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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존칭 생략. 자연농법은 후쿠오카 마사노부에 의해 창시된 농법으로 인간의 이익과 자연의 생태가 충돌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며 그 구체적 방법은 사무농법(四無農法, 무경운, 무제초, 무농약, 무비료)이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재배법이 연구, 발전되어 왔다. 이 글은 그 중 하나인 ‘기적의 자연재배’ (송광일 저, 청림life, 2013)를 발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자연농법 기술서라기보다 저자와 그가 생산한 농산물의 선전용 글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엿볼 수 있는 부분만을 이슈별로 다루겠다. 저자의 독특한 이론인 ‘고전압 식물론’도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식물생리학책의 설명을 발췌한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이론은 독단적이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될 정도로 확대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뒤, 내가 생각하는 자연농법을 개략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2. 퇴비
화학비료는 장기적으로 땅을 죽이고 식물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유기농에서는 퇴비를 사용한다. 그러나 저자는 퇴비도 해로우며 잡초가 계속 생기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잘 살펴보면 덜 부숙된 퇴비 및 과다한 시비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나의 경험에 따라 간단히 정리한다. 충분히 분해된 퇴비를 사용하라. 3년 정도가 걸린다. 부엽토를 섞으면 더 빨리 되며 EM효소를 사용하면 더더욱 시간이 단축된다. 과다한 시비를 하지 마라. 토양이 자연농법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발달하고 또 그것에 맞는 종자가 있다면 퇴비가 없어도 된다. 단, 그 토양에서 나온 식물체를 다른 곳에서 말린 후 되돌려 넣는 것은 가능하며, 뒤에 설명하겠지만 가족의 배설물은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과연 퇴비가 없어도 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식물은 도대체 어떻게 양분을 획득하는 것일까? 공기를 통해서다.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만 말하자면, 첫째 엽록소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흡수된 뒤 탄소로 고정. 둘째, 토양 속의 미생물에 의한 질소의 고정. 만약에 이러한 동화작용이 아주 활발히 일어난다면 가능하다.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그것이 아무리 활발하다 해도 비싼 유기합성물이 많이 포함된 작물을, 토양을 쉬게 하지 않고도 계속 키우는게 가능한지? 둘째, 비닐하우스는 아무래도 공기의 순환이 활발하지 않을텐데 그 안에서 자연농법을 이루는게 가능한지? 저자는 세계 최초로 비닐하우스에서 성공한 자연농법이라 자랑하지만, 자연농법을 하는 사람은 비닐하우스 자체가 인위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아예 하지 않을 것이다.
3. 농약
농약을 사용하지 마라. 그 중 제초제는 그야말로 극약이다. 동의한다. 보충 설명하면 이렇다. 요즘 나오는 농약은 예전처럼 독하지 않다. 시기만 잘 맞추면 생산품에 농약잔류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연농법에서는 농약을 쳐서는 안된다. 농약은 곤충과 미생물에게 치명적이어서 생태계의 연결사슬을 다 깨뜨리며 식물을 약하게 만든다. 자연농약은 어떤가? 가장 효과적인 자연농약은 식물에서 추출한 독과 기름을 잘게 분쇄한 것이다. 곤충과 애벌레는 피부로 호흡하기 때문에 이것을 맞으면 숨을 쉬지 못하고 죽게 된다. 좀 더 안전하고 빨리 분해가 된다는 장점이 있어 기존의 생태계에 주는 충격은 훨씬 덜할 것 같다. 그러나 가능하면 자연농법에 맞는 토양과 종자를 믿기 바란다. 자연농약조차도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논외이긴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농민들과 환경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가령 과수원 나무의 해충을 토치카로 퇴치하는 희한한 방법도 있다. 벌레는 자신이 위협을 받으면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버릇이 있다. 빠른 동작으로 토치카에 불을 붙여 잎 주변을 휘저으면 잎은 크게 손상되지 않는 반면 벌레들이 떨어져 나가고 해충의 알들을 많이 죽일 수 있다. 또 민달팽이를 퇴치하는 방법으로 접시에 맥주를 담아 놔두는데, 그러면 민달팽이가 스스로 기어나와 맥주에 빠져죽는다.
