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교무실의 한구석에 앉아서 조용하게 근무하던 교담 선생님(담임외 과목전담) 한분이 있었다. 항상 말이 없고 교감선생님이나 수석선생님(교감급, 담임의 수업지도)에게 꼬박꼬박 공대를 해가며 공손히 “네 네..” 하던 분..
지난 2.1일자 인사발령을 보고 나는 나의 눈을 의심했다. 그분이 00학교 교장선생님으로 발령이 난 것이었다. 교감도 안거치고, 수석교사도 아니었고, 교무부장 직책도 맡은 바 없었는데.. 세상에나~~
자세히보니 공모를 해서 교장으로 임명된 것이었다.
세상은 이렇게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있다.
공모교장은 교사생활 00년 이상 지도자(교장)자격이 있는 교사들을 상대로 학교운영에 대한 상세한 운영 계획서를 공모하여 도교육청 전문위원들로부터 1,2차의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분은 그동안 꾸준히 기회를 노리며 남모르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내가 “금의환향을 축하드립니다”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고맙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내가 금의환향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선생님이 우리학교 오기 전의 전임 학교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아마 그 교장선생님은 나의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내가 그 선생님의 전임학교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평소 눈여겨 보던 분이라서 전임학교를 기억할 수 있었다)
당직이 교사들의 인사발령까지 세세히 알 필요는 없고, 떠나는 선생님들이 나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을 갖지 않을 지언정, 나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이것도 인연인데.. ” 하면서 왠지 그동안의 정이 쌓여, 인생사 헤어짐은 항상 섭섭하게 느껴진다. 영전을 하던.. 그렇지 않던..
그러면 우리 당직원의 입장에서 “준비하는 자 기회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고용안정 기간이 끝나고 모두들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혹은 “당직원 구인공고를 내서 젊은이들과 경쟁을 붙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청에서는 당직원 모집시 우선 65세 이상은 배제하고 50세-65세 무기계약직으로 접수를 받고 있으므로 고령의 당직원은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기존 당직원이 있을 경우, 심사를 거쳐 1년 단위의 기간제로 계약을 하고 있으나, 계약방법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다. 혹은 연령제한을 둘 수도 있고, 국민체력 등급을 1등급으로 상향 할 수도 있으므로 고령자는 항상 불안하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서 기존 고령의 당직원은 어떻게 해야 젊은 연령대에 대항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당직원이 업무상 필요로 하는 “자격증”소유 여부가 좌우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예를 들어.. 경비지도사, 소방안전 지도사 등 국가 자격증이 있고, 민간 자격증으로는 “학교보안 안전지도사”“재난안전 지도사”와 같은 자격증도 있다.
이런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는 고령자와 아무런 자격증이 없는 젊은 응시자가 대결을 벌인다면 나이 불구하고 자격증 소지자가 유리 할 것이다.
이번에 계약 심사서를 작성하면서 자격증 유무, 포상, 교육훈련 등의 기재란이 있는데 아무런 기재사항이 없고 게다가 나이만 많다면, 심사위원들 입장에서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무엇이라고 써야하는 것이 정답이다. 자격증이나 포상이라면 공신력있는 정부 자격증이나 포상이면 더욱 좋고, 기관 단체에서 받은 공로상이나 민간 자격증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단, 자격증은 당직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나는 용역시절 경비협회에서 받은 일반경비교육과 모 기관에서 받은 공로상 및 민간자격증을 기재, 제출한 결과 신검 결과지 제출 다음날 바로 초고속으로 계약이 결정되어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함일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또한 기존 당직원이라도 당직원을 희망하는 젊은이 들과 경쟁을 시켜, 심사위원과 개별 인터뷰를 한다고 가정해 볼때..
개인 가정사를 이야기 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우므로 계속 재계약을 원한다”는 등..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심사위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분들은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는 남의 어려운 사정을 봐주는 자선기관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괜히 비굴해지고 끝내 자신의 뜻도 관철시키지 못한다. 아마 심사위원들이 겉으로 표현은 안하겠지만 마음속으로 “그건 당신 사정이고..” 할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여러분이 만약 심사위원이라면 심사의 합격기준을 어디에 두겠는가? 바로 “학교에서 이분이 왜 필요한지?” 에 기준을 두고 볼 것 임은 당연하다.
