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름다운 비행(창의력에 대하여)-4끝-
박병우가
이 영화를 본 것은 미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미국 비행 시간이 길다보니 기내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그 당시는 조류는 전혀 나에게 전혀
흥미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자막에 거위라고 나오길래 어릴적 집에서 꽥꽥 울던 거위가 생각나서 영화속의 거위(캐나다기러기)는 참 이상하게 생긴
거위라고 생각 했고 가뜩이나 지루한데 또 지루한 영화를 상영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루할 때는 중국 무협 영화가 제일이다. 특히 이소룡이
당산대형에서 열연할 때 상대역으로 나왔던 그 여배우가 나온다면 뱅기 값도 건질 수 있다! 시큰둥하게 보면서 영화 속 장면은 모두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마지막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거위(캐나다기러기)들이 그 다음 해에 에이미집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글귀였다. 즉 이
영화는 연출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고 보고난 뒤에야 감동이 밀려왔다. 새들의 각인 현상을 이용하여 경량비행기로 이동시킨다는 발상은 기발한
창의력으로서 실로 미국 사람들의 교육방식과 창의력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흘러 얼마전에 다미양 집에 가서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이야기는 들은 적은 있어도 본 적은 없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된 시점이 10년이 다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에서 다른 새 친구가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이 영화 속에 출연한 캐나다기러들을
영화 촬영 후 방조하였는데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 죽었다는 것이었다. 인간에 의해 사육된 야조들은 자연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이
말이 사실인지 또는 근거없는 소문인지는 알 수없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 내용대로 기러기들이 다음해 무사히 다시 북쪽 마을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고싶다. 과학적으로도 이 방법은 성공률이 높고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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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해 동경대 히구치 히로요시 교수는 그의 저서 ‘철새들의 이동’에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적었다. 이 사람은 두루미류에 위성 추적 장치를
착용하여 이동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전략)
1996년도의
일이었다. 영화 배급사에서 꼭 영화를 봐주십사하는 요청이 있었다. 보고난 뒤에는 감상문을 적어달라는 의뢰였다. ‘아름다운 비행(Fly Away
Home)'이라는 영화였다. 초경량동력기(이하 경량기라한다)에 각인된 캐나다기러기 무리를 소녀가 경량기에 탑승하여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주까지 유도하는 이야기이다. 새들의 이동이 주제이고 그 방면의 전문가인 나에게 전문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봐주십사는
요청이었다.
기러기나
두루미류들을 경량기에 각인을 시켜 안전한 장소까지 유도하는 시도는 몇 년 전부터 북미에서 하고 있었다. 내 동료가 그 연구에 참가한 일도
있었고 그 내용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각인’이라는 동물행동학의 수법을 희소 종인 보전에 응용하는 획기적인 시도이다.
각인이라고
하는 것은 태어난지 얼마안되는 새끼가 최초에 눈에 띠는 물체 뒤에 따라다니는 행동이다. 통상은 최초에 태어나서 눈에 띠는 것은 어미이므로 어미
곁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 대상이 인간이라면 인간 곁을 따라다니고 풍선이라면 풍선 뒤를 따라다닌다. 한번 이렇게 한 행동은 그 후도
변화하지 않는다. 경량기에 각인된 새는 경량기 뒤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캐나다기러기 새끼들이 14세 소녀 에이미 뒤를 열심히 따라다니는 모습, 소녀가 탑승한 경량기 뒤에 성장한 캐나다기러기가 따라오는 감동,
단풍에 물든 온타리오 주의 삼림 위를 소녀가 선도하는 경량기와 더불어 날아가는 캐나다기러기 무리의 아름다운 광경, 미국과의 국경 공군기지에 긴급
착륙하여 허가를 얻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소녀의 용감성, 도중 대도시의 초고층 빌딩 사이를 빠져나가는 현장감, 그리고 목적지에서 소녀와
캐나다기러기를 환영하는 많은 사람들의 파이널. 과학과 환경보호 활동이 정교하게 엮어져 있는 내용이었다.
나의
감상문은 극장에서 배포하는 팜플렛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그 후 나는 경량기에 기러기를 각인시켜 안전한 장소까지 유도하는 시도를 실제로 하고
있는 연구자 빌 리슈만 씨를 만났다. 그는 물론 이 영화 제작에 전면적으로 관계하였다한다. 그는 언젠가 경량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도래지를
만드는데 협력해주기를 요청하였다. 아직 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후략)
첫댓글 어제 SBS의 세상에 이런일이를 봤는데... 거기에 정말로 실존하는 아름다운 비행 이 있더군요.. 철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철새를 기르고 또 비행훈련시키는... 정말 대단한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