4. 잡초
경운을 하면 생태계가 파괴되어 땅 속의 미생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므로 땅이 딱딱해진다. 그래서 계속 땅을 갈아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부분을 작토층이라고 하고 그 밑부분을 집적층이라 한다. 자연의 상태에서는 이 구분이 없다. 내가 보기엔 있다. 다만, 집적층에 독성이 관행농의 밭처럼 쌓이지는 않고 빨리 분해된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자연농법의 땅에는 집적층이 위로 올라와서 잡초가 자라지 못한다고 설명하는 부분이다. 추측컨대, 수확하고 남은 식물체를 그대로 놔두기 때문에 이것이 부숙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적층과 비슷한 현상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잡초가 못자랄 정도의 독성을 가진다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수염뿌리 식물인 화본과 잡초들은 흙이 부드럽기 때문에 잘 뽑히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그 뒤의 말로 부정된다. ‘작물은 사람이 직접 묻어주는데 비해 잡초는 공기 중에서 흩날리다가 지표층에 뿌리를 내리는데 집적층이 표면에 있으니 땅속으로 뚫고 내려가지 못해서 힘없이 뽑히게 되는 것이다.’ (p91)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자연농법에서는 직파를 하지 모종을 하지 않는다. 모종을 하면 환경이 바뀌어 작물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이며, 모종 자체가 강제적인 키우기여서 작물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명이 없다. 둘째, 위 설명대로라면 자연농법이 적용되는 토양의 표피가 딱딱하다는 뜻인데,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다. 저자는 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며 그 이유가 물을 덜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토양의 표피가 말라있어서 그런 것일까?
5. 토양
위 의문에 대한 한 대답은 이렇다. ‘작물들이 힘들여서 잡초를 몰아내기 위해 만든 토양’ (p89) 모든 식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타감작용 물질을 낸다. 소나무의 송진이 대표적이다. ‘식물들은 특정 2차 대사산물들을 만들어 그 토양을 점령해나간다. 그것이 바로 식물들이 자기 환경에 적합한 땅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이다.’ (p89) 그런데, 그것이 과연 다른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할 만큼 강할까? 내 경험을 말하자면 적어도 작물 중에는 없다. 농장의 한켠에 몇 년 동안 참나물 군락지를 이룬 곳이 있는데 다른 풀들도 많이 자란다. 꾸준히 다른 풀을 뽑아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작물과 잡초가 그렇게 뚜렷이 구분되는가? 왕고들빼기, 쑥, 개망초, 지칭개, 달맞이꽃...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사람에 따라 각각 나물이기도 하고 약초이기도 하며 잡초일 수도 있다. 이보다 훨씬 많은 식물종 중에서 특정한 작물이 내는 타감물질로 인해 자랄 수 있는 것들이 없다고 믿긴 어렵다. 또한, 한 곳에서 같은 작물을 계속 키우면 특정 무기물질의 감소로 인해 잘 자라지 못하며 해충의 공격이 심해진다. 그래서 유기농에서는 혼작 또는 윤작을 추천한다. 저자의 밭에는 고추를 심는 곳에 계속 고추를 심는지 사뭇 궁금하다. 차라리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소위 ‘잡초’의 씨들이 거의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이 더 합리적이다.
토양이 발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약간 이상하다. 하지만 이것은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천이가 일어나는 것은 유기물질들이 점점 풍부해지면서 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자연농법에 적합한 토양이란 유기물질이 풍부하고 그 물질의 순환사슬이 끊기지 않는 땅이라는 정도만 기억하면 되겠다.
6. 종자
종자란 단어 외에 어떤 언급도 없음. 내가 아는 한, 자연농법에 맞는 종자는 그 땅에 뿌려서 난 것의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기를 반복하여 얻는다. 자연농법을 하는 분들과 종자 나누기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종자를 심기 전에 그것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생태농업이란 무엇인가’ 란 책을 참조할 것.
7. 뿌리의 영양흡수
이 부분은 저자의 ‘고전압식물론’을 이해하기 위해 ‘식물 생리학’ (W.G. 홉킨스 저, 을유문화사)에서 발췌, 요약한 것이다.
