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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노을비
월출산 여행.
4월 20일 월출산 무박 산행이 있는 날이다.
23시 30분에 군자역에서 출발해서
21일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번에는 모처럼 시간이 맞는다.
그래서 새재사랑 산악회 등산 대장인 우복 친구에게
예약도 미리 해 두었었다.
한동안을 설레임으로 기다린 등산이다.
저녁 6시 30 분에 종각역에서 재경 총 동문회가 있다.
친구가 총무로 있는데 참석하라는 메시지가 여러 번 왔었다.
보통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참석을 못했는데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참석해야겠다.
사실 이러한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정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현대의 일상에서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누군가가 모임을 주관하고 관리를 하지만
임원이 아닌 보통의 사람은 선택해서 참석할 수밖에 없다.
모임 임원진들은 빠질 수도 없으니 그만큼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보통의 사람들은 가끔 잘 차려진 상에 숟가락을 들고
참석하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하냐.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심정으로 시간이 났을 때
참석하자고 생각해서 동문회 모임에 갔다.
사람들이 별로 참석하지 않았다.
나이 드신 선배님들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시간 내기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이 너무 바쁘게 돌아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어차피 선택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아마도 이렇게 포괄적인 만남이 쓸모 있는 모양이 덜하였는가보다.
이러한 모임은 중요도에서 떨어지게 되어있다.
주변을 챙기기도 어려운 현대인의 생활인데 이렇게 총 동문회 같은
포괄적 모임은 짬을 내기가 쉽지는 않다.
동문회 모임에 잠깐 참석하고 밖으로 나왔다.
군자역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집에 들리기가 힘들 것 같아서 배낭을 메고 나왔지만 어중간하다.
청계천을 따라서 걸어도 보고 광화문 광장에서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 시청을 거쳐
서울역까지 천천히 걸어 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군자역으로 향했다.
군자역에서 눈에 익은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버스는 군자역에서 23시 30분에 월출산을 향해 출발 했다.
회장님 인사 말씀과 고문님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다녀오신 소감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그곳 산행에서 사람과 자연에 대한 많은 것을 느끼고 오셨다고 한다.
자연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것인데 현대인의 시간은 너무 빠르단다.
대자연 앞에서는 그것을 더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문명의 발달이 많은 물질을 요구하고 그것들을 가지려는 욕구가
시간을 더 빨리 흐르게 요구한다.
우리는 적당하게 충분한데도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 생겨서 자연의 시간을 잊어버렸다고,
그래도 이곳에 나오신 분들은 자연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행이다. 고, 하셨다.
자연에서 태어난 우리는 자연의 시간으로 느리게 살아야 하는데
너무나 정신없이 살아간다.
적당한 충분함을 모른다.
고문님의 좋은 말씀을 들으며 가슴으로 새겼다.
기회가 된다면 고문님의 산행 후기 글에서 이번에 들은 말씀들을
새겨 넣으신다면 두고두고 읽어서 마음에 욕심이 생길 때
정갈하게 하는 씻김의 글이 될 것이다.
우복 산행대장의 산행 코스 안내가 있었다.
천황사 입구에서 산을 올라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 구정봉, 미왕재, 도갑사로 내려오는 산행이다.
천황사 입구에 도착하여 산악회에서 준비한 김밥을 먹고 산을 오른다.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인지 흐린 날인지 모를 정도이다.
헤드 랜턴을 켜고 산을 오른다.
조금은 춥게 느껴지는 기온이다.
바람막이를 겹쳐서 입으니 괜찮은데
손가락이 터진 장갑을 껴서 손가락이 시리다.
산 아래쪽에는 대나무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다.
뜸 뜸이 붉은 동백꽃이 보인다.
밝은 낮이라면 주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이다.
오르막이 꽤나 가파른데 불빛만 보면서 걸으니
훨씬 힘이 덜 들게 느껴진다.
안개 속을 비집고 한참을 산에 올라
구름다리에 다다르니 어둠이 많이 가셨다.
이곳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었는데 자욱한 안개 때문에 그냥 오르기로 했다.
