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렌!!"
내가 너무 놀라 그대로 멈춰선 것과 달리 케인은 그대로 달려 이스피리아로 라곤을 내리쳤다. 그러자 라곤은 빠르게 슈렌을 찌른 검을 뽑아 케인의 검을 피했고 나는 헤이스트를 사용해 그대로 쓰러지려던 슈렌을 안아 잡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급소가 아닌 어깨 쪽을 찌른 거라 상처를 치유만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만, 아까의 토혈로 인해 그의 입가에 잔뜩 고여 있는 피는 그의 몸 상태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멀리에서 봤을 땐 슈렌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잘 안 보였었는데 지금 옆엔 루이엘 역시 상처를 입고 의식 없이 쓰러져 있었다. 역시 둘이서 라곤과 싸우고 있었던 건가……!!
"로실… 리아."
슈렌이 흐려져 떨리는 붉은 눈동자로 나를 슬프게 바라봤다.
…… 나는 그 눈동자를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그러게 왜 혼자 가! 같이 싸우면 됐잖아."
"나는……."
"말하지 마."
나는 급한 대로 슈렌의 망토를 찢어 그의 상처부위를 꽉 감았다.
“큭.”
“벌이야, 혼자 간 벌! 바보, 바보…….”
나는 괴로운 듯 신음소리를 내는 슈렌에게 울먹이며 말한 뒤 그를 루이엘의 옆에 눕혀두고 루이엘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상처는 그다지 심하지 않은 듯한데 단지 의식이 없을 뿐인지라 치료하면 나아질 것 같았다.
"힐 배리어."
힐 배리어는 회복의 결계를 펼쳐 결계 내의 다친 자를 지속적으로 회복하는 마법으로 계속해서 마력을 보태줘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롭고도 짜증나는 마법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다쳤을 땐 그 능력이 확실하니까. 그런데 힐 배리어를 펼치고 케인에게 가기 위해 일어서려던 나를 슈렌이 힘없이 떨리는 손으로 잡았다.
"로실리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나르실리온을……."
"죽을 생각이야?! 웃기지 마, 죽이지 않아. 절대로! 일단 쉬고 있어. 상처를 회복해야 할 거 아냐……!"
힘없는 그의 말에 나는 거칠게 소리치고 돌아섰다.
나르실리온. 태양과 달의 슬픈 노래. 만드는 방법이 기억난 건 아니다. 하지만 슈렌의 초조하게 떨리는 붉은 눈동자를 본 순간 나는 이유 모를 반발심이 들어 이렇게 소리치곤 바로 케인에게로 달려갔다. 불안해.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지만 불안하고 절대로 만들어선 안 된단 생각이 들어.
내가 다가오자 케인과 검을 맞대고 있었던 라곤은 케인을 뒤로 밀쳐내고 자신의 양 날개를 활짝 펼쳐 뒤로 물러서더니 곧 나와 케인을 능글스런 붉은 눈동자로 바라봤다
"여기까지 온 건가? 그래, 접대가 부족했던 것 사과하지. 예약 손님이 있어서 말이야."
"…… 라곤, 하나만 대답해 주세요. 당신은 지금 나다네델… 시릴의 복수를 하고 있는 건가요?"
나의 물음에 라곤은 거칠게 표정을 굳혔고, 그 순간 나는 곧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에 뒤로 날아가 뒹굴었다.
"로실리아!"
"너 따위가, 감히 시릴의 이름을 입에 담는단 거냐?"
"당신의 복수는 정당해요. 하지만 방식이 틀렸어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쯤을 희생시켜야만 했죠? 나의 목숨만 가져갔으면 됐잖아요!"
나는 다시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그는 가소롭다는 듯 팔짱을 끼며 웃었다.
"지상에 살고 있는 모든 놈들이 죄인이니까.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사람 쯤 희생 되도 자기들만 괜찮으면 그만인 놈들이지. 쿡, 더럽고 추하고 역해. 쓰레기들은 소각해버리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 해서 남는 게 뭐죠? 당신 혼자만이 살아남을 자격이 있단 건가요?"
"…… 남는 것? 글쎄."