무기 영양소들이 식물체에 의하여 흡수되려면 뿌리 세포의 세포막을 통과해야 한다. 세포막 수송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단순확산으로 농도차이에 의한 흡수이다. 그런데 막은 지질 성분이기 때문에 비극성을 지닌 용질이 더 빨리 막을 통과할 수 있다. 물은 높은 극성을 지니지만 아쿠아포린이라 불리는 물 선택성 채널을 통해 지질막에 빠르게 확산된다. 둘째, 촉진확산. 막에는 수송단백질이 있는데 운반체 단백질과 통로 단백질로 나뉜다. 운반체 단백질은 특정한 용질과 결합한 후 막의 건너편으로 수송된다. 통로단백질은 막 전체를 관통하는 통로를 형성하는데, 문이 달려 있어 열리고 닫힐 수 있다. 즉, 촉진 확산은 선택적으로 용질을 운반한다. 확산에 의한 수송은 수동 수송으로 수송 과정에서 직접적인 대사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송은 상당한 농도나 전기 화학적 기울기를 초래한다. 가령 칼륨 양이온을 생각해보자. 농도의 측면에서는 세포 안과 밖의 농도가 같아질 때까지 확산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음이온에 의한 전하의 불균형 즉 전압차가 생기게 된다. 이 힘은 농도차에 의한 힘과 균형을 이룰 때까지 칼륨양이온의 이동을 초래할 것이다.
셋째, 능동수송으로 이러한 농도 및 전기 화학적 기울기를 거슬러 에너지 투입을 통해 용질을 수송하는 것을 말한다. 용질 수송은 두 가지 중요한 특징, 축적과 선택성이 있다. 축적은 세포 내 어떤 이온의 농도가 주위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선택성은 어떤 특정한 용질만을 축적한다는 것을 말한다. 가령 옥수수 뿌리로 실험한 한 표를 보면 칼륨양이온은 1142의 높은 축적비를 가지는데 반해, 황산 음이온은 축적비가 23이다. 좀 더 자세하게는 ATPase-양성자 펌프의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이 정도로도 저자의 이론을 파악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또 발제하는 책에는 수분 포텐셜이라는 단어가 나타나는데, 이는 수압과 삼투압의 합으로 정의되며 물은 항상 높은 수분 포텐셜 구역에서 낮은 구역으로 이동한다는 사실만 알면 충분하다.
8. 고전압식물론
‘... 생명체 스스로 능동적인 전압의 변화로 대처... 이 능동적인 전압의 변화는 바로 세포막에서 일어난다.’ (p151), ‘생체막은 필요한 특정의 물질은 압을 높여서 끌어당기고, 불필요하게 내부로 남아 있는 물질은 압을 낮춰서 막을 통해 외부로 내보는 것이다.’ (p153) 이상의 서술에서 볼 때, 저자는 이온의 능동수송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동물세포는 좀 다른데, 특히 신경세포와 관련이 깊다. 아시다시피 식물은 신경세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논외로 하자. 혼동스러운 글이 곳곳에 있다. 특히, ‘지금까지는 전압의 개념은 가변적이지 않았다... 이처럼 바이올로지컬 볼티지는 생물학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p 153~154)라는 부분은 황당하다. 저자의 박사 논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에 실렸는지 궁금하다. 이것도 논외로 하자. 아무튼 위 7번의 지식을 바탕으로 저자의 고전압식물론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이렇다. ‘자연재배의 작물은 일반의 것에 비해 높은 이온의 축적비를 가진다’ 나의 질문은 간단하다. “그래서?”
이런 식물이 다른 것에 비해 생명력이 더 강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이렇다. 흰가루병과 같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병충해는 농약으로도 막을 수 없다. 초기 발생 때 감염된 작물들을 빨리 뽑아 태워버리는게 최선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농작물이 다시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 또 나쁜 환경에서도 어떤 작물은 잘 견뎌내는 반면 어떤 것은 시들어 버린다. 설명하기 어려우니 우리는 막연히 이를 생명력이라 부른다. 저자는 강한 생명력이 바로 이 고전압의 힘으로부터 오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러나 어느 것이 원인이고 결과인가?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생각을 과대하게 확대해석하는데 있다.
