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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칼럼] 계엄 부른 이재명의 감액 쿠데타와 지역화폐 집착
정기수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입법 폭주로 국회를 대리 권력 놀이터로 삼은 거대 야당은 기세가 더 등등해졌고, 그들의 난동을 군사 물리력으로 ‘처단’하려 했던 대통령은 순식간에 탄핵 위기로 몰렸다. 여당 내 8표 이탈이 이번엔 안 될 것이지만, 이렇게 계속 살얼음 위를 갈 순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받을 건 받고 줄 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도 보수도 나라도 산다. 고집불통과 충동·분노·증오는 버리고 겸허하게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국민이 그의 충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수습이 잘 풀리면 원인 제공 집단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되살아날 수 있다. 거대 다수 의석으로 민주당이 해온 일은 온갖 특검, 닥치는 대로 직무를 정지시켜 버리는 탄핵 남발, 패악질 아닌가? 그것이 잊혀져선 안 되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만 한다.
계엄령 선포-해제 사태를 부른, ‘낙타의 등을 무너뜨린 마지막 지푸라기’는 이재명의 지역화폐 집착이었다. 이 ‘지역화폐교(敎)’ 교주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민주당 무리들이 그 예산 증액을 위해 다른 주요 정부 기관 경비를 ‘0원’으로 깎았다. 이 감액 쿠데타는 이재명이 직접 기획하고 지휘했다. "예산 감액은 내 아이디어다." 그 목적은 최소한 두 가지였다.
첫째, 사법 리스크 돌파다. 자기 정치생명을 끝낼 재판과 선고 파고를 헤쳐 나가려면 끊임없이 소란을 일으키며 힘을 과시해야 한다. 상대가 위세를 부리면 이쪽은 겁먹고 움츠러들게 된다. 조폭 전략이다.
둘째, 지역화폐 비즈니스다. 그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이걸로 재미를 봤다. 차기 대선 출마 때 내걸 이재명 표 경제 정책, 1호 공약 후보다. 포퓰리즘의 다른 형태다.
이재명은 ‘0원’ 행패를 부린 다음 날 경북 도청으로 내려갔다. "지역화폐는 소득과 지역 소상공인 지원 효과가 있다. (전국 단위) 온누리상품권보다 효율이 아주 뛰어나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산 증액을 안 하려고 한다. 최대한 저희가 늘려보도록 하겠다."
원내대표 박찬대가 교주의 뜻을 받들어 선봉에 섰다.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증액예산안부터 갖고 오길 바란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정권을 반납하라."
증액예산안이란 바로 지역화폐다. 거래안 제시다. 홍위병 부대장 박성준이 증액 후보 세 가지를 열거했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고교 무상교육·AI 관련 예산.
감액 행패의 진짜 목적은 대선용 예산 확보인데, 정부와 여당이 알아주지 않아 안달이 났던 것이다. 자기 편 의도를 파악한 국회의장 우원식이 근엄하게 협상을 명령하며 ‘0원 예산안’ 상정을 보류했다.
민주당의 꼼수가 드러나자 그들이 천대했던 범야 개혁신당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표 허은아의 깡패질 발언이다. "삭감된 예산 4조 원 가운데 2조 원이 재난 대비 등 예비비다. 국가 위기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하라는 건가?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R&D 예산, 취약 계층에 가는 복지부 예산도 감액…이것은 나라 망하라는 깡패질이다."
이 와중에 또 주군 김대중 칭송에 바쁜 박지원이 숟가락을 올렸다. 82세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아부와 조롱 순발력이다. "DJ는 이런 때 여야 대표께 전화는 물론 청와대로 초청, 설명하셨다. 우리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시나? 트럼프를 위해 골프 연습하시나?"
김대중이 정권을 잡았을 때 야당인 한나라당이 밤낮으로 탄핵·특검만 부르짖으며 예산도 싹둑싹둑 잘라 국정을 방해했는지, 옛날 신문을 찾아보고서 할 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자세를 고치고 위기를 직시해야만 한다. 여전히 ‘난 잘못 없다’라는 생각으로 버티려 하다간 다 잃는다. 4를 주고 6을 지키는 지혜와 용기가 요구되는 비상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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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前 경향신문·시사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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