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정환도 신진서도 아니었다. 랭킹 36위 박하민 4단이 9위 나현
9단을 결승3번기에서 2-0으로 꺾고 2018 크라운해태배 정상에 올랐다. 2015년 입단 후 첫
우승이다.
2018 크라운해태배 결승3번기 제2국
나현 연파…
예선부터 파죽의 11연승
1998년 2월 14일생, 2015년
1월 16일 입단. 신예 박하민 4단이 2018 크라운해태배 정상에 올랐다. 박하민은 1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결승2국도 제압하며
강호 나현 9단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하루 전의 1국을 완승으로 장식했던
박하민 4단은 2국에서는 집념의 추격전을 전개했다. 큰 전투 없는 가운데 중반 들어 우세를 잡은 나현 9단이 그대로 골인하는 흐름이었으나
273수까지 두고 계가한 결과는 박하민이 극적으로 반집을 남겼다. '끝내기의 나현'을 끝내기에서 역전했다.

▲ 박하민은 이번 대회 예선을 포함해서 3승을 보태면서 상대전적 5전
5승을 만들었다. '나현의 천적'이다.
바둑TV 홍민표 해설자는 "당연히
흑이 이기는 흐름이라 봤다. 그 차이가 미세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중앙에서 잽을 한 번 맞고, 약간 느슨했나 싶은 찰나에 반집승부가
됐다. 그래도 반집은 남기지 않을까 했는데 중앙에서 박하민 선수의 정교한 처리가 너무 좋아서 그 반집이 넘어가 버렸다"는 총평을 전했다.
크라운해태배는 만 25세 이하 기사들이 경쟁하는 제한기전이지만 랭킹 1ㆍ2위가
참가했고, 10위권에서도 6명이 참가해 종합기전에 버금가는 색채를 띠었다.

▲ 박하민의 랭킹은 이번 대회를 시작할 때 52위였으나 3개월 사이
36위로 올랐다. "우변을 뚫리면서 안 좋아졌다. 끝내기에서 역전한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박하민은 파죽지세를 보였다. 스위스리그 5라운드로 겨룬 예선에서 5연승을 거뒀다.
한승주ㆍ한상조ㆍ설현준ㆍ신민준ㆍ나현을 연파했다. 남자부 58명 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본선 들어서는 32강에서 강우혁을, 16강에서 최재영을, 8강에서 이창석을 제압했고 4강에서는 당시 랭킹 1위였던
박정환을 꺾었다. 그리고 결승2국까지 11연승으로 폭발했다. 퍼펙트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만 3승을 보탠 나현과의 상대전적은 5전 5승으로
달아났다.

▲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나현 9단. 본인 스타일대로 짜여졌고 분란의
여지가 없었던 바둑이었다. "내용이 별로 안 좋아서…. 1국도 너무 안 좋았고, 2국도 사실 중반에는 꽤 괜찮은 바둑인데 초읽기 때문에 너무 못
둔 것 같고…. 32강전부터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를 정도로 못 두었다."
박하민의 우승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4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전까지는 신예기전 두 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6년 메지온배 오픈신인왕전 결승에서 신민준에게 1-2로 패했고, 2017년 미래의 별 신예대항전 결승에서 김명훈에게 0-2로 고배를
마셨다.
기대주 박하민은 지난해 1부리거로 첫 입성한 KB바둑리그에서
맹활약하면서 우량주로 부상했다. 김지석ㆍ이세돌ㆍ박정환ㆍ이영구를 꺾으면서 '1지명 킬러'로 명성을 날렸다. 리그 신인상과 바둑대상 신인상으로
이어졌다.

▲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고 계실 부모님이 제일 많이 생각납니다. 이제
우승도 했고, 이제는 기분 좋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고요, 항상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바둑계는 올 들어 20세 신민준 9단이 KBS바둑왕전을 우승한 데 이어 21세 박하민 4단이 크라운해태배를
우승하며 새바람이 불고 있다. 박하민은 제한기전 우승시 한 단 오르는 특별승단 규정에 따라 5단으로 승단했다.
국후 인터뷰 자리에 앉은 박하민은 "예선부터 잘 풀려서 기분 좋은 대회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우승까지 차지할지 정말 몰랐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더 성장해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중국기사들한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감과 각오를 말했다. 2018 크라운해태배의 상금은 우승 3000만원, 준우승 1200만원.


▲ 1국은 1시간 17분, 181수를 두었고 2국은 1시간 48분,
273수를 두었다.

▲ 생애 첫 타이틀은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박하민의 성장 스토리
같은 느낌을 준 대회였다.

▲ 어디서 흐름이 넘어갔느냐는 질문을 받는 나현 9단은 "너무 많이
좋다고 봐서…"라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