저자는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한다. 그 이유는 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즉 물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식물의 압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자연산보다 더 고전압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p125) 그런데 농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열 번 물을 주는 것보다 한번 비를 맞히는 것이 작물의 성장에 더 좋다.” 비에는 대기 중의 유용한 성분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체내에 수분이 적으면 당연히 이온의 농도가 올라간다. 겨울 채소는 달고 아삭아삭하다. 얼어죽지 않기 위해 체내의 수분을 최소화하고 세포벽을 두껍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건 넘어가자. ‘작물은 수분이 많으면 수분이 과다하게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뿌리의 숫자를 줄인다’ (p99) 식물 체내에 수분이 과다하게 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식물 생리학 책을 인용하겠다. ‘식물은 매우 강하고 비교적 탄성이 없는 세포벽 때문에, 발생한 팽압은 보통 알맞은 수분 포텐셜의 유지와 과도한 물 흡수를 막는 데 충분하다’ (인용 책, p46) 식물과 수분의 관계를 잘 이해하려면 식물의 증산 메카니즘을 알아야 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확실히 자연농법보다 관행농의 작물이 뿌리량이 적다.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므로 애써 찾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는 공감할 수 있다. 수분을 적게 하여 생산물의 량을 늘리는 것. 하지만 이는 수분이나 양분 스트레스를 받으면 후손을 남기기 위해 많은 자원을 열매에 할당하려는 식물의 성질 때문이지 고전압이기 때문은 아니다.
‘고전압은 뭉치고, 저전압은 흩어진다’ ‘앞에서 식물이 썩지 않는 이유가 압이 높아 세포막 안의 진액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바로 고전압의 성질을 대표한다.’ (p154) 이온 농도가 높은 것이 썩지 않는데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이온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사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죽은 작물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추측컨대 자연재배 작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세포벽이 두껍고 질소 함량이 현저히 적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 농산물은 때깔을 좋게 하기 위해 과다한 질소를 공급 받는다. 그리고 질소는 부패균이 아주 좋아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이 이후는 공상소설에 가깝다. ‘흥미로운 것은 색에도 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검은색은 무엇이든 끌어당길 만큼 압이 높다.’ (p157) 그래서 더운 지방은 신진대사가 빨라져 외부로 물질이 흩어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검다고 한다. 피부색은 자외선과 관계가 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또 이런 언급도 있다. ‘북극곰은 백색이며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p159) 몸이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전압이 된다는 설명이다. 내가 아는 한, 북극곰의 백색은 보호색이며 또한 사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먹이는 바다에서 주로 나므로 겨울이라고 먹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 지역에 보온을 할 만한 동굴이 그리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이게 전압 문제라고? 알콜도 저전압이라고 한다. 단순한 유기물질에 이온 축적이 왜 적용이 되는가? 아마도 저자는 사람이 알콜을 먹으면 몸이 약해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이것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식물은 크기가 작은, 이온 형태의 분자만을 섭취할 수 있으며 이 분자들로 다양한 유기화합물을 만든다. 반면 동물들은 거의 모든 양분을 이미 만들어진 것을 섭취해서 얻는다. 물론 미네랄도 필요하지만 다른 양분과 비교하자면 극소량이다. 그런데 이 요인으로 사람의 신체도 저전압, 고전압으로 말한다는 것은 그냥 은유일 뿐이다. 이 이후의 글은 노골적인 자기 농산물의 선전이므로 생략한다.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자연재배 식물은 생명력이 강하다. 즉, 자기조절능력이 뛰어나다. 높은 이온 축적비는 그러한 특성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자의 농산물이 나쁘다는 뜻을 결코 아니다. 나의 비판은 저자의 해석에 한정되어 있다. 부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분야를 과장된 말로 포장해서 자신의 상품을 팔아먹는 수많은 장사치 중의 한명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9. 자연농법에 대한 견해
자연농법에 대한 나의 정의는 이렇다.
‘어느 정도 독립된 순환생태계에 농민이 한 부분으로 참여하여 그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이득을 얻어내는 농법’
이를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자신이 농사를 지으려는 곳의 생태계를 복구, 변형해야 한다.