구름다리에서 아래를 바라봐도 별 무서움이 없다.
안개 때문일까?
고향에도 율수 출렁다리가 있었다.
길이가 80여M가 정도는 되었다.
그 시대에서는 현대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었었다.
다리에서 흔들면 출렁거릴 정도로 진동이 일어났다.
다리 위에서 흔들리며 시소를 타는 기분을 느끼니
놀이동산의 어떤 기구보다 재미있었다.
만약에 지금도 그 다리가 있었다면
여행객들이 일부러 내려서 다리를 건너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다리를 수시로 다녀봤으니
구름다리는 나에게 별 흥미를 일으키지 않았다.
안개가 영 가시질 않는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울 것 같은데 볼 수가 없으니 안타깝다.
그래도 안개가 주는 비밀스러운 풍경에 흡족하다.
산 아래의 모든 것들이 비밀에 묻혀 있다.
단지 주변에 조금의 풍경만 허락하니 산에 오르기는 오히려 편안하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훨씬 힘이 덜 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
안개가 언제나 걷힐는지..
이러다가는 안개 산행으로 그냥 마칠 것이라는 조바심 인다.
일기예보에서는 날씨가 화창하다고 했었는데 한동안 자욱한 안갯속을 걸었다.
우복대장이 천천히 가면 나중에 안개가 걷히면
주변 풍경을 구경할 것이라 위안을 준다.
나는 맨 나중의 일행과 같이 천천히 산에 올랐다.
천황봉 아래에 다다랐을 때부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건너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바람에 안개가 산을 넘어가는 풍경이 보인다.
쉼 없이 빠르게 흐르면서 넘어간다.
연신 감탄사가 나온다.
하산하는 사람들이 산 정상에는 상고대가 있어서 볼 만 하다고 한다.
4월 중순이 넘었는데 이 화창한 봄 날씨에 상고대라니,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지었다.
안개가 걷히고 날이 밝아져서 날은 화창한데
설령 상고대가 형성되었더라도 햇살에 금방 녹을 것이다.
맨 꼬래비로 오르고 있으니 잘 못 하면 볼만한 풍경을
놓칠 것 같아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허~~~~~ 사진으로만 본 상고대를 처음 눈으로 직접 본다.
청량하다.
천황봉 아래 철 계단에 이르렀을 때에는
계단 양옆으로 마치 주렴을 매달아 놓은 것 같아서
탱그랭~~!! 하는 울림이 계속해서 나는 듯하다.
바람이 불어서 붙어 있던 서릿발이 서로 부딪혀서 소리를 내거나
우수수 떨어진다.
마치 겨울 왕국의 얼음 궁의 요술 나라에 온듯하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머릿속이 투명의 아름다움으로 차여진 느낌,
하늘로 향하는 길을 맑은 요령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듯,
푸르른 창공에 가지마다 붙어 있는 서릿발을 아래에서 쳐다보니
어허~~~!! 눈이 부시다.
뉘가 바람을 일게 하여 맑은소리를 내게 하고,
뉘가 창공을 열어 푸르름을 펼쳐 놓았는가!
가지마다 푸름에 흰빛이 돌아 보석처럼 빛이 나는구나!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궁전으로 향하는 길을 한참을 올랐다.
기분 좋은 환영을 받듯 산꼭대기에 올랐다.
이제 막 겨울 나라를 통과하였는데
반대쪽 구정봉 쪽으로는 봄 풍경이 펼쳐져 있다.
목동들이 뛰어놀았을 것 같은 푸른 초원 위에
적당한 위치에 암석들이 군상 되어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제자리를 이탈하는 것 없이
여백이 잘 조화를 이룬 산수화의 절정을 보는듯 하다.
멀리 펼쳐진 작은 골짜기와 등선에 여러 모양으로 얹어 있는 암석들이
두리뭉실하여 바라보기 편안하다.
어디에라도 잠자리를 마련해서 밤하늘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빛을 받으며 노닐어도 무섭지 않고
기분이 좋을 것 같은 풍경.