나의 물음에 라곤의 표정이 쓸쓸히 굳었다. 도저히 지금까지의 그라고는, 눈앞에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남는 것이라고는 없는 복수. 그것을 위해 쓸쓸히 홀로 4천년을 살아 온 것인가. …… 그 방식이 틀렸어. 그 방식이 정당하고 합당했더라면, 케인과 카인을 그렇게 만들지 않고 또 부모님을 포함한 모두를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난 기꺼이 당신에게 나의 목숨을 줄 수 있었어. 그런데 대체 왜, 왜…….
"네가 그런 것을 물을 자격이 있을까, 샤이로렌스? 나는 지금 단지 너를 찢어 죽이고 싶을 뿐이야."
"…… 당신에겐 죽지 않겠어요. 가식이라 욕해도 좋습니다. 희생된 카인을, 그리고 슈렌을 위해서라도!!"
나는 룬-크리스를 꼭 쥐며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되새겼다. 이제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반드시 물리치겠다고.
"그거다, 로실리아."
그런데 나의 말에 케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불처럼 활활 타오르듯 흰 빛을 뿜어내는 이스피리아를 들고 그대로 미끄러지듯 라곤에게 도약하며 접근하여 그를 내리쳤다.
채엥!
'지금이다!'
나는 라곤이 검을 들어 케인의 검을 막자 빠르게 달려 라곤의 허리를 베려 룬-크리스를 휘둘렀다.
채엥!
그러나 나의 검은 곧 바로 옆에서 달려 나온 라곤의 검에 의해 막혔다. 엑, 라곤의 검?!
"크윽?!"
그리고 그 라곤의 힘에 밀려난 나는 서둘러 다시 자세를 잡아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라곤은 다시금 나에게 달려와 검고도 흰, 이상한 느낌의 검기가 실린 잿빛의 검을 내리쳤고 헬과 싸울 때와 비슷하게 바람을 이용해 피하던 나는 저쪽에서 들려오는 칼 부딪히는 소리에 아주 슬쩍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
케인과 라곤이 검을 서로 맞대며 싸우고 있었다. 뭐야, 라곤이 둘이야?!
"큿!"
그런데 그 때, 분명 나와 거리가 꽤나 있었던 라곤이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 내려오며 그대로 나에게 검을 내리쳤고 나는 종이 한 장의 차이로 간신히 피했다. 그러자 그 때, 나에게 달려오던 라곤이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윽, 뭐, 뭐야!"
빠르게 몸은 뺐는데… 연속으로 공격을 받다 보니 피하는 건 무리였다.
나는 어느새 스쳐 베인 어깨를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 라곤이 셋……? 아냐, 케인 역시 한 명의 라곤과 싸우고 있는 게 아냐! 뭐야, 이것들은! 환술이 아냐, 진짜야! 이 상처, 진짜라고. 뭐야, 대체……!
“하앗!”
그런데 그 때, 땅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케인의 주변에서 붉은 화염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그의 주변에서 발뭉의 붉은 화염이 폭발하듯 일어나자 케인의 주변에 있던 라곤은 서둘러 날개를 펼쳐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사이, 케인이 나에게 달려왔고 우리는 등을 붙이고 섰다.
“이건 대체 뭐라고 생각해? 환술은 아닌 것 같은데.”
“글쎄. 분신인가."
"분신."
우린 서로 등을 붙이고 선 채 우리를 포위하듯 선 라곤을 주시하며 빠른 속도로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힘을 나눈 거야."
"그런가. 우리의 공격은 그의 실체가 아니면 먹히지 않는단 거군."
"그렇지."
짤막한 대화를 끝내고 우리는 서둘러 몸을 날려 우리를 향해 날아온 날카로운 창 형상의 마력을 피했다. 음, 지금 보이는 라곤의 분신은 총 열 명. 하나만이 본체고 나머지 아홉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분신이다. 마력을 10등분해서인지 조금은 마력의 위력이 감소한 것 같지만 그래도 워낙 마력이 방대한지라……. 대체 누가 진짜 라곤인 거지?
"!"
