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송모(67)씨를 청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시의원 김형식(44)씨가 숨진 송씨 소유 건물의 용도 변경과 관련해
송씨 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서울시 관련 공무원까지 소개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송씨로부터 용도 변경을 약속하고 수억원을 받았다가 실패한 뒤 폭로 압박을 받자 송씨를 청부 살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숨
진 송씨는 2012년 자신이 소유한 강서구 내발산동 순봉빌딩의 증축을 전제로 건축사 H씨(47)에게 설계도면을 의뢰했다. 당시
순봉빌딩은 도시계획법상 증축이 불가능했다. H씨는 "현실적으로 안 되는 일이라 말렸는데 송씨가 '김형식이 선거 전까지 다 (용도
변경) 한다고 했으니 걱정 말고 도면이나 만들라'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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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거부하고 맨얼굴 드러낸 市의원… 60대 재력가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서울 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았다(왼쪽). 친구인 김 의원의 지시를
받아 살인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팽모씨도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오른쪽). /성형주 기자·이태경 기자
경찰에 따르면 H씨는 "2012년 7월 송씨의 지시로 김씨를 만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송씨가 "다 이야기를 해놓았으니
김씨의 시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순봉빌딩 증축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씨의 사무실로 찾아간 H씨는
"순봉빌딩은 한 차례 용도 변경을 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증축을 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씨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을 H씨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H씨는 "그날로 서울시청을 찾아가 사무실 안에서 김씨가 소개한
담당 공무원과 순봉빌딩의 용도 변경 문제를 논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H씨는 이 무렵 4층짜리 순봉빌딩을 8층으로
올리는 증축 설계도면을 그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씨가 소개한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H씨에게 "순봉빌딩만 증축하는 건 어렵겠다"고
조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H씨는 "이후 순봉빌딩이 속한 지역을 아예 상업지구로 변경하자는 '대안'이 나왔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순봉빌딩 주위로 송씨 소유 빌딩 4채가 블록을 이루고 있어 용도 변경이 이뤄질 경우 큰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 같은 H씨의 진술을 토대로 송씨가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준 5억2000만원과 7000만원 상당 술값 등 향응 비용은 모두 용도 변경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씨의 가족과 주거래 은행 관계자들도 "생전 송씨는 김씨가 2014년 지방선거 전까지 용도 변경을 약속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씨가 용도 변경 청탁을 받고 힘을 썼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순봉빌딩 일대 용도 변경은 결국 무산됐다. 서울시가 "구체적 개발 계획 없는 용도 변경은
지가(地價)를 상승시킬 수 있다"며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용도 변경이 무산되자 송씨는 '선거에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며 김씨를
압박했고, 이에 김씨가 친구 팽모(44)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김씨를 서울 남부지검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