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 나눔의 기적
이대식 원주 가현교회 담임목사
해비타트 운동은 밀라드 풀러(Millard Fuller)라는 미국인 변호사로부터 시작됐다. 어느 날 아내가 “돈만 추구하는 의미 없는 삶을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별거를 요구해 왔다. 아내를 극진히 사랑했던 그는 가정의 위기를 맞자 새롭고 의미 있는 삶을 찾게 되었고, 1965년 결국 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1973년 아프리카 자이레에서 가난한 흑인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기 시작했고 1976년에 오늘날의 국제해비타트를 창설했다.
많은 사람들의 나눔과 헌신으로 세상은 점점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섬김과 나눔 그리고 구제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풍성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베푸는 삶의 일은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것 이상을 포함한다. 이 세상에는 가난한 부자들이 많다. 가난은 물질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물질을 아무런 목적 없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가난이다. 적은 재물이지만 그것을 가치 있고, 목적 있는 일에 사용하면 가난하지만 부유한 사람이다. 가난한 부자 아주 역설지이지만 의미 있는 말이다. 섬김과 나눔 구제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재물의 부요함보단 사랑의 부요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경제력의 정도를 떠나 구제와 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공통되는 한 가지 확실한 믿음이 있다. 그것은 물질보다 먼저 마음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햇볕의 따뜻함의 자리보다 그 빛에 늘어진 그림자의 차가움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을 섬기고, 그들을 돌아보는 삶, 그것은 그들보다 정말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의 의무요 책임인 것이다. 의무와 책임은 그것을 하여도 보상이 없는 일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라는 것은 그들로부터 어떤 보상과 인정을 바라지 않고, 그저 베푸는 것이어야 한다.
자녀들의 교육이라면 파출부 생활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녀 교육이라면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멀리 외국으로 떠나보낸 채 외롭게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와 교육은 세상의 모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넉넉한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기업의 이익과 소득을 개인이 할 수 없는 나눔과 섬김의 책임을 지고 사회의 구석구석을 돌보아야 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산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가을에 우리는 단풍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자연의 변화에 경이를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 잎들이 색을 다 발하고, 가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 것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흙으로 돌아간 그 잎들이 어떤 나무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무들의 거름이 되어 다음해에 더욱 튼튼한 나무가 될 수 있게,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과 쉼을 줄 수 있는 나무가 되게 한다.
이제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나 자신의 나눔과 섬김 그리고 소외된 자들의 슬픔과 아픔을 먼저 헤아려 보아야 한다. 그들이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더욱 건강하고, 사회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생활 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야 한다. 또한 우리 자녀들에게도 이러한 나눔의 유산을 물려줘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바라는 소박한 기적이다.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