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16.연중 제16주간 수요일
-제주도 성지 순례 여정 피정 3일차-
야고1,19-27 마르8,22-26
보물찾기, 보물줍기 인생
- 개안開眼의 여정 -
어제 하루의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참 아름답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하루 100%를 넘어 물경 200% 삶을 산 느낌의 날이었습니다. 여기 민족의 성지聖地, 보물섬 제주도에 올 때의 예감이 그대로 적중된 날이었습니다. “제주도 성지 순례 여정 피정”이 되리란 예감이었습니다.
참으로 보물섬 제주도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살아 있는 자연 보물을, 사람 보물을 많이도 주어 삶의 바구니에 가득 넘치도록 담았던 날이었습니다. 특히 새섬에서는 일몰日沒시 얼마나 많은 바다 사진을 찍었는지 모릅니다. 서복전시관도 정방폭포도 천지연폭포도 좋았고 일년 열두달 날마다 폭포수의 배경을 이루는 제주도 중심 높이에 자리잡고 있는 백설 덮힌 크고 높고 깊은 한라산도 좋아 마음에 담아갑니다.
얼마나 많은 보물 사진들을 담았는지 카톡 갤러리는 마침내 보물창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녁에 제주도 도반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 이름들도 참 아름답고 밝고 깊었습니다.
“그래서, 꽃이 핀다”
‘그래도, 꽃이 핀다’해도 좋을 듯 싶었습니다.
“봄날이 365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내 마음의 풍경”
책이름도 놀랍도록 아름답고 깊지만 사단법인 “누구나” 이름의 기발함에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
라는 책명도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이었습니다.
오늘 여기 강정마을에서 처음 미사를 집전하는 저는 서울 근교 불암산 기슭에서 산같은 정주의 삶을 살다가 제주도가, 바다가 그리워 찾은 성 베네딕도 요셉 수도원 소속의 이수철 프란치스코 수도사제입니다. 흡사 산이 바다를 찾은 사랑의 기적이 실현된 느낌입니다. 그동안 강정마을 소식과 거리미사를 들을 때 마다 늘 빚진 마음이었습니다만 오늘 비로소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 느낌입니다.
또 이렇게 사랑하는 수도형제들과 함께 공동휴가 하기는 40년 수도생활중 처음이라 참 감동스럽습니다. 어제 하루 가이드를 넘어 영적 가이드로서 빛나는 역할을 해준 제주도의 숨겨진 의인義人, 순수와 열정의 강홍립 사도 요한 형제가 들려준 일화도 잊지 못합니다. 하루 9시 서복공원에서부터 시작하여 오후 5시 샘섬 방문까지 코스중 10개 순례 영적 피정 주제와 그에 따른 설명들은 얼마나 풍요로웠던지요! 제주도를 찾는 분들이 강 사도 형제의 도움을 받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1.정직- 2.감사- 3.용서- 4.친구- 5.가족-
6,밖에서 보는 나, 7.사랑- 8.시간- 9.돌아감-10.기억(행복)
9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5시 순례 여정 피정시 다뤘던 주제들이였습니다. 바로 여기 사랑 부분에서 들었던 예화입니다. “여기 오는 분들중 부부가 손잡고 다니는 분들은 하나도 본 적이 없다”라는 말과, “남자 형제들이 오는 경우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즉시 이에 응답하여 우리 함께 한 수도형제들 넷은 일제히 손잡고 걸으며 사랑을 과시함으로 불문율을 깬 신기록이라 하며 활짝 웃었고 사진에도 담았습니다.
