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구유와 용마름 이야기
2023.12.25
금년 본당 구유를 만들기 위해 두 달 전부터 구상을 한 결과
아내는 용마름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용마름은 다름아닌 초가지붕의 가장 높은곳에 얹습니다.
이엉으로 지붕을 덮고 그위에 얹는 마지막 작업이죠.
이 용머리로 마람 앞뒤를 쒸워서 비나 눈이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용마름을 트는작업은 기술이 필요하므로 아무나 할수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용마름은 제 기억에도 남아 있습니다.
시골에서 초가집을 1~2 년에 한 번씩 새로 입히는(이엉갈이) 작업을 했습니다.
이 날은 마을에서 여러분들이 함께 모여 작업을 했습니다.
이웃들이 서로 도와주는 일을 품앗이, 제주에서는 수눌음이라고 하지요.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전통이지요.
이엉은 마을 모든 분들이 엮을 줄 알고 저도 합니다.
하지만 용마름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옛날 모습은 아마도 머지않아 볼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용마름을 구하기 위해 5일장에 가서 알아보았지만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우 어르신,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부탁을 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역시 용마름을 트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이미 볏집은 여주 대자에게 부탁을 해서
택배로 받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용머리를 파는 곳이 있어서 기뻐했는데
1미터에 3만원, 2미터는 되어야 하기에 택배비를 포함하면
7만원 가까이 들고 너무 굵고 무거워서 제대에 얹기에는 적당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용머리 얹은 초가 구유는 흔하고 식상하니
포기하라고 아내에게 말을 했지만 미련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1주일 쯤 지난 후 한 교우 자매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가
자매님 남편이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당장 그 집으로 찾아가 만나뵙고 볏집을 전달했고
다음 날 찾아가라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용마름을 차에 싣고 성당으로 달려가
대림초(환)를 독서대 앞으로 옮기고
사진과 같이 설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림초의 불이 늘어가듯
성탄구유도 조금씩 채워질 것입니다.
이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졸라대면(기도하면)
들어준다는 성경구절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 16-18)
끊임없이 간청하여라(루카11,5-8)
우리 신앙인은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끈질기게 기도하고 간청하면 응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대림시기에 깨달았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용마름을 만들어주신 베드로형제님, 릿다 자매님 감사드립니다.
이름처럼 살기
2023.12.26 수정
저는 이름이 셋 있습니다.
첫째,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학남(學男) - 배우는 남자
둘째,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날 때 세례명은 스테파노 - 최초의 순교자
셋째, 사이버상에서 활동하는 이름은 세잎크로버 - 행복
직장에서 25년 생활하고, 제 2막 인생을 여주 도전리에서 10년 살고
이제 3막 인생을 살려고 제주도 용수리로 이사온 지 8년이 넘었습니다.
세상 욕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제주도의 맛을 깊이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름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을 부르지않고, **엄마(아빠), 자기, 당신 등으로 많이 부릅니다.
가능하면 세속명이든 세례명이든 불러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김춘수 시인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는 말처럼
이름을 부를 때 빛깔과 향기가 피어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끔 지인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 분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름과 비슷하게 살고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르타라는 세례명을 가진 자매들은 아주 부지런합니다.
성당에서 궂은 일은 도맡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리아라는 세례명은 조용하고 기도생활에 충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바오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분들은
신앙생활과 선교에 적극적인 분들이 많아 성당에서 봉사도 열심히 합니다.
스테파노는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지않고,
바른 말과 행동으로 미움(박해)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에게 불편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주지요.
우리가 의식은 하지 않지만 무의식 중에
자신의 이름대로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서 "이름은 무의식을 담는 그릇" 이라고 하나 봅니다.
저는 세 가지 이름 모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지어졌습니다.
세속명은 부모님이 항렬에 맞춰 지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발음도 하기 어려워 항남, 향남 등으로 불려지곤 했지요.
특히 전화로는 여러번 알려주어야 상대방이 정확히 알아들었습니다.
스테파노는 생일에 맞추다보니 스테파노가 되었습니다.
세잎크로버는 본래 네잎크로버로 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른 분이 사용하고 있어 차선책으로 세잎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세 가지 이름 모두 나의 삶과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속명대로 무엇이든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알 때까지 찾아봅니다.
나중에는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르는 것을 찾다가 밤을 샌 적도 있습니다.
스테파노는 정말 저의 성격을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됩니다.
