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역학 제1법칙 | 3쪽 |
열역학 법칙은 열 현상과 연관된 법칙으로 제0법칙, 제1법칙, 제2법칙 등 세가지가 있다. 양자론과 상대론으로 구성된 현대물리를 이해하는데 고전 물리 이론체계 안에서 완성된 열역학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앞에서 공부한 것처럼 플랑크가 열역학 법칙에 매달려 있다가 양자론에 도달하게 되었으므로 열역학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열역학 제0법칙은 아주 간단하다. A라는 물체의 온도가 10도이고 B라는 물체의 온도가 10도라면 A와 B의 온도는 같다라는 것이다. 참 싱거운 법칙 같기도 하지만 그렇지가 않고 매우 근본적인 문제를 다룬 법칙이다. 우선 물체의 온도를 말하려면 물체가 열적 평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즉 물체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더 뜨겁거나 차겁지 않고 똑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열적 평형을 이룬 물체의 온도를 알아보려면 온도계를 물체와 접촉시켜야 한다. 온도계와 물체가 열적 평형을 이룬후에 온도계에 나온 눈금이 물체의 온도를 표시한다. 이러한 개념을 이용하여 이해한다면 열역학 제0법칙은 A와 C가 열적 평형을 이루었고 B와 C 가 열적 평형을 이루었으면 A와 B는 비교를 해보지 않아도 열적 평형을 이루었음을 말해주는 법칙이다. 제일 먼저 힘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야 겠다. 마찰이 하나도 없는 빙판이 있다고 하자. (마찰이 하나도 없으면 스케이트를 탈 수도 없다.) 이 빙판에서 못이 박힌 신발을 신고 빙판 위에 정지해 있는 물체를 한번 밀어주고 손을 놓자. 그러면 물체는 손을 떼었을 때의 속도로 계속 움직인다. 이런 물체의 운동을 등속도 운동이라고 한다. 물체가 등속도 운동하는 동안 물체는 아무런 힘도 받지 않는다. 이것이 유명한 뉴턴의 운동법칙 세가지 중 제1법칙 또는 관성의 법칙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빙판 위의 물체를 일정한 힘으로 계속 밀고가면 어떻게 될까? 물체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이것이 힘의 역할이다. 힘은 물체의 속도를 바꾼다. 내가 F 라는 크기의 힘으로 d 라는 거리만큼 밀고가면 (즉 내가 물체에 F 의 힘을 가하면서 d 만큼 이동하면) 나는 힘을 가하면서 물체에게 일을 하였다고 말하는데 이 때 내가 해준 일 W 는 이것이 일종의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에너지는 일의 전달이라는 방법 또는 다른 방법으로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전달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을 해준 물체의 에너지는 딱 해준 일만큼 감소하고 일을 받은 물체의 에너지는 딱 받은 일만큼 증가한다. 이것은 마치 은행에 예금하는 것과 같다. 은행에 입금하면 예금 잔고는 입금한 만큼 증가한다. 이 때 입금한 금액이 일이고 예금 잔고가 에너지이다. 그래서 혹시 고등학교 때 배운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에너지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에너지를 갖고 있는 물체는 언제든지 다른 물체에게 일을 해서 에너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에게도 같은 설명을 할 수 있다. (그런 물체를 자유낙하하는 물체라고 부른다.) 떨어지는 물체에는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이라는 힘이 계속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력의 크기는 물체가 떨어지는 동안 거의 바뀌지 않고 일정하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던 물체가 중력 F 를 받으며 거리 h 만큼 떨어졌다면 지구가 물체에게 W = Fh 만큼의 일을 하였고 딱 그만한 크기의 운동에너지에 해당하는 Fh = (1/2) mv2 가 되도록 속도가 증가되어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물체는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에 의해 일을 전달받고 속도가 점점 더 증가하면서 운동에너지가 받은 일만큼 증가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였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중력이 한 일과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한 양은 정확히 똑같다. 그런데 물체가 땅에 떨어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물체가 땅에 떨어져서 움직이기를 멈추면 물체의 속도가 영이고 그래서 물체의 운동에너지도 영이다. 물체가 땅에 닿기 직전의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물체가 정지하고 난 후 다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에너지가 사라져도 괜찮을까? 아니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절대로 위배되지 않는다.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뀌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경우에 땅에 떨어지면서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물체의 열에너지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물체가 땅에 떨어져 정지한 직후에 물체의 온도를 측정하면 이 온도가 떨어지고 있을 때보다 약간 높아졌을 텐데 이렇게 온도를 높힌 에너지는 정확히 물체가 떨어지기 직전의 운동에너지와 같을 것이라는 것을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해 확신해도 좋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른쪽 그림과 같이 떨어지는 물체가 상자속에 들어있는 많은 구슬들이라고 하자. 떨어지고 있는 동안 구슬들은 모두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 그래서 물체 전체의 운동 에너지는 구슬 하나 하나의 운동에너지를 다 더한 것과 같다. 그런데 상자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구슬들은 상자 안에서 요동을 칠 것이다. (동그라미 속의 그림을 보라.) 그래서 상자는 움직이지 않지만 상자 안의 구슬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로 다른 크기의 속도로 멋대로 움직여서 구슬 하나 하나의 운동에너지는 다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이 구슬들이 멋대로 움직이는 운동에너지를 다 더하면 떨어지기 직전의 운동에너지와 같아야만 한다. 땅에 떨어지고 난 뒤에 개개의 구슬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알 수 없다. (우연히 구슬들이 모두 다 윗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상자가 공중으로 뜰지도 모른다.) 19세기 초까지도 열현상은 역학적 현상과 구별되는 별개의 현상으로 생각하였다. 열은 일과는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존재라고 믿었다. 그래서 열소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는데, 열소는 일종의 질량이 없는 물질로서 온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보았다. 그래서 불로 물체를 가열하면 불에서 나온 열소가 물체 내에서 전달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물체가 뜨겁다는 것은 물체를 구성하는 요소 (예를 들면 물체의 분자)가 멋대로 움직이는 운동에너지가 크다는 것에 불과하다.
열의 본성이 일과 같다는 것은 1840년 영국의 과학자 줄에 의해 발견되었다. 줄은 물에 담긴 물레방아를 돌리면 물을 불로 덥히지 않더라도 물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는 실제로 물 속에 담긴 물레방아를 돌리는데 든 일과 물의 온도를 올리는데 필요한 칼라리의 양을 비교하여 1 칼로리는 4.2 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보였다. 당시에는 열과 일 (또는 에너지)가 본성이 다른 존재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각각 다른 단위(열량은 칼로리, 일의 크기는 줄)로 기술하였다. 그러나 열과 일은 같은 본성의 존재이고 열이 일로 일이 열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열과 일을 서로 다른 단위로 묘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열현상 까지를 포함한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어떤 계가 (또는 물체가) 열에너지를 받으면 계의 내부 에너지는 받은 열에너지만큼 증가한다는 것이다. 내부 에너지란 계의 구성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의 합이다. 또는 주어진 계가 외부에 일을 해주면 계의 내부 에너지는 해준 일만큼 감소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