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4기 70대, 아들·딸은 매출 800억 회사 물려받기 싫다는데
[한화생명 은퇴백서] 승계자 못찾은 中企 '성공 은퇴법'
송경선 한화생명 경인FA센터장 입력 2024.06.05. 00:50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며 연 매출 800억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박모(75)씨는 최근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항암 치료를 위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은퇴할 수 없다. 1남 1녀의 자녀 중 아무도 회사를 물려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 아들은 프랑스 유학을 간 뒤 귀국 계획이 없고, 딸과 사위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박씨는 “젊음을 바쳐 일궈낸 사업을 자녀에게 물려줘 유의미한 유산으로 남기고 싶지만, 아이들은 사업에는 관심이 없으니 조급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모가 일궈 놓은 사업체를 자녀 세대가 물려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을 지나며 이런 승계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장수 기업이 많은 일본에서도 이런 현상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일본 중소기업의 M&A(인수·합병) 활용 사업승계와 유의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일본 기업 중 후계자가 없는 곳이 66.4%에 달했다. 일본에선 친족이나 사내 승계가 어려운 경우 종업원 고용 유지와 확보를 위해 사업 승계형 M&A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100억원 미만의 스몰딜(Small Deal)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최근 기업 간 M&A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도입 하는 등 중소기업 승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백형선
◇승계 고려 때 절세 먼저 생각해야
중소기업주들이 가업 승계를 고려할 때, 우선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속·증여세율이다. 이 때문에 세금을 줄이며 가업 승계를 추진하려면 관련 제도와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근 상속·증여세도 세제 혜택 조건들이 완화되며 사전주식증여특례의 경우 세율 10%, 저율 과세 구간이 12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를 초과해도 600억원까지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사후 관리 기간도 줄어 들어 5년까지 단축됐다. 업종 변경도 대분류 내까지 허용되며, 연부연납(분할 납부)도 15년까지 확대됐다.
다만 세제 혜택을 받을 때는 증여를 받는 수증자와 상속인의 요건이 매우 중요하다. ‘가업 승계 주식 증여세 과세 특례’의 경우 수증자는 신고 기한인 3개월 내에 가업에 종사해야 하며, 증여일 이후 3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하고, 18세 이상 거주자 자녀 또는 배우자여야 한다. ‘가업 상속 공제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상속인은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신고 기한인 6개월 내에 임원에 취임해야 하며, 신고 기한으로부터 2년 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대상은 18세 이상 자녀 또는 배우자다. 앞서 소개한 박모(75)씨의 경우 일반 상속을 한다면 상속세가 170억원이 넘지만, 가업 상속 공제를 적용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상속세가 35억원으로 줄어든다.
◇자녀 창업 지원 등도 따져 봐야
다만 최근엔 후계자 세대의 인식이 변하고 사업 환경이 바뀌면서, 가업 승계 시 후계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말한 후계자의 41.9%는 “자신의 적성과 역량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승계를 위해 주된 업종 유지, 지분과 대표이사직 유지, 고용 요건 지속 등 지켜야 하는 것이 많은 것도 부담이다.
자녀가 희망하는 사업 유형과 부모님의 사업 분야가 다르다면 자녀가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자녀 세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은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절세적 승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자금 증여세 과세 특례 제도’를 이용하면 60세 이상의 부모가 18세 이상의 거주자인 자녀에게 50억원 한도로 5억원을 공제하고, 10% 세율로 세금을 내면서 창업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10인 이상의 종업원을 신규 고용할 경우 100억원까지도 지원 가능하다. 다만 자금을 지원받아 2년 만에 창업하지 않거나 4년 이내 해당 목적으로 모두 사용하지 않은 경우 사후 의무 이행 위반으로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세대가 창업 후 본인의 관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 등 유망 기업들을 발굴해 M&A 등을 시도하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업 초기부터 성장기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리스크도 줄여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 참여형 PEF 활용한 M&A도
사업 승계나 사업 전환이 모두 불가능하다면 사업체를 매각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적절한 자문사나 외부 전문가를 선정해 M&A에 나서는 것이 기업 매각의 성패를 가른다. 기업 가치가 500억원 이상 되는 기업이라면 경영 참여형 사모 펀드(PEF)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매각 후 해당 사모 펀드에 투자해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며 간접 경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 펀드를 통해 기업 가치가 올라가며 투자 수익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21년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 펀드를 통한 기업 지분 투자와 M&A 등이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 아직 국내 M&A 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빅딜(Big Deal)에 치중돼 있지만, 국내에서도 100억원 미만의 스몰딜 매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춘 정부의 기업 승계 M&A 지원 정책 등이 승계자를 찾지 못한 1세대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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