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재밌어 보이는 챕터들을 고르면서 읽었다. 평소에도 궁금증을 느꼈던 주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 등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다. 살기 위해 죽는 생명, 이 아이가 게이일까요? 라는 챕터가 기억에 남는데 살기 위해 죽는 생명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그렇고, 이 아이가 게이일까요? 는 그냥 궁금증이 정확히 해결돼서 그렇다. 살기 위해 죽는 생명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왜 늙고 죽는지에 대한 내용이고, 이 아이가 게이일까요? 는 성 정체성은 타고난 유전자로 결정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살기 위해 죽는 생명은 사람들이 싫어하고 피하는 노화의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데 그 안에서 사람이 왜 사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배웠던 '사람이 왜 사는가' 는 조금 더 철학적이고 단정 짓기 어려우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의 삶의 궁극적인 목표와 목적에 대한 '사람이 왜 사는가' 였다면, 이곳의 '사람이 왜 사는가' 는 인간이라는 종, 동물, 생물, 아니면 그냥 모든 생물들이 왜 사는지에 대한 생물학적이고 조금 더 명료하고 커다란 '종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사람이 왜 사는가' 였다.
그 조금 더 명료하고 새로운 '사람이 왜 사는가' 의 답은 '성장-보전-번식'이다. 책에서 몸이 살아가면서 거치게 되는 생명의 경로, 생물학적 과업은 '성장-번식-보전' 이라고 말한다. 성장, 자라는 것, 보전, 여러 위험 요소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 번식, 동족을 퍼뜨리는 것.
여기서부터는 내 생각인데 과학이고, 생물학인데 근거없는 내 생각은 소용이 없지만 그냥 책의 내용을 보고 추론을 하자면 세 가지 중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번식인 것 같다. 성장을 위해 번식하는 건 말이 안 되고 보전을 위해 번식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보전을 위해 성장하고 번식을 위해 보전하는 것은 말이 되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번식은 왜 하려고 하지? 내 몸은 일회용이고 한정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고갈되어 사라지겠지만 이 세상에 나를 남기고 다른 방법으로라도 존재하려는 욕망일까?
이 생각을 하자 생각난 것은 뜬금없게도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조현철 배우의 수상소감 중 한마디이던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 라는 말이었다. 죽음은 소멸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예전에 이 말을 알게 되고 크게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저 말을 철학적으로 해석해서 내가 죽고 사라진 들 사람들의 기억과 내가 남긴 흔적도 사라져 주는 게 아니기에 나는 존재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번식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나는 유전자를 남기고 가는 것이고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말을 한 사람의 목적은 전자 쪽이겠지만 해석은 내 나름인 거니까.
인간은 참 묘하고 신기하고 별나다. 사회적 존재인데 동물이고 동물인데 문화적 존재이다. 우리는 이중적인 존재인듯하다. 사회적·문화적 존재, 동물 하나로만 살 순 없다. 그러니 하나로만 생각할 수도 없다. 우리는 뭐든 둘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왜 사회에 속하고 문화를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사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왜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동물, 인간으로서 살아가는지에 대해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사실 답은 아직 못 찾았다. 여러분은 어떤가. 여러분은 왜 살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