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생신잔치를 구실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습니다.
집에 안 계셔도 할아버지께서
평소 가신다고 이야기 하신 곳을
기억하며 찾아 갑니다.
센터에 찾아오시면 반갑게 인사드리고
시원한 커피 한잔 대접해드렸습니다.
웃음으로 답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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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이야기를 꺼내니
부담스러워 하시기에 옆에 앉아 손자처럼
할아버지께 이것 저것 여쭈어 봅니다.
아직은 이른가 봅니다.
관계의 때를 기다리기
저희들의 목적은 생신잔치가 아니라
생신잔치를 구실로
할아버지의 인격을 세워드리고
지역사회의 바탕을 기르는 것 입니다.
잠시 잊고 있음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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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 여쭙고 또 여쭙고 다시 여쭈었고
이웃들을 찾아 다니며 인사드렸습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도
저희들이 누구인 알고 계십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할아버지께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때를 지나쳐 버렸습니다.
관심을 더 살리고자 하였는데 살리지 못 하였지만
오늘이 무슨 날 인지는 온 동네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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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 전 날 갑작스레 할아버지께서
장소를 변경하셨습니다.
큰일이다....
큰일은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것이고
장소가 변경되었음을 초대한 분들께 알려만 드리면 되는 간단한 일이 었습니다.
큰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 가시고 싶어하는
식당을 찾아가서 예약을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예약을 하면서
저녁 7시에 예약을 하기로 결정되었지만
한번 더 여쭈었습니다.
'몇 시에 예약을 할까요?'
12시에 하신다고 하십니다.
할아버지
7시에 하신다고 하셨었는데요
다시 여쭈었습니다.
4시에 하자고 하십니다.
사장님께서 할아버지 의견을 거들어 주십니다.
그 시간에 많이 하신다고
하지만 그 시간에는 아무도 올 수 없기에
정중히 할아버지께 사정을 설명드렸습니다.
6시에 하자고 하십니다.
다시 여쭈어 할아버지의 의사를 정확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큰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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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만 변하였지 본질이 바뀐것은 아니 었습니다.
오히려 할아버지는 더 적극적으로 주인자리를 찾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께 여쭈어 결정되었던 시간은
할아버지 댁에서 할 때 이었습니다.
여쭙고 말씀해 주시는 것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말씀데로 실행하더라도 다시 여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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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하시는 동안 할아버지 얼굴에
환한 웃음이 자리를 잡아 떠나질 않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밝아 지는 것을 느낌니다.
잘 안하신던 농담도 하시고
앉아있는 자세도 너무나 편안해 보입니다.
음식을 손님들에서 직접 먹여주시도하고
받아 드시기도 합니다.
웃음이 이마 주름을 펴주니
하얀 살이 보입니다.
이렇게 계속 할아버지가 웃는 날이 많아 주름 속에 가린
하얀살이 검게 그을린 모습을 그려 봅니다.
할아버지께서 대접하시니 모두들 '잘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합니다.
할아버지 어깨가 점점 더 가벼워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준비는 할아버지께서 하셨고
저희는 여쭙기만 했는데
되려 저희에서 인사하십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형이 정말 많이 신경쓰고 애쓰신 생신잔치, 그렇게 어르신께 잘 여쭙고 다녔기에 당일날 저희도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웃으신 날. 동훈아 고맙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