둘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인공물을 설치해야 하며, 가능하면 인공물의 크기나 위치가 변하지 않도록 한다. 이는 생태계 복원, 변형 전에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인공물들은 길, 펜스, 관수시설, 전기시설, 농막, 축사 등을 말한다.
순환생태계를 복구, 변형하려면 첫째, 주위에 관행농을 하는 곳이 없어야 한다. 그것으로 인한 악영향도 있지만, 사람들간의 마찰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식물과 환경에 대한 지식과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느 곳에 무엇을 심고 어떻게 관리할지 판단이 선다.
생태계 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만 언급하자면, 첫째, 기본적인 물질(탄소, 질소 등)들이 어떤 매개체들(미생물, 곤충, 식물, 가축)에 의해 합성, 분해되는 과정을 통하여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에 순환생태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땅이 좁거나, 외부로 넓게 개방되어 있어 물질의 유입과 유출이 조절하기 불가능할 만큼 과다하다면 하우스로 인위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단, 이 경우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배후지가 없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질의 유입과 유출에서 중요한 변수는 비와 바람, 그리고 식물에 의한 탄소고정, 미생물에 의한 질소고정이다.
둘째, 각각의 생태학적 지위들이 뚜렷하되 어느 정도 중첩이 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 것이 어떤 생태학적 지위를 가지는지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잠재적 지위를 가지는 것들도 존재하는데 당장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성급히 없애버리려 들 수도 있다. 이들은 어떤 외부의 충격으로 생태계가 흔들릴 경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중첩이 심하면 그만큼 사람의 이득이 작아질 수 있는 점도 또한 고려해야 한다.
(더 자세한 것은 유진 오덤의 ‘생태학’을 읽어볼 것.)
미생물에 의한 물질의 분해가 중요한데, 인간적인 관점에 따라 나누는 발효와 부패 중 발효가 되는 요건을 갖추는 것이 크게 강조되어야 한다. 어떤 수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생명들 간의 공생관계이며, 공진화한다. 식물이 잘 사는 곳은 공기와 토양에 좋은 균이 많으며 그 역도 또한 참이다. 인간의 개입은 그러한 상승효과를 빨리 내기 위한 것이다. (토양 개선을 위한 참나무 벌크 투입, 물길내기, 통풍을 위한 벌목 등)
어느 곳에 어떤 식물이 잘 자라는지는 순환생태계 복원의 과정에서 저절로 알게 된다. 즉, 어디에 무엇인가가 우점종이 되어 군락지를 이룬다. 한국식물의 2/3는 약용이거나 식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쓸모가 있다. 사람의 역할은 이들이 좀 더 건강하고 빠르게 군락지를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만, 다음의 식물은 없애는 것이 좋다. 칡, 환삼덩굴, 쑥, 뚝새풀, 쇠뜨기, 그 외 화본과와 사초과 식물들. 이들은 크게 쓸모 있는 것들도 아니고 그들의 생태적 지위를 대체할 다른 식물들도 많다. 또한 이들은 번식속도가 대단하며 다른 풀들을 잘 해친다. 나무 중에는 아카시아를 경계해야 한다. 소나무도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물질을 다량으로 내기 때문에 가능하면 없는 것이 좋다. 나무를 베고 경유를 바르면 물관을 타고 들어가 뿌리까지 죽일 수 있다.
그러나 당장에 무엇을 할 것이 아니라면 성급히 제거할 필요는 없다. 잡초도 제 나름의 역할이 있다. 가령 쇠뜨기는 규소성분이 가장 많은 식물이며 산성 땅에서 잘 자라는데, 땅 속 깊숙한 미네랄을 빨아올려 땅의 산도를 맞추어준다. 직접 식물을 심어서 토양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콩은 질소량을 늘려주며 보리는 땅 깊은 곳 양분을 표층으로 올리고 또한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이를 ‘뿌리가 땅을 갈아엎는다’고 말한다. 강아지풀과 같은 수염뿌리를 가진 풀들이 경운을 잘한다. 동물 중에는 단연 지렁이다. 아무튼 토양이 보슬보슬하고 (흔히 떼알구조라고 한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 곳부터 천천히 작업하라. 자연농은 기다림의 미학을 지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자연농법은 이윤을 추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건강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유통의 방법이 개선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통로도 조금씩 넓어져 가는 것 같다. 나중에는 식물을 혀와 코로 자주 판단하게 되는데 요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훌륭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발효음식은 ‘때깔 좋은 재료’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재료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다. (경험상 김치, 차, 효소, 식초는 대부분의 식물로 만들 수 있다.)
