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다”라는 말은 막대사탕 츄파 춥스에 꼭 어울리는 수식어이다. 이 사탕은 전 세계 대형 슈퍼마켓은 물론 동네 구멍가게와 작은 매점에 이르기까지 계산대 주변을 알록달록하게 장식하며 어린이 고객의 고사리 같은 손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츄파 춥스를 만든 엔리크 베르나트(Enric Bernat)의 집안은 3대째 사탕 제조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어느 과자 공장을 인수한 그는 2백 개에 이르는 제품 대부분을 정리하고 할아버지에게 전수받은 기술을 살려 막대 사탕 생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막대 사탕의 주 소비층이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배려한 제품이 없다는 의외의 시장 조사 결과에 놀란 그는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먹기 편한 크기의 사탕을 나무 막대기에 꽂아 1958년에 츄파 춥스를 개발했다.
‘핥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츄파르(chupar)에서 이름을 딴 이 작은 공 모양의 막대 사탕은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너무도 단순했지만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베르나트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로고를 만들까 고민하던 중 친구인 살바도르 달리에게 조언을 구했다. 달리는 초현실주의 화가답게 그 자리에서 단숨에 로고를 그려 주었다. 1969년에 탄생한 데이지 무늬 포장지는 이렇게 한 시간도 안 걸려 완성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로고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혁신적인 소매점 유통과 진열 방식은 더 큰 성공에 불을 당겼다. 큰 유리병에 사탕을 담아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선반에 두는 기존의 진열 방식을 탈피하여 아이들이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품 하나하나를 반구형의 전용 사탕 꽂이에 끼워 계산대 가까이에 두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세계 어린이들이 모든 막대사탕을 츄파 춥스라 부르게 된 신화가 탄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