참으로 만났던 모든 분들이 살아 있는 보석같이 귀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분들이었습니다. 영적 가이드 역할까지 해줬던 강홍립 사도 요한 형제들 비롯해,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한 감동을 선사하는 화가 이중섭, 오한숙희 엘리사벳 자매 “누구나” 사단법인 이사장, 어제 만났던 김근수 요셉 신학자, 그리고 40년 서귀포 성당의 충실한 종지기이자 50년 동안 서귀포 집 문밖을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는 80연세에도 순수와 열정의 청년같았던 구도자이자 화가 고영우 세바스티안 형제, 그리고 한량없이 선량한 목사님, 모두가 보물섬 제주도 곳곳을 밝히는 숨겨진 보석같은 분들입니다.
아니 제주도에 거하는 모든 분들 한분한분이 아름답고 신비롭게 빛을 발하는 숨겨진 보물일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사막이 빛나는 것은 어딘가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란 어린왕자의 한 구절도 생각납니다. 제주도가 빛나는 보물섬인 것은 이처럼 곳곳에 숨겨진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보석같은 분들 때문임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강론이 “제주도 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삶은 여정입니다. 목표와 방향이 없는 여정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여정입니다. 하느님이야 말로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이자 방향이요 중심이자 의미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가이드 강홍립 사도 요한 형제의 휴대폰 배경 화면의 “꿈”이란 말마디도 잊지 못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만이 꿈구며 꿈꾸는 사람만이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궁극의 꿈이자 희망은, 비전은 하느님임을 또 새로이 깨닫습니다. 서귀포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건물 외벽에 붙어있던 “이달의 좋은 글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앙드레 말로-”말마디도 생각납니다. 궁극의 꿈인 하느님을 그리는 사람은 하느님을 닮아 성인이 되어 간다는 놀라운 복음이 함축된 말마디입니다.
어제 강론 제목은 ‘깨달음의 여정’이고 오늘 강론 제목은 날로 마음의 눈이 열려져 가는 ‘개안의 여정’입니다. 날로 어둬져 가는 육안肉眼의 시력과 달리 영안靈眼의 시력은 날로 높아져 가는 개안의 여정입니다. 제주도를 3차례 방문했지만 이번처럼 열린 눈으로 깊이 만나기는 처음입니다. 아마도 끝없는 깊이의 보물섬 제주도이기에 탐구의 깊이도, 앎의 깊이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제주도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하나하나 삶의 깊이와 신비도 그러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은 개안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눈이 열린 벳사이다의 눈먼 이는 바로 무지에 눈먼 우리 모두를 상징합니다. 참으로 주님 사랑을 만날 때 열리는 심안心眼이요 영안靈眼입니다.
-“무엇이 보이느냐?”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 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
그분께서 다시 그의 두 눈에 손을 얹으시니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이다.-
얼마나 은혜로운 복음인지요! 그대로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남으로 마음의 눈이 열리는 개안의 은총을,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한 두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개안이 아니라 평생 열려가야 하는, 날로 심안의 시력이 높아져가는 개안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개안의 여정은 회개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 그리고 궁극에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절로 개안의 여정이 아닙니다. 말씀 공부와 함께 하는 여정입니다. 말씀의 경청과 말씀의 수용, 말씀의 실행과 함께 가는 개안의 여정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죽비같은 깨우침을 주는 가르침이 참 고맙고 반갑습니다. 바로 오늘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이것을 알아 두십시오. 모든 사람이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해야 합니다. 사람의 분노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실현하지 못합니다. 모든 더러움과 넘치는 악을 다 벗어 버리고, 여러분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그 말씀에는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누가 스스로 신심이 깊다고 생각하면서도 제 혀에 재갈을 물리지 않아 자기 마음을 속이면, 그 사람의 신심은 헛된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세상에 속화俗化되지 말고 세상을 성화聖化하며 살아가는 말씀의 사람이, 깨끗하고 흠없는 신심의 사람이 되어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말씀의 은총입니다. 생명이요 빛이요 영인 말씀입니다. 평생 주님의 학인이 되어 말씀공부와 말씀실행에 전념할 때 더불어 순조로운 개인의 여정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개안의 여정에 충실한 삶, 당신의 보석같은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