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에 성공하면 득점 확률이 높아질까요?
왠지 그럴 것 같지요?
하지만 대답은 NO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NO라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있다"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한국프로야구에서 발생한 총 243,069타석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0아웃 1루에서의 득점 확률은 41.5% / 평균 득점은 0.87점이고
1아웃 2루에서의 득점 확률은 41.2% / 평균 득점은 0.72점입니다.
(야구전문사이트 '파울볼'의 kanna님께서 조사하신 자료입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희생해서 주자를 2루에 보낸다고 해도
득점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 강공이 무조건 좋은 것일까요?
우선, 강공 실패시 예상되는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1아웃 1루 득점 확률 27.3% / 평균 득점 0.54
2아웃 0루 득점 확률 06.9% / 평균 득점 0.11
득점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병살이라도 치면 그 이닝은 소위 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강공 성공시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자료입니다.
0아웃 1-2루 득점 확률 63.2% / 평균 득점 1.52
0아웃 1-3루 득점 확률 86.7% / 평균 득점 1.83
강공에 실패하면 득점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하면 득점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타자가 죽고 진루타가 된다면 어차피 똑같은 상황이고요.
물론, 타자의 출루율은 대개 40%전후이거나 그 아래라고 보면 번트가 안전해보이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번트 성공후 1사 2루 상황이 되어도 득점 확률이 높아지지 않습니다(작은 숫자지만 오히려 낮아졌죠)
또 다른 자료도 있습니다. 같은 사이트, 같은 유저분의 자료입니다.
(2007년 빼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노아웃 상황에서의 공격 결과를 정리한 자료입니다.
*2007년은 번트시도 여부에 관한 RAW데이터가 없어서 조사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무사 1루에서 번트 시도 없이 강공시 득점 확률은 41.9% / 평균 득점은 0.90점인데
희생번트에 성공한 경우는 득점 확률이 41.6%로 하락하고 평균 득점은 0.75로 떨어졌습니다.
번트를 시도하다가 (실패 등으로) 결국 강공이 이뤄진 경우 득점 확률 40.6% / 평균 득점 0.76
번트를 시도하다 결국 실패했을때는 득점 확률이 38.2%로 떨어집니다.
어쩌면, 야구는 우리 생각보다 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기대 점수보다 더) 아웃카운트 하나가 중요합니다.
번트는, 그야말로 특수한 상황에서만 고려해 볼 수 있는 작전인데
주자가 빠르고 (고의사구의 위험을 감안해) 뒷타자 2명이 연달아 강하며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번트에 능하다는 장점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내 프로야구는 1점이 절실한 리그가 아닙니다.
왜냐고요? 아래 자료를 한번 보시죠.
경기당 평균 득점 (KBO 35년 전체 평균 9.10점)
1위 : 2016 (11.21)
2위 : 2014 (11.19)
3위 : 1999 (10.77)
4위 : 2015 (10.55)
리그 평균 타율 (35년 전체 평균 .265)
1위 : 2016 (.290)
2위 : 2014 (.289)
3위 : 2015 (.280)
4위 : 1999 (.276)
리그 평균 출루율 (35년 전체 평균 .340)
1위 : 2014 (.365)
2위 : 2016 (.364)
3위 : 2009 (.358)
4위 : 2015 (.356)
리그 평균 장타율 (35년 전체 평균 .392)
1위 : 2014 (.443)
2위 : 1999 (.441)
3위 : 2016 (.437)
4위 : 2015 (.430)
최근의 한국 프로야구는
1점을 짜내서 적은 점수 차이로 앞서고 불펜의 힘으로 그걸 틀어막아 이기는 시대가 아닙니다.
과거에 그런 시대가 있기는 했죠. 10년 전 왕조 SK시절.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대량 득점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평균적으로 양팀이 기본 5점 이상씩은 깔고 가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타고투저였다는 1999년보다 훨씬더 타자들의 힘이 센 시대가 바로 최근 3년입니다
이것이, 제가 번트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이며
김성근의 야구가 시대에 뒤쳐졌다고 주장하는 근거입니다.
다만, 무사 1-2루에서의 번트는 괜찮습니다.
위 자료에 의하면 해당 상황에서는 득점 확률(61.3%->71.3%)과 기대 득점(1.49->1.64)이 올라갑니다.
