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패권 구도는 세계 2차대전이후 양강체제로 변했습니다. 영국의 일강체제가 세계 1차대전으로 무너졌고 그 다음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이 주도하던 세계 질서에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이 끼어들면서 2차대전이 일어났습니다. 신흥강국 러시아에서 발생한 볼세비키 혁명으로 러시아는 공산주의 타이틀을 내걸고 그 몸집을 키워갔습니다. 2차대전의 와중에 공산주의를 내걸고 동유럽을 하나하나 집어삼키더니 그 막강한 소련 즉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형성했습니다. 소련의 공산주의 확장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된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반도인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세계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소련의 팽창을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그 소련을 대항할 유일한 강국으로 미국이 급부상했고 미국은 그런 배경을 지닌채 초강대국의 자리로 성큼성큼 오를 수 있었습니다. 미소양강의 대결은 지구촌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냉정체제였습니다.하지만 그런 양강구도도 세월앞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1991년 12월 26일 소련은 붕괴됐습니다. 러시아가 삼켰던 그 많은 동유럽들은 하나둘씩 독립을 이뤘습니다. 그 이후로는 미국의 독주체제가 이뤄졌습니다. 감히 대항할 수 없는 막강한 자리인 초강대국 위치에 미국은 등극한 것입니다.
세계 경찰국가 즉 세상의 모든 사안을 미국이 컨트롤한다는 그런 세상이 됐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마징가제트같은 존재가 된 것입니다. 2차대전에서 폭망한 일본은 맥아더장군의 비호아래 나라의 생명을 유지했고 급기야 한국전쟁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제 부흥을 이뤄냅니다. 부서지고 깨진 공장들이 어느새 강력한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군수물자들은 속속 한국전쟁속으로 투입됩니다. 어마어마한 부의 창출이 한국전쟁으로 이뤄지면서 일본은 세계 2위국가 나아가 태평양전쟁에서 짓밟힌 미국에게 보복할 기회를 엿보는 나라로 성장합니다. 한때 일본 도쿄의 땅을 팔면 미국을 살 수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미국은 괘씸하기도 하고 긴장도 됩니다. 밟지 않고 놔둔 그 패착을 후회하게 됩니다.
미국은 판단합니다. 일본을 더 이상 미국을 넘볼 수 없게 만들고 자신들이 더욱 강성한 제국으로 존재하기 위해 잠자는 중국을 끌여들이기로 합니다. 그래서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수교절차를 밟습니다. 깊은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국을 찾아가 그들에게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름을 제공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보호아래 그야말로 초특급 성장을 거듭합니다. 어느정도 세계의 공장으로의 지위가 확고해지고 미국을 따라잡을 유일한 나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시진핑이라는 인물이 드디어 미국을 제압할 생각을 합니다.
미국은 바보가 아닙니다. 사사건건 미국에게 대드는 중국을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릅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깨운 나라를 자신들이 먼저 선방을 날리기가 조금 쑥스럽습니다. 그런 상황에 앞뒤가리지 않는 독특한 인물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럭비공에 독불장군인 트럼프가 바로 그 인물입니다. 그는 중국에게 무역전쟁을 선포합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정말 한 번 해볼만한 전쟁이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미중 전쟁은 트럼프이후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앞으로 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해도 그 강도가 더욱 강하지면 강해지지 약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이 지구상의 강대국에서 지워버릴 구체적인 계획을 이미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더 이상 강대국으로 존재하지 않도록 할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새로운 경제 신흥국들의 등장입니다. 당장 중국 제품이 없이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별다른 불편없이 굴러갈 수 있는 강력한 대체 국가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잘 알다시피 그 나라는 바로 인도입니다. 그런 연유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그 틈새를 메우고 있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스윙컨트리(swing country)입니다. 스윙 컨트리는 미중 강대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살벌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속에 공급망과 협상적인 측면에서 타국보다 우위를 점하는 지역이라는 의미입니다. 인도가 최선두에 있고 그뒤로 베트남과 태국 싱가포르 말레시아 등이 후속주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미국시장에서 중국의 빈자리를 빈틈없이 채워나가면서 대단한 반사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그동안 중국이 담당한 중저가 물품 제공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국제적인 존재감도 동시에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중동이나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을 겨냥하고 제품 판매나 영향력 행사를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과 태평양 연안국 그리고 유럽 시장을 잃어버리면 상황은 매우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중국은 특히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그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미국 달러화 탈피 운동에 남미와 중동국가들도 어느정도 호응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태평양 연안국 그리고 유럽 시장과 비교할 때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 시장의 규모는 협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세계 패권 경쟁국에서 잠시 물러날 때 그 빈틈을 파고 드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바로 러시아입니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중이어서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활동은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세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야금야금 자신들의 위상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과의 전쟁 임박설이 나도는 가운데 러시아의 전 국방장관인 쇼이구가 이란을 방문해 모종의 밀약을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과도 그다지 나쁜 분위기가 아닙니다.러시아는 중국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중동지역에서의 역할을 넓히고 있습니다. 동남아의 베트남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과 러시아는 상당히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 베트남과 중국과는 앙숙관계이지만 러시아와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동유럽 나아가 서유럽국가들과도 교류를 넓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러우전쟁 전에는 러시아의 가스 등 에너지가 서유럽에 대량 판매됐습니다. 러시아는 일본과도 미묘한 사이이지만 아베 전 총리시절에는 러시아의 푸틴과 매우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하려 애썼습니다. 러시아와 일본과는 영토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현재 북한과 밀착단계입니다. 북중관계가 조금 틀어지면서 북한의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은 상대적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양상입니다. 러시아는 우주군사력분야에서도 미국을 능가하는 연구를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동유럽국가들 사이에서 반 러시아 정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기는 합니다.
한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강구도를 이뤄었던 세계 패권은 이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그리고 유럽 등 다각화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미국과 일본 호주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중북러 등 공산독재 시스템의 대결 즉 신냉전체제가 어느 정도 전개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구도는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가는 방향이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트럼프후보가 당선될 경우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세계 질서 형성에 어느 정도 변화는 있겠지만 예전 그 막강했던 미국으로의 회귀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것이 국제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세계 패권 구도가 양강구도에서 다강 구도로 가는 상황에서 과연 인도가 중국의 역할을 제대로 맡을 수 있을 것인가 또는 러시아의 약진이 어느정도 추진될 것인가 등이 세계 패권 구도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8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