018년 80세로 숨졌습니다.
숨지기 3년 전인 2015년
대독 전쟁 승전 70주년 기념일에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과
푸틴 앞에서 부르는 ’백학‘입니다.
https://youtu.be/7W7b_5_zO4w
◉하모니카 18번 곡으로
자주 부는 Danny Boy
(아 목동아)를 현충일을 생각하는
마지막 곡으로 올립니다.
아일랜드의 민요에 바탕을 둔
이 노래는 전쟁터로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애가 끓는 부모의 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아일랜드는 독립전쟁을 거쳐
192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지만
그 이전 수백 년 동안 영국으로부터
시달림을 받았던 나라입니다.
전쟁터에 자식을 내보낸
전 세계 부모들의 처절한
마음을 생각하며
익숙한 노래를 다시 음미해 봅니다.
아일랜드의 Celtic Woman
(켈틱 우먼)입니다.
https://youtu.be/DquA6KyHTos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을 끝까지
챙기고 보살피는 일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입니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오늘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훈부의
승격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내세운 ‘일류보훈’이
어떤 그림으로 나타날지
지켜 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