그런데 그 때였다. 두 명의 라곤이 검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갑자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나는 엄청난 마력에 놀라 서둘러 결계를 펼치고 어떤 마법이 올지 긴장하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이어 나는 서둘러 결계를 거두고 케인을 붙들고 플라이를 사용해 날 수밖에 없었다. 대지에서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바위들이 우리 쪽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마법은 땅 아래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위를 결계로 막는다 하더라도 방법이 없었다.
"로실리아! 위를!!"
"큭?!"
뒤이어 들려온 케인의 목소리. 나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채엥-!
"크큭!!"
어느새 하늘 높이 날아 있던 라곤 셋이 검을 내리치자 나에게 들려 있던 케인이 서둘러 검을 올려 그 검들을 받아 쳤다. 그러나 위에서 누르는 힘에 나는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떨어져선 안 되는데! 바닥에 날카로운 바위들이 솟아있단 말이야……!
"로실리아, 나에게 기대라! 위를 부탁해!"
"어, 어쩌려고!"
케인이 한 손으로 나를 두르며 소리치자 나는 방법을 물을 새도 없이 바로 하늘에서 검을 내리치는 라곤의 공격을 룬-크리스를 들어 받았다. 그리고 옆에서 다른 라곤이 공격하자 나에게 검을 내리친 라곤을 거칠게 밀어낸 뒤, 바람을 이용해 그 역시 압력을 가해 밀어냈다. 지상으로 떨어지기까지 곧 인데 케인은 어쩔 생각인 거야!
"케인……!"
나는 라곤의 검을 막아내며 소리쳤다. 더 이상 플라이를 유지할 수가 없다. 최대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곤 있지만 이제 한계라고!
그러나 케인은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이스피리아를 지상으로 향하게 들고 있었다. 나는 다시 달려든 라곤의 검을 막아내다가, 그의 검에 이상하게 휘감긴 마력의 압박에 빠른 속도로 땅으로 추락했다.
"도와줘, 형."
작게나마 케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이내 차갑고 고운 흰 빛이 뿜어지는 이스피리아를 볼 수 있었다. 그람의 힘을 사용하려는 건가……? 그람은 카인이 사용하던 것. 그 힘을 케인이 쓸 수 있으려나?
"!"
순식간에 우리가 떨어지는 방향, 아래에 솟아 있던 바위가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얼음의 범위가 커지고 완만해졌다. 날카로움을 얼음으로 완만하게 얼려버린 건가!
"사, 살았다."
땅으로 떨어지기 전, 케인이 가볍게 나를 안아 들어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다.
"호오, 재미있는데."
그러자 라곤은 다시 지상에 내려와 착지하며 거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길, 열 명이 동시에 웃으며 말하다니. 도대체 누가 진짜인 거냐고. 마력을 정확하게 나눠서 마력의 파동이 전혀 어긋나 있지도 않네.
"엘 크라비스카만 사용할 수 있다면 저 열 명을 동시에 공격해서 진짜를 가려낼 수가 있는데."
나는 케인과 등을 붙여 서며 낮게 중얼 거렸다.
"엘 크라비스카, 라면 전에 키메라에게 사용했던 번개 마법인가?"
"응. 하지만 속성이 빛인지라 라곤에겐 아무런 효력도 없을 거야."
"…… 이스피리아의 빛을 너에게 넘길게. 그럼 조금이나마 통할 걸."
"!"
그렇지, 이스피리아의 마력을 받는다면 조금이나마 라곤을 두르고 있는 빛과 어둠 속성의 마력을 깰 수 있을지도!
"부탁해."
"뭘 속닥거리는지는 몰라도- 난 기다려줄 정도로 착하지가 않거든. 헬 파이어."
나는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라곤이 잿빛의 검을 들자마자 사방에서 날아오는 열 개의 불꽃 덩어리들을 본 직후 경악으로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헬 파이어의 색이 희면서도 검은, 이상하고 묘한 색이었다. 즉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마력……. 이것은 라곤의 마력, 나의 힘으론 막을 수 없는데!!
