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업 실패를 마주한 부인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내게 상담을 받으러 온 여성은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듯 웃옷을 움켜쥐며 말했다. 남편이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자기가 많이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사업을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정국을 맞이했다고 한다.
얼마 전 빚으로 버티기 어려워 담보로 잡혔던 집을 처분하고 작은 곳으로 이사하였는데, 남편에 대한 원망이 올라와 견디기 어렵다고 하였다. 잠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아 온종일 누워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우울증약을 처방해 주었으나 중독되는 게 무서워 상담을 받으러 왔단다.
돈은 세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거의 모든 사람이 눈만 뜨면 돈을 벌러 나가 온종일 일하다 늦게서야 집에 돌아온다. 즉 돈을 벌기 위해 대가의 사람들이 고단하게 애쓴다.
두 자녀가 자라면서 점점 더 돈이 필요할 텐데, 빚으로 살림이 오그라든다면 힘들기도 할 거 같았다. 더구나 여기저기 친인척도 물린 상태라고 하니 운신의 폭도 많이 좁아졌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어쩌랴. 주어지는 대로 살아야지 앙앙불락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말린다고 이미 그런 상태에 다다랐으면 힘들더라도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하면 그녀도 돈벌이에 나설 각오를 하는 게 마땅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부인은 좀처럼 그렇게 할 마음을 내지 못하고, 남편이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원망과 괴로운 나머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증상에 대한 넋두리만 쏟아냈다. 오죽 괴로우면 그렇겠는가 하여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몇 회기가 지나도록 그러한 푸념이나 반복하니까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 어른답지 않고 의존적인 아이처럼 비쳐 어느 시점에 이르러 말했다. 가족은 공동 운명체이므로 이제부터는 힘을 모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어차피 닥친 일이므로 수습 방안을 찾는 게 마땅하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움이 솟구쳐 견딜 수 없다며 이혼 의사를 밝히는 게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려울 때일수록 이성적으로 사태를 직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감정에 치우치다니 하며 나 역시 기운이 빠지는 듯했다. 다른 때도 아니고 위기에 빠진 사람을 두고 어떻게 이혼하려 든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닌 듯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두 부류라고 말합니다. 한 부류는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막상 상대가 어려움에 떨어지면 일단 어려움에서 빠져나오도록 돕고자 하는 사람이고, 다른 부류는 잘 지내다가도 상대가 어려움에 봉착하면 피해가 자기에게 닥칠까 봐 도망치는 사람이라고 합디다.”
이러한 직언에 무안했는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죽겠는데 어떻게 해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울었다. 그런 걸로 보아 그녀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허약한 나머지 견딜 수 없어 도망가는 철부지 같았다. 이러한 사람에게 비겁하다며 꼬집기도 어렵고, 한 남자의 아내나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힘을 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휘청거리는 남편을 내팽개치듯 두고 떠나는 것도 사람이 할 짓을 아닌 것 같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게 그 부인의 수준에 맞게 상담하는 건지 고심하고 있는데, 그녀도 민망했는지 이렇게 읊조렸다.
“제가 좀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상담을 받으며 어른다워져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상담비도 만만치 않으니…. 아, 짜증스러워요. 이런 상황을 만든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단 말이에요.”
이렇게 오락가락하며 그녀는 또다시 웃옷을 쥐어뜯었다. 이러한 그녀를 바라보며, 사람의 깊이는 좋은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 드러난다는 말을 떠올렸다. 상황이 좋을 때는 누구든지 웃는 낯을 하는 편이지만, 어려우면 자기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 부인은 위기가 닥치자 허약함을 드러내며 견디지를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의 위치에 따른 구실을 하려면 좀 더 강단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앞으로 한참을 커야 할 듯싶었다.
두서너 차례 상담한 뒤 나는 그 부인에게 무료로 상담할 수 있는 데를 추천했다.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수시로 자극이나 도전을 주는 내게 상담을 받진 못하더라도, 그녀가 제법 속이라도 풀면 자신의 상황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 부인과 상담을 마치면서 그녀에게 닥친 시련이 단지 불운으로 끝나지 않고 그녀가 성장으로 도약하는 계기, 즉 발판이 되기를 빌었다. 성장은 좋은 시절 때보나 고난의 시기에 더 이루어진다고도 하니 말이다.
첫댓글 다양한 상담사례 소개 감사해요..
제 주변 사람들도 사업실패 ,빚더미로 이혼하신 분들이 있네요..
평소에 부인들 칭찬 대단했지요....
사업실패 후 그분들 서로 욕하고 비난 조롱하는데
놀라웠네요...
좋은 부부관계인줄 알았는데요...
한사람은 남 편이 병들어 죽어가고..
한사람은 부인이 재혼 이혼 반복이네요...
서로 미움과 증로 충만한 사람들 ..
미성숙한 사람들
정신적, 영적 상태가 의심가네요...
부인들 칭찬 할 때는 언제고 ..???
인간관계에서 바람직한 덕목 중의 하나가 의리 같습니다.
점점 그것이 삶의 무게를 결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상에 대해 지루하거나 싫증이 날 때도 의리 때문에 묵묵히 버티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