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물밀듯 밀려올 때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감정이 물밀듯 밀려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특히 문제를 소유해서(화가났다 든지, 답답하다 든지, 앞이 캄캄하다 든지)
발생하는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여기서 말하는 감정은 그냥 일반전인 나의 감정이 아니라,
문제를 소유했을 때 생기는 상대방의 감정을 말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녀, 혹은 상대방이 문제를 소유했을 때
걸림돌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걸림돌을 사용하면 넘어진 사람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술이 반영적 경청이라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자녀나 상대방이 문제를 소유했을 때 반영적 경청이
왜 효과적인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훌륭한 사람은 이성과 감정이 잘 조화를 이루고, 그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이성을 잘 조화롭게 받아들이며 행동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얼굴을 하나의 이성과 감성으로 채워진 동그란 원으로 생각해볼까요.
그 동그란 원을 가로선으로 반을 가릅니다.
그리고 그 밑의 부분은 감정으로 채워져있고,
그 위의 부분은 이성으로 채워져 있다고 가정을 하지요.
평상시에는 이 동그란 원이 반은 감정으로 반은 이성으로 채워져서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소유하게 되면 감정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성과 감정이 반반씩 균형을 지켜 조화를 이루던 것이,
이제는 감정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원 안의 가로선이 훨씬 위로 올라가 이제는 이성의 영역은
조금 밖에 남지 않고 감정의 영역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사람이 안좋은 감정으로 가득차서 행동을 하게 되면 물, 불 안가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따금 추석 명절이나 설날에 모처럼 가족들이 모였을 때
문제를 소유한 사람이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집에다 불을 지르거나
엽총으로 가족들을 쏘아서 죽이기도 하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봅니다.그러나 말로 했을 때 들어주지 않고, 계속해서 더 속상하게 그 감정을 건드리면(걸림돌을 사용하면)
그 때는 감정이 솟구쳐서 감정대로 행동을 하게 되지요.
지난 번 육군 모 부대에서 있었던 김일병 사건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마음 속에는 증오의 감정으로 가득차 있는데 누군가 그 마음을 읽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지요.
반영적 경청은 바로 이런 감정이 홍수를 이루어 그 사람을 지배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의 그 아픈, 고통스러운 마음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든다면 "엄마 저 개좀 봐!" 라고 자녀가 불안해 하면서 말을 했을 때,
"겁이 많구나!" "안 물을거야" "엄마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라고 말을 하는 것은 반영적 경청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을 한다고 마음속의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 "어머 너 저 개가 무서운가 보구나?" 라고
그 사람의 정확한 마음을 공감하며 읽어 주는 것이 바로 반영적 경청입니다.
그럴 때 고무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꽉찼던 감정이 줄어들게 되면서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루게 되고 정확한 사리 판단을 하게 됩니다.
경청은 감정을 조절해주고 이성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사람의 감정을 정확하게 말을 해주고, 내가 그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고 표현해주면 그 사람의 감정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감정과 이성이 균형을 이루어 올바로
상황 판단을 하여 행동하게 됩니다.
내가 대신 행동해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답을 찾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훌륭한 상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가정안에서 이런 감정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또 감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될 때,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