식물의 성질을 잘 이해하게 되면 어떤 군락지 근처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채소류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그런 것들을 조금 일구어 심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내 경험으로 갓, 냉이, 참나물, 잎우엉, 고들빼기 그리고 일부 허브류들은 기존의 군락지를 밀어내고 자신들이 그 지역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었다. 필요하다면 씨를 따로 받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남겨놓아도 주위에 많은 씨를 뿌려 다음 해에 다시 군락지를 이룬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취하되 나머지 부분들은 씨가 익었을 때 베어서 그 자리에 그대로 눕히면 된다. 이는 따로 밭을 만들어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연농법에 맞는 종자를 얻을 수 있다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연농법은 무비료를 천명하지만 그 곳에서 나는 식물을 먹는 가족의 배설물을 삭혀서 넣어주는 것은 좋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가족의 몸에 대한 정보가 토양을 통해 식물에 기입되고, 식물은 2차 대사물질을 만들 때 이 정보를 참조한다. 따라서 가족 맞춤형 작물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가장 흔히 하는 채소들, 특히 엽채류보다 열매 (고추, 토마토, 가지 따위)나 구근(고구마, 감자, 마늘 따위)를 하는 곳은 최초에는 땅을 갈아엎고 이랑을 만드는 것이 좋다. 햇빛이 잘 들고 물빠짐이 좋은 토양이면 된다. 큰 돌들은 들어내야겠지만 너무 작은 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돌이 오줌을 싼다’란 말이 있다. 실제로 돌에 붙은 토양은 점성이 다른 흙에 비해 강하다. 내 추측으로는 돌이 내는 미네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농사의 편의를 위해 평평하고 나무가 없는 곳이 좋다. 최초에는 갑바로 덮은 후 초봄까지 방치하여 풀을 죽이면 된다. 밭의 주위에 향이 강한 식물을 심으면 산짐승과 해충의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채소의 색깔이 더 좋아진다. 청소엽, 차즈기, 방아, 고수, 민트류, 초피나무를 추천한다. 이들은 그 자체로도 아주 유용한 식물들이다.
과수원의 경우 닭을 같이 키우면 좋다. 풀을 없애는 수고를 덜어주며 닭똥은 거름이 된다. 다만 풀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수만 키워야 한다. 닭이 너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사료나 음식찌꺼기를 먹여야 하며 잔여물은 닭똥과 함께 파리와 해로운 균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겨울부터 작물을 심기 전까지는 밭도 개방을 한다. 이는 잡초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조처이다. 자연농이 되는 토지는 풀이 잘나지도 않을뿐더러 나더라도 잘 뽑힌다고 하는데 아직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농사일의 80%는 풀과의 싸움임을 명심하자.
관행농은 말하자면 자연을 무시무시한 힘으로 윽박지르는 농법이다. 그래서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농법은 대단히 섬세한 것으로 ‘언덕 하나 돌면’ 전혀 다른 환경에 부딪힌다. 그래서 옛날에는 농사는 한자리에서 오래 지어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자연농을 하는 사람은 부지런해야 하지만 또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순환생태계의 완전한 일부가 될 때까지 식물을 공부하며 그들의 표정을 살피고 햇빛, 온도, 습도, 바람, 물흐름, 토양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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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랬만에 흔적을 보네...^^* 잘 지내지요?
지기형님 올만이네요 ^^. 거의 4년만에 긴 글 적어본다능... 아는 분 부탁으로 쓰게 되었는데, 기록 남기려고 이곳에다... ㅎㅎ
반갑습니다. 사촌형님 동네에서도 친환경 농법을 시행했는데 망했다고 하네요. 3~5년 땅의 몸살(?)을 겪고난 후 소출이 나오는건데 ... 당년의 소득이 무시할 수 없어서 포기했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