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읽은 좋은 책.
가까이 두고 몇 번을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제목의 '슐츠 씨'는 스누피를 그린 만화가입니다.
찰스 슐츠는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한 직후 해리엇 글릭먼이라는 여성으로부터 편지를 한장 받습니다.
슐츠가 그리는 만화 <피너츠>에 흑인 아이 캐릭터를 넣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죠. 슐츠의 그림을 보고 자랄 아이들에게 인종에 대한 편견 없는 태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가는 이유였죠.
하지만 슐츠는 백인 일색의 만화에 평면적인 흑인 캐릭터 하나를 넣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내려다보는 태도로 보일 것이라며 글릭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답장을 받은 글릭먼은 체념하지 않고 흑인 이웃들의 의견을 모아 거듭 편지를 썼고, 이후 몇 달간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런 끝에 그 해 7월 <피너츠>에 첫 흑인 아이 캐릭터 '프랭클린'이 등장합니다. 슐츠는 이 캐릭토가 등장하는 장면과 대사를 깜짝 놀랄 정도로 세심하게 설계해서 당시 인종에 관해 논란이 되던 문제들을 모두 다루면서도 독자들에게 반발심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이 책에는 낡은 관습과 오래된 편견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자세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았네요.
-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멜라니 이야기 - 멜라니는 유니버시티 하이츠(멜라니가 다니는 고등학교) 아이들은 자라서 필드스톤(같은 지역 백인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아이들이 살게 될 고급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할 운명임을 알았다.
- 센트럴 파크 탐조인 크리스천 쿠퍼 이야기 - 백인의 증언과 흑인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을 때 미국 사회에서는 백인의 말을 믿을 가능성이 높다.
- 여자 옷과 주머니 - 주머니가 없는 여자의 옷은 여성이 해야할 일과 여성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반영한다.
- 완톤 폰트 - 이 폰트는 누가 처음 만들었고, 왜 중국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했을까? 중국계가 자발적으로 사용했다면 이 폰트는 인종주의적일까?
- 캐스터 세메냐의 정체 - 세상이 빠르게 젠더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엄격하게 이분법을 고수하는 곳이 바로 엘리트 체육게다. 생식기의 모양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성과 XY염색체로 판단하는 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간성인' 선수 캐스터 세메냐의 이야기
- 코드 스위치 - 코니 청(Conni Chung)은 1980년대 동아시아계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주류 방송에서 뉴스를 진행한 사람이다. 그런데 코니 청은 유화(Yu -Hwa)라는 중국식 이름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코드 스위치(code switch) : 고향에 돌아간 순간 지역 억양이 살아나는 것과 비슷한 현상. 서로 다른 문화로 이동하면서 말투나 행동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 완벽하지 않은 피해자 - 어떤 피해자도 완벽하지 않다. 어떤 피해자도 완벽할 필요가 없다. 영화배우 조니뎁과 그의 부인이 이혼하는 과정 이야기. "배우도 사람"이라는 대중의 너그러운 이해는 대개 남성에게만- 할리우드에서는 백인 남성에게만 - 주어진다.
다르보 전략(DARVO) (사실을) 부인하고 공격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꾸라.
- 메리 포드의 결격 사유 - 1938년 한 여성이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에 지원했다가 단번에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는 디즈니에서 보낸 거절 편지를 남몰래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
- 상식적인 남자들 - 여자가 보스턴 마라톤에서 뛸 수 있게 되는 데 반드시 남자의 도움이 필요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 변화에 동의하고 그 과정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빨리 변할 수 있다.
- 친애하는 슐프 씨께 - <피너츠>에 등장하는 흑인 캐릭터 프랭클린은 토큰 블랙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인종 다양성의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중요한 계단이었다.
- 세상을 바꾼 여름 캠프 - 사회의 변화는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한 사람이 없으면 일어나기 힘들었을 변화도 있다.
- 낯선 모습의 킹 목사 - 인종주의자에 반대하는 만화가는 왜 킹 목사를 폭력 시위를 주도하는 인물로 묘사했을까? 백인들이 킹 목사를 자신들에게 불편하지 않은 버전으로 바꿔놓은 역사.
- 정신력 - 세계 최고의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는 올림픽에서 기권해서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정말 '정신력이 해이해진' 걸까? 운동선수의 정신력의 정체는 뭘까?
펩토크(pep talk) : 자신들보다 월등히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상대 팀과의 경기에서 위축된 선수들을 흥분시켜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는 마법의 열쇠
-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 세계 랭킹 2위의 오사카 나오미가 프랑스 오픈 대회를 기권하며너 남긴 트윗에는 스타 선수의 배짱이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맞이하는 인류 사회가 귀를 기울여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 트렁크에 들어간 여배우 - 전통적인 영화 촬영장에서 어린 여자 배우가 입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사실을 윈슬릿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동차 안에서 노출 장면을 찍어야 하는 어린 여배우를 도와주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간 케이트 윈슬릿 이 배우가 그렇게 멋지다니!
- 진정한 전문가 - 경험 많은 사람의 정직한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사회는 대중을 속이려는 사람들이 이끌게 된다. 부시 대통령이 벌인 이라크 전쟁에서 솔직한 의견을 말해 모든 직업을 잃고 살아갔던 케이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