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한국 국회의 두 얼굴

[귀암(龜巖) 김재형]

오피니언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한국 국회의 두 얼굴

조선일보

시끄럽고 더러운 국회일지라도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소중한 보루
그 밤을 지새운 의원·기자·군경들…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를 사랑했다

양지혜 기자

입력 2024.12.06. 00:06

https://www.chosun.com/opinion/espresso/2024/12/06/LJIRW7E4KJC37BZCAVCQNDKPRI/

[에스프레소] 한국 국회의 두 얼굴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후 야당 의원들이 의석을 지키고 있다. /뉴시스

아침 출근길, 한강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향할 때마다 저 섬이 소도(蘇塗)라고 생각했다. 유력 당 대표들을 포함해 범죄 전력이 있거나 재판 중인 국회의원들이 워낙 수두룩해서 어쩌다 전과가 깨끗한 의원을 만나면 신기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당 대표를 아버지이자 정조(正祖)로, 아이돌보다 잘생긴 신의 사제로 추앙하며 코딱지도 서슴없이 대신 파내줄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툭하면 ‘탄핵’부터 읊어대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켜보기가 벅찼다. 집권 여당인데 당원 게시판에 글을 썼니 안 썼니로 내전 치르듯 치고받는 국민의힘 지켜보기도 숨이 막혔다. 마포대교에 속계(俗界)와 성계(聖界)를 구분 짓는 특별한 힘이라도 있는지, 다들 왜 이 다리만 건너면 유권자들을 잊고 영원히 살 것처럼 권력 싸움만 해댈까. 이러다 동·서·남·북인에 노론·소론·시파·벽파 갈라치기 싸움하다 나라가 진짜로 망해버렸던 조선 시대 꼴을 또 보게 될까 두려워하며 여의도를 오갔다.

12월 3일 밤부터 뜬눈으로 보낸 6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국민 대다수의 휴대폰이 그랬겠지만, 내 휴대폰 역시 여기저기서 안부를 물어오는 메시지로 불이 났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의 연락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졌다. “한국에 계엄령이 내렸다는데 진짜야? 노스 코리아(북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사우스 코리아(남한)라니!” “너 기자잖아, 뉴스 보자마자 네가 체포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어.” 지구촌이 인터넷으로 조밀하게 얽혀있고, 다른 나라 사정이 시시각각 알려지는 2024년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반면 ‘금한다’와 ‘처단한다’로 얼룩진 계엄사 포고령은 도대체 언제 적에 쓰던 문법인지. 모든 것이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되는 세상에서 저런 통제가 가능하리란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내게는 정상적이지 않은 정부를 경험한 언론인 친구들이 여럿 있다. 넬리야는 현재 라트비아의 저명한 주간지 편집장인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부터 기자 생활을 해서 소련 당국자들이 언론사에 상주하며 기사를 검열하고 때로는 고문하는 세상을 겪었다. 역시 벨라루스에서 저명한 기자인 카테리나는 독재자 루카셴코의 비위를 폭로하는 기사를 몇 번 썼다가 구속될 위기에 몰려 남편과 폴란드로 망명 나왔다. 인도 기자 메이크피스는 고향 마니푸르주의 소요 사태로 부모님 집이 불타고 친척들이 행방불명되는 참극을 겪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로 퓰리처상을 탄 러시아 기자 밀라나는 아예 거주지를 미국으로 옮겼다. 미국 연수 시절 이들을 만났는데, 각자 목숨 걸고 기사 썼던 경험을 줄줄이 털어놓을 때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 머쓱하면서도 그런 나의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지난 3일의 그 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적힌 포고령과 국회를 얼룩덜룩 에워싼 계엄군 무리를 보면서 저 친구들을 감히 연민했던 나를 반성했다.

국회가 155분 만에 계엄을 해제하는 놀라운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 덕분에 4일 국회 주변은 일상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국회의 푸른 돔이, 이날 따라 겨울에도 안 얼어붙고 기적처럼 살아남은 마지막 푸른 잎새처럼 보였다. 수많은 역사적 시행착오와 희생을 거쳐 오늘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됐다. 이 민주공화국을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담을 넘어 의사당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오는 의원들과 밤을 꼬박 새워 뉴스를 실시간으로 타전한 기자들, 그리고 고개 숙인 군경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새삼 느꼈다. 시끄럽고 더러워 보이는 국회라도 민주주의의 소중한 보루다. 그걸 멋대로 멈춰 세우고 파괴하려 든다면, 바로 그 자가 반국가 세력이다.

