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건강의 ‘보루’ 뼈 사이 연골지키기 전략
나는 뼈와 뼈 사이에 있어요. 귀와 코, 팔꿈치, 무릎과 뒤꿈치, 척추 디스크 등에도 다 있지요. 이음새로 온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역할을 해요. 기계를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려면 윤활유가 필요하듯 우리 몸도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내가 부드럽게 운동해줘야 하죠. 그래서 나는 하루를 바쁘게 움직여요. 횟수를 세어보면 아마 평균 10만 회는 될걸요. 놀랍나요? 뼈나 장기만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내 이야기 더 들어보실래요?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정화재 교수
5년 전부터 조금씩 아프던 무릎이 최근에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 20년차 주부 심순미 씨(55세). 초기엔 파스를 붙이며 참았지만 나중엔 앉았다가 일어날 때 두 손을 짚고 일어나야 할 정도로 아팠다. 가까운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한 결과 뼈는 멀쩡했다.
원인은 물론 아픈 부위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아파서 괴롭고 답답하기만 했다. 결국 큰 병원을 찾았다.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관절 속을 직접 살펴보는 내시경을 해본 결과 연골이 깨지고 찢어진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심순미 씨처럼 무릎 통증은 여성에게 흔하다. 여성은 무릎과 손가락 손상이 많고, 남성은 고관절염이 많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여성의 관절염 빈도가 높다. 남성은 50세, 여성은 40세 이후에 관절염 발병이 증가한다. 55세 이상에서는 약 80%에서 방사선 검사 상 이상 소견을 보이고 1/4에서 관절염으로 진단된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관절은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조그만 충격에도 손상이 될 수 있다. 한 번 망가지면 재생되지 않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그렇다면 연골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골이 좋아하는 베스트 운동
1주일에 3∼4회 운동을 한다.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정화재 교수는 “운동으로 주변 근육을 튼튼히 해 관절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운동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천연진통제로, 통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 관절 주변의 근육이 강해지면 관절로 가는 하중이 줄어 고통 분담의 효과가 있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한다. 이때 아프면 즉시 중단한다.
▶ 유연성 기르기=
유연성이란 관절의 운동범위를 말한다. 근력 약화와 마찬가지로 유연성 부족도 흔히 관절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관절의 운동범위는 관절막, 근육과 근막, 힘줄, 인대 등의 신축성에 따라 결정된다. 관절의 운동범위를 넓히기 위한 유연성 운동은 근육과 근막의 신축성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국민체조나 맨손체조도 좋다. 운동할 때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뛰거나 급히 움직이면 안 된다. ▶ 근육 강화 운동=
근육의 힘을 유지하거나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등척성 운동과 등장성 운동이 있다. 등척성 운동은 정적인 운동으로 관절을 움직이지 않고 근육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릎관절을 편 상태로 허벅지 전방에 힘을 주어 대퇴사두근(대퇴의 앞쪽에 있는 강하고 큰 근육. 넓적다리)을 강화시키는 운동이다. 등장성 운동은 일정한 무게의 부하를 유지해 관절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의자에 앉아 일정한 힘을 주어 무릎관절을 늘려서 펼치는 것으로 대퇴근육을 강하게 한다.
▶ 지구력운동=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가장 이롭다. 평지걷기, 수영, 붙박이 자전거 타기 등이 있다. 정화재 교수는 “처음부터 지구력운동을 하는 것은 근육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면서 “유연성 운동과 근육 강화 운동을 한 후에 점차적으로 지구력운동을 하라.”고 당부한다.
평지걷기는 무리하지 말고 거리나 시간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운동한다. 수영은 관절에 부담을 주는 접영과 평형은 피하고 주로 자유형과 배형을 한다. 수중걷기도 좋다. 붙박이 자전거 타기는 대퇴, 무릎, 다리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체력을 증진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좌석 높이를 조절해 발판이 아래에 있을 때 무릎을 곧게 펼 수 있게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시간당 약 20km 이하로 해야 한다. 저항을 추가할 때는 점진적으로, 페달을 밟는데 힘이 들 정도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연골이 좋아하는 베스트 음식
운동과 더불어 과식을 하지 않고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균형 있는 식단도 중요하다. 정화재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로 융통성 있게 식이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한다. 편식은 좋지 않지만 알아두면 좋은 핵심 영양소는 다음과 같다.
