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첫 만남....................
로미오 : (줄리엣의 손을 잡으며) 천하디 천한 이 손으로... 이 거룩하고 성스러운 곳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라면, 그 점잖은 죄의 보상으로
내 입술이 낯을 붉힌 두 순례자, 부드러운 키스로 입맞춤을 씻고 싶습니다.
줄리엣 : 착한 순례자여, 그대 손을 너무 경멸하지 마세요... 성자의
손을 갖다 대고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 대는 것이 거룩한 순례자들의 키스라죠...
로미오 : 성자도 입술이 있고, 순례자도 입술이 있죠?
줄리엣 : 순례자의 입술은 기도할 때 쓰는 거예요..
로미오 : 그렇다면 손으로 하는 것을 입술로 하면 되겠군요... 기원하니 허락해 주십시오... 신앙이 절망으로 변해서는 안되잖아요...
줄리엣 : 성자의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비록 기원을 들어주는 일이
있더라도...
로미오 : 그럼 움직이지 말아요... 이렇게 그대의 입술로 내 입술에서
내 죄는 씻어지리다...
키스한다...
줄리엣 : 그럼 제 입술이 그 죄를 간직하게 되나요?
로미오 : 내 입술의 죄를...? 아아, 달콤한 꾸지람이여! 내 죄를 돌려주세요...
다시 키스한다...
줄리엣 : 키스에도 규칙을 따르게 하는군요...
두 번째 만남......................
줄리엣 : 로미오, 내게 원수인 당신의 이름을 버리고 당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당신의 이름 대신에 나를 고스란히 가지세요...
로미오 : 그대의 말대로 당신을 갖겠소... 나를 사랑한다고만 말해 주오... 그렇다면 다시 세례를 받고 이제부터 로미오란 이름은 버리겠어요...
줄리엣 : 어떻게, 무엇 하러 여기엘 오셨어요? 정원의 담은 높아서
오르기 어렵고, 우리 집 식구들에게 들키는 날에는 이 곳이 죽음의
장소가 될 텐데요...
로미오 : 이까짓 담장은 사랑의 가벼운 날개를 타고 뛰어 넘었지요...
돌담이 어찌 사랑을 막을 수 있을까요... 사랑이란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해냅니다...
줄리엣 : 식구들에게 들키면 당신은 죽을 거예요...
로미오 : 그대의 눈이 저들의 칼 스무 자루보다 무섭습니다. 당신만
정다운 눈길을 보내 준다면 그들은 두렵지 않아요...
줄리엣 : 들키는 날엔,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로미오 : 어둠이 나를 들키지 않게 가려 주고 있으니 들키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들키게 하세요... 그대의 사랑 없이 지루하게 사는 것보다 그들의 미움을 받고 죽어 버리는 게 좋겠어요....
줄리엣 : 누구의 안내로 여길 찾아왔나요?
로미오 : 사랑이지요. 처음에 찾으라고 재촉한 것도 사랑이고, 지혜를 빌려주는 것도 사랑입니다...
난 다만 내 눈만을 빌려 준 셈이지요... 나는 길잡이는 아니지만 그대가 멀고 먼 바닷가 해안에 있더라도 기어이 찾아가겠어요...
줄리엣 : 내 얼굴이 이렇게 한 밤의 가면으로 가려져 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제 뺨은 수줍음 때문에 붉어졌을 거예요... 저를
사랑하시나요...? 그렇다고 대답하실 테지요... 그 말을 믿겠어요...
하지만, 그대가 맹세를 하더라도 깨뜨릴지 모르는 일이에요... 연인들의 거짓말은 주피터도 비웃는데요... 로미오, 사랑하신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씀해 주세요... 저를 너무 쉽게 손에 넣으셨다고 생각하신다면, 심통도 부리고 찌푸린 얼굴로 당신을 거절도 할래요... 그렇더라도 저에게 애걸하셔야 해요...
로미오 : 저기 행복한 달님을 두고 맹세하리다. 여기 이 모든 나뭇가지를 온통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저 달을 두고요...
줄리엣 : 저 변덕이 심한 달을 두고 맹세하지 마세요... 달은 달마다
행로가 변하니까요... 그대의 사랑도 그렇게 변해서는 안 돼요...
로미오 : 그럼 무엇을 두고 맹세하리까...?
줄리엣 : 아무 맹세도 하지 마세요... 꼭 하고 싶다면 저에게 사랑의
신과 같은 당신 자신을 두고 맹세하세요... 그럼 당신을 믿겠어요...
로미오 : 혹, 내 마음의 진정한 사랑이...
줄리엣 : 자, 맹세는 그만 두세요... 그대 말은 듣기 좋아도 오늘 밤
맹세는 싫어요... 너무 성급하고 너무 분별없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것 봐'하고 말할 새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번갯불과 같아요... 이
사랑의 꽃봉오리는 여름의 미풍에 무르익어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예쁘게 꽃이 필 거예요... 평화스런 안식과 휴식이 제 가슴에 스며들
듯이 그대 마음에도 깃들이기를...
로미오 : 아아, 그대는 이렇게 섭섭하게 날 두고 가려 하나요...?
줄리엣 : 그대는 오늘 밤 무엇을 소망하나요...?
로미오 : 내 맹세와 바꿀 수 있는 그대의 진실한 사랑의 맹세가 소원이에요...
줄리엣 : 그대가 청하기도 전에, 전 이미 그대에게 마음을 바쳤는데요...? 다시 한 번 바치고 싶긴 하지만...
줄리엣 : 날이 새고 있어요... 장난꾸러기는 새란 놈을 사슬에 매인
죄수같이 잠깐 줄을 늦췄다가도, 곧 명주실로 도로 잡아당긴 대요...
사랑이 지극하면 자유에도 샘을 느낀다니 까요...
로미오 : 난 그대의 새가 되고 싶어요...
줄리엣 : 저도 마찬가지 에요... 하지만, 너무 귀여워 하다가 혹 죽이기라도 할까 봐... 안녕히 가세요, 안녕...! 헤어지는 것이 이처럼 슬프니 날이 샐 때까지 줄곧 '안녕히'라고 부르고 있을래요...
치느라고 힘들었어요...ㅜㅜ 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