양지혜 기자  

당파보다는 우리나라

2024.12.06 08:48:58

"어쨌든 국회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보루이며, 이를 멈춰 세우려는 자가 다름아닌 반국가 세력이다" - 양지혜 기자님의 글에 동의합니다.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 일주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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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아제

2024.12.06 08:32:05

지금 국회가 대한민국의 암적요소 아닌가?누가 나서서 없애줬으면하는게 국민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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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제이슨

2024.12.06 08:10:20

양지혜씨 갈지자 글 읽은 내 눈이 더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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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2024.12.06 08:09:20

기자가 잘못생각한것도 있는데.. 국회가 계엄을 막은게 아니라 계속할 생각이 없으니 표결하라 문열어준것이고 국회가 민주주의보루이나 난장판국회를 보고만 있어야 민주주의인가? 내가 개선안되면 다른사람의 힘을빌려야 좋을때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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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1

2024.12.06 08:04:46

경찰 검찰이 무서워야 대낮 범죄가 줄어듭니다. 범죄자 소굴인 국회에서 범죄를 덮을 법을 만들고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검찰을 탄핵하고 경찰을 무력화하여 대낮 범죄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나라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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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2024.12.06 08:02:17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윤석열의 자살골로 인해 종북 좌파들과 개딸 일파들이 최대의 수혜자가 된 것이 가슴 아픕니다. 박근혜의 실정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의 열매를 종북 좌파들이 독점해 버렸듯 이 번 불발 계엄령의 여파로 저들이 다시 권력을 독점하도록 대문이 열려버렸습니다. 보수 정치 지도자들이 연이어 자살골을 넣으며 나라를 나락으로 이끌고 이 땅 보수 지지자들을 좌절케 하는 현실 앞에서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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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

2024.12.06 07:04:13

함부로 나대지 마라. 짧은 식견으로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이번 계엄 사태의 본질은 딴 곳에 있다. 두고 보시라. 기상천외의 일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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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

2024.12.06 06:28:49

"시끄럽고 더러워 보이는 국회라도 민주주의의 소중한 보루다. 그걸 멋대로 멈춰 세우고 파괴하려 든다면, 그자가 바로 반국가 세력이다." 이 무슨 개풀뜯는 소리냐? 이봐~국민이 뽑은 선출직 국회의원이라고 무슨짓을 해도 괜찮다는거야? 그런 논리라면 대통령도 국민이 선택한 선출직이야. 대통령은 시끄럽고 더러우면 안되고 국회는 시끄럽고 더러워도 된다는 그런 犬소리가 어디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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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lup

2024.12.06 06:19:51

두얼굴로는 표현력이 부족할정도로 망가져 사회곳곳에 큰폐해를끼치는 집단이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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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박

2024.12.06 05:35:43

진짜 민주주의가 뭔데? 민주당이 하는 짓이 올바른 민주주의 정당이냐? 신의 사제이자 아부지 모시는 사당이지? 게엄이 잘못 된 것은 동의 하나 민주당 의회 독재와 이죄명의 방탄, 공정성 없는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무엇이 진정한 민주주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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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2024.12.06 04:10:32

기자는 잘못 알고 있다. 사악한 이재명과 그의 수족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소중한 보루가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자들이다. 지금 하고 있는 짓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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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rose

2024.12.06 03:00:24

기자양반! 멋부리는 글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하고, 또 그걸로 자기 만족에 어깨에 힘을 주는꼴이란, 역겹기 짝이없다. 지금이 그럴정도로 한가한 시국이 아니다. 연배든 이들도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고, 이해가 가질 않는데, 문제의 본질을 단순화 시켜서 개소리 찌끄리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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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손오공

2024.12.06 01:28:24

시끄럽고 더러워 보이는 국회라도 민주주의의 보루라니.. 그 국회를 바로 잡지 못하는 나라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지도자라면, 이해를 못하는 자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 지도자의 행동과 의미는 나중에 결과로 평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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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進韓國

2024.12.06 00:25:58

양지혜 기자, 여자라서 그런지 참 감성적인 기사네. 이건 기사라기보다는 감상문이다. 아주 단순한 사고방식이다. 아무리 나쁜 국회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건 형식 논리다. 독일 국회가 나치의 히틀러를 괴물로 만들어서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켰다. 이것도 국회가 잘한 것이냐? 이런 국회는 없는 게 차라리 낫다. 한국 국회도 마찬가지로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민주당이 지금 제1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뭐 하는 것 있는가? 그저 탄핵을 남발하고, 정부가 짠 에산을 제멋대로 삭감하는 등 횡포만 부린다. 감사원장을 탄핵하고 서울 중앙지검장을 탄핵한다. 그렇게 해서 행정부와 사법부, 감사원이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 이게 지금 한국 국회가 하는 짓이다. 이런 국회가 있는 게 낫다? 아니다. 이런 국회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양지혜 기자, 어디 국민에게 한번 여론조사해 봐라. 국민 70%는 국회가 없는 게 낫다고 할 것이다. 이번에 계엄이 성공해서 현 국회의원들 없애버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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