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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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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늦게 핀 층층잔대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18 08.11.17 06:0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름해설사 과정 제19강 진행을 위하여 성산읍의 오름에 다녀왔다. 벌써 1년이 흘러 이제 마지막 강좌를 남겨 놓게 되었다. 진행되는 도중에는 기다려지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으나 이제 한 번 남았다고 생각하니 해어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가 보다. 하긴 수료 후에도 모임이 되어 산행이 계속될 것이고, 틈나는 대로 가끔은 같이 동행할 기회가 있겠으나 그것이 기약 없는 거여서 아쉽다.


 11월이 반이 지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통오름에는 경방초소 아저씨가 나와 있고, 말을 놓아서 그런지 가을꽃이 많이 줄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패랭이꽃과 물매화, 자주쓴풀꽃은 여전했고, 하다못해 딱지꽃이 남아 있거나 벌노랑이가 피기도 했다. 그런데 근래 철없는 남산제비는 왜 그렇게 피어있는지 오늘도 몇 송이 핀 것이 보였다. 김영갑 갤러리에 들렀고, 남산봉에서 모처럼 용담꽃을 보았다.   


 층층잔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1미터까지 자라며, 잎은 긴 타원형이고 톱니가 있다. 7~9월에 종 모양의 자주색 꽃이 줄기 위에 여러 개 돌려붙어 피고 열매는 삭과로 11월에 익는다. 어린잎과 뿌리는 약용한다. 산지(山地)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한다. 이 꽃들은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벌초한 무덤에서 새로 순이 돋으면서 꽃대가 나와 핀 것이다.


 

♧ 11월에 - 고혜경


달빛에 홀로 선 나목

투명한 새벽에 젖어

멀어지는

가을의 마지막 얼굴 되어

별빛보다 

더 시리게 떠나간다


사라져 흙이 되는 것마다

의미는 남아

이슬이 채 밟히지 못한 시간 앞에

때를 따라 아름답게 서성이는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마른 잎

천 년을 두고도 남을

사랑보다 더 깊은 의미의 진실이구나


햇살로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새 소리 만으로

눈물겹고 감격할 수 있는

겨울의 싸늘함 속에

지는 나이를 끌어안기 시작한

11월에 자족할 수 있는

초록잎 무성한

봄의 향기가 되어보자

 


♧ 흔들리는 11월 풍경 - 김금용


언제 눈이 왔을까,

밤이었을지, 새벽이었을지,

도시인들에겐 눈이 내린다는 건 일종의 환상일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빌딩 사이에

묻힌 사람들에겐 하늘의, 우주의 신비는 단지 TV에서,

한켠에 접어둔 과학서적에서나 찾아 헤매는 대상일 뿐,

더욱이 나처럼 차단된 창안에서 동면하듯 웅크리고

내 안으로만 한 걸음씩 더 다가앉는 사람들에겐

눈이 온다는 건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다

아니 그만큼 깊어진 추위에 더 주저앉게 될 뿐,..


11월은 속절없이 받아들이는 내 운명 같다.

때론 사주에 나와 있는 사악한 부분을 기다렸다는 듯

그냥 껴안기까지 하는 못난 내 모습 같기도 하다.

어쩔 것인가, 난 지금 쉬고 싶은데,....

적극적으로 뛰면 어느만큼 나갈 수 있는지,

저 가파른, 길도 없을 것 같은 언덕을 넘을 수

있는지, 알면서도 이젠 좀 쉬어가고 싶은데,...

 


온종일 아니, 며칠 동안 내리 잠만 잤다.

아무하고도 연락도 없이, 그 흔한 이메일도 없이,

커피를 삼일 전부터 끊으면서 생긴 현상이지만,

드디어 난 무감각해진 빈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복잡한 욕망의 찌끼들을 던져버리고, 끝없는 잡념의

회오리로부터 벗어나 그냥 잠에 빠져든 것이다.

끝없는 나락으로, 한없는 바다 밑으로 침전한다. 

옷가지와 나와 결부되어있던 모든 짐은 다 내려놓고

오직 맨 발로 맨 손으로 유영하며 내 안으로 침수한다.


11월은 마침내 비인 채 서는 나무다.

내 안으로 잠수하는 나무다.

미처 떠나지 못한 잎새들 지켜보며 가늘어진 햇살에

남은 것끼리 살결 부비며 빈자리 핥아 주는….


안 신던 양말을 찾는다 

어수선하게 들어찬 서랍 속을 뒤지며 흩어져 있던

짝 잃은 양말을 모은다. 보일러를 가동하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시린 발 넣으며 지나간 옛 비디오를 켠다.

11월은 엎어놓았던 나에 대한 거울을 찾아서는 때다.

홀로 남겨지고 마는 가장 기막힌

명제 앞에서 조용히 숨 들이켤 때다.

잡다한 사념의 끝을 놓을 때이다.

 


한 단풍나무에서도 햇살의 방향에 따라 갖가지 색깔을

지니고 있음을, 그러나 어느 색도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음을 내내 단풍나무 아래 누워 그 틈새로

쏟아지는 여린 햇살 지켜보다 겨우 깨닫는다.

여짓껏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고

느끼지 못하던 것이 깨달아짐은 웬일일까.

이게 바로 나이 먹음인가, 나 역시 노을로 돌아가는

방향에 서게 된 탓일까, 어느 한 가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감탄 때문일까.


거부하고 싶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11월의 바람처럼

차고 날카롭다. 가시가 박혀 시리고 아프다.

보내주자, 그냥 비인 채로 서있자.

출렁, 추녀 밑에서 바람 따라 우는 목어처럼

흔들리는 대로 무게를 죽이고 힘을 빼고 서있자.

내 안에 머물지 못할 사랑쯤 이 늦가을 핑계 삼아

손 흔들어주자.

돌아서 내 안에 다시 혹을 키울지라도, 

바람인 척 붉어진 벚나무 옆에 서서 흔들리자

 


♬ 감미로운 클래식기타 연주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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