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
임은경
엄마 자궁에서 나올 때
푸른 점 하나 엉덩이에 새겼지
오래된 기억을 새기고
첫발을 내디딜 땐 모두가 환호했지
초원을 걸을 때나 하늘길을 달릴 때도
푸른 점은 아이를 지켜줬지
아이가 커가면서
몽고반점은 점점 희미해졌지
흙바람에 눈을 감기도 하고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도 하면서
아이는 점점 흙을 멀리하게 되었지
어느 날,
바다 깊은 곳에서 태초의 기억이 말을 걸어왔지
바다 이야기를 간직한 물고기 이야기,
나비와 새가 날던 숲의 이야기
억만 광년의 거리에서 보면
우리는 푸른 점 안에서 살고 있지
서로 손잡고 있지
----애지, 2024년 겨울호 발표 예정
몽고반점이란 어린아기의 엉덩이와 등과 다리에 분포하는 푸른 반점을 말하고, 배아 발생 초기에 표피로 이동하던 멜라닌 세포가 진피에 머물러 생긴 자국이라고한다. 일반적으로 출생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사라지며, 사춘기가 되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엄마 자궁에서 나올 때/ 푸른 점 하나”가 몽고반점인 이유는 1883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에르빈 발츠가 몽고인 환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고 하여 부르게 된 것이지만, 그러나 몽고반점은 아시아, 아프리카 특정민족, 오세니아 원주민, 아메리카 원주민 등에서 다양하게 발견되는 우성형질이라고 한다.
임은경 시인의 [몽고반점]은 단순한 ‘몽고반점’이 아닌 신의 축복의 징표이며, 이 몽고반점의 축복 속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그 어떤 고통과 역경도 다 극복해 나간다. “오래된 기억을 새기고/ 첫발을 내디딜 땐 모두가 환호했지”가 그것이고, “초원을 걸을 때나 하늘길을 달릴 때도/ 푸른 점은 아이를 지켜줬지”가 그것이다.
모든 병이 ‘마음의 병’(심인성 질병)인 것처럼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은 몸과 마음의 질병에 걸릴 확률이 거의 없다. 무한한 자부심(자긍심)은 의지를 길러주고, 의지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천하무적의 용기는 그 모든 외부의 적들을 다 물리친다.“아이가 커가면서/ 몽고반점은 점점 희미해졌”고, 흙바람에 눈을 감고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어느 날 “바다 깊은 곳에서 태초의 기억이 말을 걸어” 온 것이다. 태초의 기억은 몽고반점의 기억이며, 그것은 “바다 이야기를 간직한 물고기 이야기”와 “나비와 새가 날던 숲의 이야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기체와 무기체가 다르고, 산과 바다, 혹은 땅과 바다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나 무기체가 없으면 유기체도 없고, 바다가 없으면 산도 없다. 모든 유기체들은 무기체로 구성되어 있고, 고산영봉들도 그 뿌리는 바다에 두고 있는 것이다. 몽고반점은 바다를 간직한 물고기 이야기이고, 나비와 새가 날던 숲의 이야기와 영원한 어린아기의 탄생신화의 징표라고 할 수가 있다.
몽고반점. 천년, 만년, “억만 광년의 거리”에서 바라보아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몽고반점----.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몽고반점’ 안에서 살아가며,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