▶ 교질(콜라겐)성분=
뼈와 관절, 인대를 구성하는 핵심 구성성분이다. 관절 조직에 영양을 공급해 근육과 인대를 강화한다. 손상된 관절 조직을 회복시켜 관절염 예방과 치유에 도움을 준다. 교질 섭취에 있어 중요한 방법이 통째로 먹기다. 멸치나 전어 등 통째로 먹는 생선을 권한다. 곰탕, 도가니탕, 달팽이, 홍어, 가오리, 복어껍질 등에도 많다.
▶ 칼슘=
뼈 건강은 물론 관절을 지키기 위한 필수 영양소다. 교질을 먼저 섭취한 후 칼슘을 섭취해야만 뼈와 관절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칼슘의 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 D도 필요하므로 하루 1~2시간 일광욕을 한다. 칼슘이 많은 음식은 말린 새우, 멸치, 건미역, 김, 뱅어포, 치즈, 달걀 등이다.
▶ 비타민과 무기질=
채소나 과일에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일반적으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뼈와 관절의 노화를 막고, 염증으로 인한 통증을 줄여준다. 녹황색 채소ㆍ감자ㆍ호박ㆍ당근(비타민 A), 포도ㆍ오렌지ㆍ망고ㆍ키위ㆍ딸기 ㆍ파인애플(비타민 C), 아스파라거스ㆍ해바라기 씨(비타민 D) 등이 있다.
▶ 오메가-3=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고, 동물성 지방은 삼간다. 고등어ㆍ연어ㆍ청어ㆍ정어리ㆍ참치와 같은 등푸른 생선과 땅콩ㆍ시금치ㆍ 생강 등에 많은 오메가-3는 염증 억제와 면역기능을 정상화 하는 효과가 있다. 주의사항은 등푸른 생선류에는 퓨린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통풍환자는 피한다.
▶ 콘드로이틴 성분=
홍어ㆍ달팽이ㆍ가오리 등에 많은 콘드로이틴 성분은 동물실험 결과 연골이 빨리 닳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중에서도 홍어는 뼈까지 통째로 썰어서 회로 먹기도 하고 쪄서 찜으로 먹기도 한다. 통째로 먹기 때문에 콘드로이틴 성분은 물론 뼈에 좋은 칼슘과 교질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식품이다.
연골이 좋아하는 생활습관 5가지
연골 손상은 나이, 유전적 경향, 호르몬 영향, 비만, 관절의 형태, 노화 현상, 외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정화재 교수는 “연골 손상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관절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행동을 가급적 피하라.”고 당부한다. 정 교수가 강조하는 연골 건강법 5가지를 살펴본다.
▶ 적정 표준 체중을 유지한다. 비만은 퇴행성관절염의 주원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떨어져 쉽게 살이 찐다. 비만이 급속도로 진행되면 관절염이 따라온다. 살이 찐 상태가 계속되면 관절에 무리가 가 연골 마모가 빨라진다. 체중이 1㎏이 늘어날 때마다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은 4∼7배 증가한다. 건강한 식단과 적당한 운동으로 자신의 이상적인 몸무게를 확인하고 유지해야 한다.
▶ 집안일은 되도록 의자에 앉아서 한다. 무리하게 장시간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서면 일시적으로 무릎 통증이 생긴다. 이는 연골에 윤활액이 충분히 침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골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어날 때도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청소할 때는 쪼그려 앉아서 손 걸레질을 하지 말고 막대기가 달린 걸레나 바퀴 달린 앉은뱅이 의자를 이용한다.
▶ 머리는 샤워를 하면서 서서 감는다. 머리만 따로 감으려다 보면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혀 머리를 숙인 채 감아야 한다. 이때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샤워하기와 머리감기를 한 번에 하면 똑바로 선 채로 머리를 감을 수 있어 불필요하게 무릎에 부담을 주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 침대를 사용한다. 이불을 깔고 자는 생활습관은 무릎 관절에 좋지 않다. 자주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무릎 연골을 비정상적으로 닳게 할 수 있다. 또 이불을 깔고 접어서 장에 올리고 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이불이 무릎에 무리한 압력을 가한다.
▶ 정기적인 검진과 체크를 받는다.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찜질이나 스트레칭 등을 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관절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좋다. 젊은 사람이라도 3개월 정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바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관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삐끗해서 다치기도 하고 연골이 많이 닳아 있기도 하다.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 자신의 무릎 상태를 전문의에게 확인받고 운동 등 적정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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