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인 15일은 미국의 국정공휴일인 Martin Luther King Jr. Day이다. 민권운동의 상징인 킹목사의 생일(1929/01/15)을 기념하여 매년 1월 셋째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킨다. 킹목사는 68년 4월 암살로 희생되기 전에 수많은 살해위협을 받았고 칼에 찔리기도 하였는데, 그의 죽음으로부터 불과 두달 뒤에는 민권/반전에 대한 지지입장으로 당대 진보정치의 상징이었던 Robert F. Kennedy상원의원 또한 암살당하고 말았다.
오래전 운전중에 미국공영방송(NPR) 인터뷰에서 한 흑인 민권운동가를 통해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편견과 증오에 대한 인상깊은 증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여러 차별과 억압을 느끼면서 늘 폐부 깊숙히 찔려있던 제일 큰 질문은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뿌리 깊은 증오에 대한 것이었다고. 차라리 역사적인 앙숙이나 원한관계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왜 어찌하여 흑인들을 그토록 미워할 수 있었느냐고 흐느끼며 되물었던 기억이다.
벽두부터 한국의 야당대표가 급습 테러로 목에 칼을 맞았다는 소식에 경악한다. 범인은 명백한 살해의도를 가지고 급소를 노려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끈질긴 정치적 악마화와 더불어 먼지털이식 사법적 살인이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일이다. 정치이야기 즐기지 않고, 미국시민으로서 먹고 살기 바쁜 직장인이지만 모국을 생각하면, 많은 '중도' 또는 '민주' 지지자라는 이들조차 그토록 이재명을 미워하는지 의아했다.
유전자 조합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 인간이라, 개인 성향을 이런저런 흑백기준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를 싫어함에도 입장에 따라 '빠'로 불리며 양극화 되는 게 작금이다. 진영 논리라는 곡해의 소지에도 나는 모호함이나 양비론 뒤에 숨는 것을 비겁하게 여겨, 역사적 맥락에서 친일 매국노들이 주축이 된 적폐세력과 국가지도자의 무능/무지/무식과 자격에 대한 분명한 반대와 이재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나는 공직자와 정치세력을 비판하되, 구체적인 사실과 근거를 들어 되도록이면 완곡하고 정중한 언어를 쓰고자 애썼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사상의 자유를 중시하고 옹호하는만큼, 나는 어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쪽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비방하거나 욕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재명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그런 나 또한 밉게 보아 삭친하는 것으로 미루어, 그러한 증오의 골을 어림하게 한다.
법카 의혹이나 형수 '찢'욕설 논란등에 대해서 알고 있고 이재명에게도 여러 흠결이 있겠지만, 그런 비난에 열을 올리는 언론이나 사람치고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등을 이재명, 김혜경, 조국과 같은 잣대에 올려놓는 경우는 못보았다. 이를 보면 성경에 사탄도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다고 사도바울이 기록했는데, 한국의 마귀들은 천사로 둔갑하는 것은 아예 포기하고 상대를 더욱 악마화하는 것을 주효 전략으로 삼았음이다.
내가 이대표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완벽/훌륭한 인격일 것으로 기대해서가 아니라 온갖 시련과 차별을 뚫고 어렵사리 자란 풀뿌리 정치인을 한국사회가 능력에 따라 지도자로 인정하고 세워주는 성숙함을 기대해서다. 나는 어쩌면 이재명이 대선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세상은 그닥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를 악마화하여 왜곡된 선거결과를 빚은 것 자체로서 한국사회는 엄청난 퇴행과 기회비용을 대가로 치르고 있지 않은가.
고 김대중대통령이 박정희에게 납치되어 암살당할 뻔 했었기에, 이대표가 천만다행으로 생명에 지장이 없다니 천운이라 할 것이지만, 그를 여론으로 법적으로 이제는 테러로써 제거하려 하는 모든 시도가 민주주의적 기회의 원천적 박탈을 뜻하기에 참담한 새해의 시작이다. 부디 나의 모국 대한민국 사회가 이 어두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고 이대표가 조속히 쾌유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는 북가주에서 IT 컨설턴트로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편집자)
첫댓글 부디...
집단적 광기에 소름이 끼칩니다. 부디 정신 바로 붙잡고 살아 이 시기를 잘 헤쳐가는 대한민국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