소곤대며 얘기하기 좋을 것 같고, 어린아이마냥 달빛이 넘실대며
같이 까르르 웃으며 길동무할 것 같은 풍경이 보인다.
하늘에 달과 별만 매달아 놓았다면
고즈넉한 조용함과 은은한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도 너무 좋다.
안개 사이를 걸으며 투정한 것들에 대한 보상이 너무나 크다.
구정봉에 도착하여 회원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억세 밭을 지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골자기를 걸었다.
붉은 동백꽃이 내려오는 길에 연이어 피어 있다.
저 붉은 마음을 어찌할꼬!
저 애잔한 슬픈 붉음을~~~
내가 지금껏 보아온 동백꽃은 관상용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야생의 동백, 자연 그대로의 동백꽃을 원 없이 바라보면서 내려간다.
절로 흥이 난다.
이렇듯 좋은 날에 붉은 마음 하나 훔쳤으니 왜 아니 좋겠는가.
동백꽃
긴 겨울에도
차마 울음을
다 못 울어
봄빛 깨치는 날에
붉은 길 하나
열어 두었네
가만히 속내를
보이며 웃고 있지만
애잔한 슬픔이
붉은 꽃잎을 물들이네
아~~~! “동백”은 앞으로 월출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저리도 붉은빛을 만들 수 있는지...
가만히 너를 바라보면 내 가슴이 뛰누나.
그렇게 동백꽃을 바라보면서 도갑사를 향해 내려갔다.
나무에 물이 올라 연두색 이파리를 하늘거린다.
붉음과 초록이 겹치고 하늘에서는 연한 햇살을 내려주니
오늘 산행은 참으로 복도 많다.
어떤 미사여구로 오늘의 감동을 말할 수 있을까?
보지 않았다면 아무리 얘기하여도 거짓부리라고 말하겠네.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되새김을 하겠지만,
오늘 일들을 어찌 다 기억할 수 있으리오.
안개와 상고대와 푸른 하늘, 넓게 펼쳐진 능선과 골짜기,
붉게 물든 동백꽃과 초록의 물결......
우복 친구가 다친 것을 알면서도 주변 경치에 이끌려
걸음이 더뎌져 빨리 내려가지 못함이 내내 미안했다.
도갑사에서 버스를 타고 우복 친구를 응급치료를 하고서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해서 회장님이 저녁으로 대접한 칼국수를
아주 맛있게 먹고 집으로 향했다.
첫댓글 선배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월출산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난 2월 초 무박이일로 같은 시간에 도갑사에서 천황사 코스로 다녀 와서 산행기를 학회지에 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참 저는 총동창회에서 인사드린 28회 여승호 입니다
승호 후배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총동창회 모임에서 너무 일찍 일어나서 죄송혀요..^^
다음에 만나면 아는 척 하자구여..^^
산행 기행문 눈으로 보듯...
가슴으로 느끼듯 잘 읽었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짧은시간이지만 재경동문회에서 동네형님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아름다운 산행 보기좋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
고향 에 대한 향수가 우리의 존재 가치의 일부분 아니겠나?
만나서 무척 반가웠네..
그래도 가끔은 만나 야하는데...
고향 마을이 눈에 선~~~~ 하는데....
거의 들리지는 못 했다네..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라도 귀밑에 들리려고 한다네....
반가우이~ ^^
상세한 설명과 ,멋진 풍경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번가본 월출산이지만 상고대는 첨봅니다..
산은 낮아도 해발 50m에서 시작하기에 꽤 힘든산이지요..
우복대장이 다쳤다니 염려가 됩니다..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형님하고는 만나는 시간이 비켜서 지나가네요...
저도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참석하는 시간이 자주 없어요...
이번에 은근히 형님을 기대 했었는데...
다음 기회에 우연한 만남이라도 있겠지요.
그때 뵙겠습니다..
항상 안전산행 하십시요...^^
우복대장이 산행으로 다져진 몸이어서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현장에서 봤을 때는 간 졸이는 줄 알아았습니다.
건강 체질이라 지금쯤 따그리 앉았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