그 이상한 느낌을 알아챈 것일까, 케인은 나의 허리를 잡아 안아 쓰러뜨리며 나와 자신을 이스피리아의 차갑고도 고요한 흰 빛의 결계로 휘감았다.
콰앙!!
얼떨결에 누운 자세로 쓰러진 나는 하공에서 라곤의 헬 파이어들이 부딪히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자 서둘러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을 꽉 감았다.
"큭!!"
비록 이스피리아의 결계가 나와 케인을 감싸고 있다지만 그 폭발의 여파는 엄청났다. 다행이도 케인이 나를 안듯이 받쳐주고 있었기에 몸이 날아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아무튼 그 폭발의 여파로 나는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게다가 폭발 때문에 대지가 진동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힐 배리어의 마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집중하느라 아주 죽을 맛이었다.
―이내 폭발이 사그라지고 대지의 진동이 가라앉자 나는 모래가 잔뜩 묻은 얼굴을 털어내며 눈을 떴다.
"케인!"
"크윽."
그러나 나의 위에서 나를 감싸듯 안고 있었던 케인은 내가 눈을 뜨자 곧 눈을 꽉 감으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고, 나는 놀라 서둘러 일어나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괴로움에 떨고 있는 케인을 본 직후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등 쪽이 아까의 폭발에 의해 심하게 그슬려져 있었다. 나를 감싸려다가…!!
"흐응- 역시 이스피리아의 힘만으론 나의 힘을 막아낼 수가 없는 거로군. 결국, 카인 그 놈은 헛수고를 한 건가?"
.
오, 오랜만에
난잡하고 이상한 소설 들고온 에메로드입니다. [긁적]
네, 도저히 못쓰겠더군요. 아이고, 전투씬.......이놈의 전투씬 크흑.
다음화나 다다음화에서 끝을 내겠지만 ....
ㅠㅠㅠㅠ
어익후, 노력하겠습니다.
|
첫댓글 카인, 케인. 둘이서 로실리아 지키느라 고생하는군요.
그러게......................... [보다 미나에양, 채팅방은 언제 오는거야......? ㅠ 나 슬슬 쉬러 가야겠는데~!]
아아얼마나기다렸는지 ........ 로실리아정말고생많네여하하 즐감했어요^^
ㅠㅠ 죄송해요! [다음에도 일요일에 올릴듯해요;ㅅ; 이 뒤는 완전히 안써놔서.] 감사합니다!
힘내라구 자식!
고맙다구 자식!
나르실리온의 재료에는 역시 슈렌이 들어가는건가. 살아나라, 카인! 그래서 맹렬하게 전사하는 거다! (...)
푸하하하, [아니우에 죽어요! /라고 외치며 웃는중]
라곤 너무 쎔 주인공들이 막 털리고 있네요 그래도 결국에는 나르실리온 만들고 해서 라곤 죽일듯? 잘읽었ㅅ브니다
웅웅 막털려. 보스전의 진미는 막털리는 것인듯. 첨부터 "찰싹!"하고 이겨버리면 이거 뭥미잖음. /.... 고마워!
하지만 결말은 나르실리온을 만들었지만 라곤은 그 해결책을 찾았다. 고로 님들 ㅂㅂ. 끗! [ by 라곤지지자 ]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웃겨 ㅋㅋㅋㅋㅋ로벨짱
라곤 죽지마라!! 니가죽으면 결말은 어떻게;; 좋은 결말 나면좋지만 라곤죽지않기를 ㅎ
에에? [푸하하, 로벨 말대로 라곤이 안죽고 라곤이 왕이 되었다/.. 인듯]
소설 올린다고 해놓고... 다 내용을 쓰기엔 시간 부족으로 못 올렸...ㅠ 으음, 로실리아 정 힘들면 내가 우리 주군아저씨 카르인 아저씨 빌려줄까? 센데...-_-;
푸풉, 주군아저씨/...
등장은 적은데 포스는 뱀파이어들의 왕답게 장난아니나...작가 본인에겐 그저 아저씨일 뿐...
시험 때문에 늦게 읽었지만, 재밌어 /ㅁ/!!!! 헉, 또 남자가 죽는 건가!! <
고마워>ㅅ<!!!! [에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