회사에 다닐 때, 누구나 벌벌 떠는 그룹 회장님과 사장님에게
몇 번 바른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좋지 않게 보였겠지요.
세잎크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니
이보다 좋은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욕심도 과하지 않게 지족가락(知足可樂)의 삶을 추구합니다.
나의 주보성인 스테파노
우리가 스테파노에 대하여 아는 것은 모두 사도행전 6장과 7장에 나타나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스테파노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었는지 알기에 충분하다.
사도행전은 스테파노가 은총과 성령의 힘을 받아
백성들 앞에서 놀라운 일과 기적들을 행했다고 한다.
이른바 ’자유인들의 회당’에 속한 일부 유대인들이 스테파노와 논쟁을 벌였지만
지혜와 성령을 받아 말하는 스테파노를 당해 낼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매수하여
스테파노가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다고 거짓 증언을 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스테파노는 붙잡혀 의회 앞에 끌려갔다.
스테파노는 의회 앞에서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에서 하느님의 인도하심과
이스라엘 백성의 우상 숭배 및 불분명한 사실들을 상기시켰다.
그러고는 그의 박해자들의 정신 상태를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당신들은 당신네 조상들처럼 언제나 성령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노의 연설은 군중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이때 스테파노가 성령이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보니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편에
사람의 아들이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하고 외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 스테파노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어
성 밖으로 끌어 내고는 돌로 치기 시작하였다. …
사람들이 돌로 칠때에 스테파노는
’주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 …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사도 7,55-60)
스테파노는 예수님처럼 죽었다.
그가 두려움 없이 진리를 말했기 때문에
거짓 증언으로 고발되어 불의한 처형을 받았다.
그는 하느님을 향하여 신뢰에 가득 찬 눈을 들고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입술로는 용서의 기도를 하였다.
’행복한’죽음은 이러한 것이다.
우리의 죽음이 요셉의 죽음처럼 조용한 것이든
스테파노의 죽음처럼 격렬한 것이든
용기와 전적인 신뢰 그리고 용서하는 사랑이 깃들인
스테파노와 같은 정신으로 죽음을 맞을 때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이다. "
나의 닉 네임 세잎 크로버
잔디밭 한구석 클로버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한번쯤은 누구나 네잎 클로버를 찾아 보았을 겁니다.
네잎 클로버를 찾게되면 괜히 마음이 뿌듯한 느낌을 가져본적 계시죠?
또 아마도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바로 뽑거나 잘라서 책갈피나 여기저기 보관하기도 하지요.
그럼 거기 있던 세잎 클로버들은 어찌 하셨나요?
아마도 버려두었을 겁니다.
네잎 클로버를 찾기위해 뽑았다 그냥 내어 버린
세잎 클로버의 꽃말이 무엇일까요?
네잎 클로버는 행운이죠. 그래서 그리들 찾는다고 난리 인데...
그냥 내버린 그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 세잎 클로버는 행복...
수없이 많은 행복 속에서도 우린 행운만을 기다리나 봅니다.
크로버가 좋은 까닭은,
크로버 안에는 사랑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CloveR)
사랑을 가지고 있는 크로버에 세잎이던, 네잎이든
행복과 행운이란 말의 의미를 부여 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살려내는 에너지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수한 행복이 지천에 깔려 있읍니다.
세잎 크로버에도 사랑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어 있구요,
수 많은 만남 속에 헤아릴 수 없는 만큼의 언어가 배어 있습니다.
위대한 꿈은 위대한 제국을 건설합니다.
그러나 소박한 꿈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한 잎파리가 적고 모자라며,
한 발자국 늦고 한 번의 실수로 저 만큼 멀어졌어도,
어쩌다 오는 행운보다는
지천에 깔려 있는 사랑들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합니다.
세잎 크로버는, 보통이기 때문에,
평범하기 때문에, 많이 있기 때문에,
무수히 밟혀 지기 때문에, 비범하지 않아 외면 받기 때문에,
비교할 때마다 못나 보이기 때문에,
세잎 크로버인 나는 행복합니다.
오늘 제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테파노 성인의 세례명과 세잎 크로버의 닉네임을 가진 사람으로서
성령으로 가득차 예수님을 닮고 물들어
바오로 사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스테파노 성인처럼,
행복을 전하는 세잎 크로버처럼
이 세상에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행복을 전하는 신앙인으로 살고자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축일 맞으신 스테파노, 스테파니아 형제 자매님들~
영명축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더욱 큰 기쁨과 평화 누리시며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