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2016-04-21 13면기사 / 편집 2016-04-21 06:08:59
다른 듯 같은 듯… 고암의 예술세계 다시보기
레티나 : 움직이는 이미지 >> 6월 26일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作 '군상'
풍부한 과학 인프라를 토대로 예술과 과학의 융합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대전에서 예술과 과학은 물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의미있는 전시가 열린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오는 6월 26일까지 '2016 이응노미술관 뉴미디어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레티나 : 움직이는 이미지' 전을 선보인다. 2015-2016 한불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의 2인조 뉴미디어 아티스트 르네 쉴트라와 마리아 바르텔레미를 초청해 이응노 작가의 추상작품과 실험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융·복합 전시회이다.
프랑스 파리와 툴루즈를 기반으로 25년째 함께 작업하고 있는 쉴트라와 바르텔레미는 광섬유, 영상,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학 등 과학의 원리를 예술과 접목하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시각과 이미지로 전시명인 '레티나' 역시 '망막'을 의미한다. 시각 이미지가 망막과 반응하며 겪는 체험을 작품의 기본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두 가지 테마인 '살아 있는 이미지'와 '기호로서의 이미지'로 나뉜다. 1·2전시실의 '살아 있는 이미지'에서는 쉴트라·바르텔레미의 타피스트리 작품 '센티멘탈 저니 2'와 이응노 작가의 '군상', '서체드로잉' 시리즈, '접시도안' 시리즈 등을 함께 전시해 다양한 추상 이미지를 비교한다.
두 프랑스 작가는 어떤 개체들이 자발적으로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주목해 서로 다른 색깔이 어느 순간 통합, 동일시되는 과정을 '센티멘탈 저니' 시리즈로 표현했다. 이는 이응노 작가의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상호작용과 유사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컴퓨터 프로그레밍 등 예술 접목
佛 2인조 뉴미디어 아티스트 초청
이응노 작품 실험적 해석 선보여
쉴트라 작가는 "자연 속에서 물고기가 떼를 지어 움직이는 것처럼 서로 다른 색깔이 어느 순간 통합돼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타피스트리로 표현했다"며 "이응노 작가의 '군상' 속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작은 사람들이 팔, 다리 등 공통의 요소로 상호작용해 전체의 동일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타피스트리와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4전시실의 '기호로서의 이미지'에서는 광섬유 영상설치 작품 '빅 크런치 마리앵바드'와 관련 사진, 이응노 작가의 '문자추상'이 함께 전시된다.
쉴트라·바르텔레미는 1961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지난 해 마리앵바드에서'를 파편적인 이미지와 픽셀, 픽토그램(그림문자) 등의 기호로 해체해 '빅 크런치 마리앵바드'를 제작했다. 이응노 작가의 '문자추상'과 맥을 같이하는 예술적 실험이다.
바르텔레미 작가는 "세상이 갖고 있는 모든 복잡함은 기호에 가까운 형태, 근사치의 형태로 최소화될 수 있고 이 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의 일정한 움직임"이라며 "열여덟 살 때 봤던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가 30년이 지난 후에는 대부분의 정보는 지워지고 검은색, 흰색 등 매우 단순화된 잔상으로만 남아 있는 기억을 토대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작품의 뿌리는 모더니즘인데 그 모더니즘에 큰 획을 그었던 이응노 작가가 멀티미디어 시대에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던져주고 있다"며 "현대 예술계에서 과학과 예술의 접목은 여전히 약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 작품세계에서 과학과예술의 관계는 무척 심오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쉴트라·바르텔레미 作 '빅 크런치 마리앵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