한점을 내겠다는 작전이 아니라 <두점>을 낸다는 작전이므로 의미가 있는 것이죠.
김성근이 매일 적는 노트에 위와 같은 자료가 있기를 바랍니다.
P.S
득점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은 무사 1-3루 (86.7%)이며
평균 득점이 가장 많은 상황은 무사 만루(2.36점)입니다
그런데 무사 만루의 득점 확률은 84.6%로
무사1-3루는 물론이고 무사 2-3루(86.4%)보다 근소하게 낮습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무사 1-3루 평균득점은 1.83점이고 무사 2-3루는 2.00이네요.
1-3루가 점수 날 확률은 조금 높은데 그 찬스에서 올리는 평균 점수는 조금 작군요.
위 데이터는 2013년 기준 자료이므로
혹시 그 이후의 자료를 찾아보거나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추가 의견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2013, 2014년 모두 1사 2루에서의 득점확률이 무사 1루보다 더 낮습니다. 기대득점은 당연하구요. 15년, 16년의 타고투저를 감안하면 번트와 도루 모두 당연히 가치가 더 하락했겠죠. 그리고 제일 큰 문제점은 그 1사 2루도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에 있습니다. 무사 1루를 1사 1루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번트작전의 성공률이 70%도 안됩니다. 1사 2루의 득점확률이 설사 높아진다해도 번트실패를 감안하면 불합리한 작전인데 번트가 100% 성공한다해도 득점확률이 높지 않다면 번트를 고집해야할 이유가 없겠죠.
어제 작전은 어이가 없죠.
1점을 내기위한 번트였지만 실상 득점의 확률이 더 낮은 상황으로 끌고갔으며,
2점이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득점의 확률또한 줄여버린 결정이었습니다.
난 지금 감독이 과연 데이터를 보고 야구하나 싶습니다. 어제의 작전은 감독 좋을대로 작전내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식이었어요. 과연 일본 신봉자답게 자살야구를 하더군요. 그 일본도 현대의 일본이 아니라 2차대전때 자살을 일삼던 그 시절의 일본 말이죠.
어처구니없는 작전을 내고 실패한 후,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클로져 등판은 화룡점정이라고 해야할까요...
물론 여기에는 득점환경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경기 후반 연속안타나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리그 평균보다 극히 낮은 강력한 불펜이 등장하고 1점의 가치가 경기초반보다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고려할만한 작전입니다. 이같은 경우에도 팀의 대타자원이나 대기타석의 타자, 주자의 능력같은 게 고려되어야겠구요. 번트작전이 무조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김성근이 보여준 번트작전의 상당부분은 분명히 잘못되었습니다. 어제 1사 1루에서의 번트도 만약 성공했다고 박수를 받는다면 그게 바로 결과론입니다.
맞습니다. 분명 상대의 투수가 강할수록, 그리고 경기 후반일수록 잔루의 가치가 아웃카운트보다 높다고 보는 경향이 있으므로 스몰볼은 항상 고려사항에 두어야 하죠. 그리고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친 후의 결정이라면 구태여 결과론적 해석을 들이밀 필요도 없을테고요. 다만 현 감독은 데이터에 반하는 결정이 너무 많으니 답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제 번트 도박은
타자들 컨디션이라 투수의 컨디션을 봤을때 해볼만했던거같아요
최재훈이 최근 타격감이 안좋고 그뒤에 김원석도 안좋고
최원태 상태가 워낙좋아서 연속안타가 나오기 힘든상황이니 동점이라도 만들고 보자했던거 같은데
결과론적으로는 실패였네요
보내기 번트가 실패할 확률도 계산에 넣어야할듯합니다..수비측이 100%번트 수비를 펼친다면 보내기번트도 쉬운것이 아니니까요
한화가 번트만 적게 내도 2~3승은 더 했을것 같네요
주구장창 번트지시 내년이 빨리 돌아오길
나이 더 먹는구나 ㅠㅠ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제발 상식과 확률대로 운영했으면 합니다--; 어제 번트 대는 순간 졌다고 직감했습니다--;
노인네 한테 바랄걸 바래야죠
경질만이 정답입니다
전에 주간야구에서 봤던거 같아요 베이스라는 환상에 빠진 착각이라고요. 무사1루일때가 1사 2루보다 득점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번트보다 강공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