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신문의 한 칼럼니스트가 미국의 재정, 무역 적자를 꼬집는
칼럼 하나를 써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어서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달러가 풍부한 중국에 국채를 내다 팔정도가 되었다.
그 칼럼니스트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할 기발한 방법을 내놓았다.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되팔면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고도 남는다며
알래스카 매각을 제안한 것이다.
알래스카는 원래 제정 러시아 영토였다. 당시
오스만 터키와의 크림 전쟁을
치르면서 국고가 바닥나자 당시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2세는
주미 러시아 공사 에두아르트 스테클에게 알래스카 매각을 위한 협상을
미국과 벌이도록 지시했다.
미국 축 협상 당사자는 국무장관 윌리엄 슈워드였다.
두 사람은 밤새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인 결과
1867년 3월 30일
새벽 4시에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매매한다는 계약에 서명하고
같은 해 10월 18일에 성조기를 올렸다. 이 금액을 에이커당으로 환산하면
1에이커(약 1,224평)당 2센트, 알기 쉬운 평으로 환산하면 100평당
2원이 조금 넘는다.
알래스카 매입 사실이 알려지자 슈워드는 비난에 시달렸다.
동물이나 잡아서 모피를 얻는 것 외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땅을
거금을 주고 샀다는 비난이었다. 그나마
북극곰도 거의 잡은 다음 이었다.
그러나 이 섬을 사들인 후 30년
만에 금광이 발견되고 엄청난 매장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자 얼음 덩어리였던 동토는 일약 보물섬으로 떠올랐다.
지금 미국 교과서에는 슈워드의 알래스카 매입을 미국 외교사상 가장 훌륭한
업적으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이다.
알래스카는 남한 면적의 7배, 금과 매장량 45억 배럴의 석유 외에도
천연가스와 주석, 니켈 등의 귀한
자원이 묻혀 있다. 게다가 군사 전략적 가치는
도저히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의 땅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중요성이 더해지자 알래스카는 1959년에
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되었다.
그 칼럼니스트는 알래스카를 되팔면 1조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계산
공식까지 첨부했다. 그 공식이 ‘72의 법칙’이었다.
알래스카 매입 대금 720만 달러를
140년 동안의 복리로 계산한 것이다.
물론 그런 거래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꼬집기 위해 쓴 것이었다.
- 이영직
저,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