만약 인터뷰가 있다면 “내가 이 학교에 필요한 이유” 몇 가지를 말해야 정곡을 찌르는 것이고 그 대답이 조리가 있고, 합당한 이치라면 심사위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합격 선언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1. 저는 수년간 이학교에 근무하면서 인성을 검증 받아 왔습니다.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내용의 이면에는 신규 취업자는 인성을 검증받지 못했으므로 숨은 하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암시)
2. 저는 수년간 이학교에 근무했으므로 이 학교의 보안, 화재 등 취약점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므로 과거 00예방조치를 해서 화재를 사전 방지한 일이 있고, 향후에도 유사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신규 취업자에 비교하여 큰 장점으로 부각)
3. 저는 재직기간중 병가를 단 1일도 낸 적이 없고, 평소 00운동을 즐겨하고 젊은이 못지않게 신체 건강합니다
4. 저는 그동안 당직원으로서 업무에 필요한 00자격증, 00자격증을 취득하여 업무에 활용하고 있고,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근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는 등을 피력하면, 심사위원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령의 나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젊은이들은 지원할 곳이 많겠지만, 고령자들은 타 직종에는 갈 곳이 없으므로, 당직원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근무하고 있으며 급여에도 만족하면서 업무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해도 반응이 좋을 것이다
(신규 젊은 취업자는 급여에 불만족하고, 잦은 이직율을 암시하므로써 결국 기존 당직원을 선택할 것을 간접적으로 유도)
이렇게 핵심과 정곡을 찔러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고령의 당직원은 젊은이들에게 밀려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더구나 기계화 되면서 몇 년후에는 점차 사라질 직종으로 예상된다.
실제 10여 전, 교육청에서는 예산절감 차원에서 당직원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기계화를 시행한 적이 있었으나 경보기가 수시 오작동을 일으켜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폐지, 다시 당직원을 채용하게 되었다고 한다(이상은 내가 소속된 용역회사 대표로부터 직접 득문한 내용임)
그러나 지금은 1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자기기의 발달로 예전과 같이 조잡하지 않고, 우리 학교만 해도 기계경비 실시이후, 단 한번도 오작동이 발생한 일이 없으므로 당직원의 취업문제와 관련,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못한 대다수 고령층의 취업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므로 교육청에서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모두들 향후 내게 닥칠 앞날을 예측하고, 관심을 갖는 자세로 임하여 우리가 한목소리를 낸다면 높은 파고를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
추신 : 자격증 관련하여..
o “경비지도사”는 공신력이 있는 국가자격증으로 합격률이 매우 저조하여 응시자의 10%만이 2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노력에 비해 가성비가 매우 낮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어려움을 극복하고 취득한다면 가장 좋은 자격증으로 자타로 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
o “소방안전 지도사”는 주간 수업일수가 있어 당직원은 근무시간과 겹치므로 강의 수강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휴가기간 등을 활용하면 공신력을 인정받는 좋은 자격증이 될 것으로 생각하므로 강추한다
o 민간자격증은 정부발급 자격증 보다는 공신력이 떨어지나, 인터넷 강의와 시험을 통하여 취득하기가 쉽고, 자격증이 아무것도 없는 것 보다는 훨씬 위력을 발휘하므로 추천한다
첫댓글 나에게 필요할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준비해서 손해볼것 없으니
공룡님께서 예시하신 면접 답변내용을 메모함에 보관하렵니다, 감사합니다^^
연륜이 배어있는 분석과 지혜에 고령근로자들이 참고 할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항상 우리카페에 좋은글 올려주시고 특히 고령근로자의 애환을 잘이해하시는 선생님의 마음 쓰심에 깊은 감사의말씀을 올립니다. 건강 하십시요.
평교사에서 교장으로는 젼교조 작품이였으며 진보교육감 체제하에서 하는 인사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