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6월 14일(수)*
▲전쟁영화 속 음악③
◾아! 한국전쟁
◀태극기 휘날리며 에필로그
*이동준 작곡
◼영화 삽입곡
◼서울 그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전선야곡
*영화 고지전 OST
◼영화 ost + 신세영
◀굳세어라 금순아
*영화 국제시장 ost
◼김필✕곽진언
◀님은 먼곳에
◼수애
◉6월 들판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친숙한 꽃이 개망초입니다.
억울한 이름과 달리
작고 예쁜 꽃을 매달고
약한 바람에도
가는 몸을 흔들어 댑니다.
잡초 우거진 공터나
들길, 숲 가장자리 등
자리를 가리지 않고
터를 잡습니다.
◉한 줌의 흙과
가끔 내려주는 빗물만 있으면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이런저런 잡초들과 달리
다른 농작물의 양분을
훔쳐 가지도 않습니다.
따가운 여름 햇살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들판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여서 군락을 이룬 곳은
마치 메밀밭이 펼쳐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 무리를 이룬 개망초꽃은
한밤중 달빛 아래
더욱 아름답고 처연합니다.
◉개망초는 국화과
두해살이 들꽃입니다.
달걀노른자 같은 중앙의
노란 관상화(冠狀花)를
혀 모양의 하얀 설상화(舌狀花)가
감싸고 있습니다.
때로는 분홍색의 설상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설상화는 암꽃이고,
관상화는 암술과 수술이 있는
짝 꽃입니다.
꽃이 계란 프라이 같다고 해서
계란꽃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원래는 북미 필라델피아가
고향입니다.
핑크 플리베인(Pink Flebane)이란
어감 좋은 이름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망초란 이름을
어디서 얻었을까?
구한말 일본이 철도를 부설하면서
망초 씨앗이 침목에 딸려 들어와
전국에 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라가 망하던 때라 이 꽃에
망초(亡草)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연약한 풀꽃이 나라가
망하게 만드는 데 무슨
역할을 했겠습니까?
오히려 나라를 망하게 만든
위정자들에게 붙여질 이름을
애꿎은 이 잡초에게
뒤집어씌웠습니다.
나중에 망초보다 더 예쁜 꽃이
나타나자 더욱 미워하며
보잘것없는 이름에 붙는
부정적인 접두사 ‘개’를 붙여서
개망초로 불렀습니다.
◉그런 이름으로 불릴 만큼
천대받을 식물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려
땅을 숨 쉬게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중금속까지 흡수하니
땅을 살려내는 구원 식물입니다.
농부들에게는 자신을 희생해
거름이 돼주기도 합니다.
식감이 부드러운 어린잎은
나물로도 인기 있습니다.
비타민 C 등의 성분이
블루베리의 두 배에 달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비봉(飛蓬)이란
이름의 약재로 독을 재거하고
소화를 돕는데 처방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흔하다고
천하게 여길 친구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름 속의 망은
망할 망(亡)이 아니라
우거질 망(莽)을 쓰고
앞의 접두사 개에는
개수를 헤아리는 개(介)나
열린다는 의미의 개(開)를
쓰는 사례에서 이 풀에 대한
사람들의 미안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땅에 들어 온 지
백 년이 넘는 귀화식물이자
탈출 잡초(Escape Weed)입니다.
비목이 서 있는 무덤가에도,
격전지에도, 현충원에도
해마다 6월이면 어김없이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핍니다.
그래서 전쟁터에서 산화한
이름 없는 병사를 다시 보듯이
이 꽃을 보게 됩니다.
이 꽃의 꽃말은 ‘화해’와
‘상생’입니다.
아직도 전쟁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이 꽃의
메시지인가 봅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음악감독 이동준과 다시 손잡고
2004년에 만들어 낸
전쟁영화의 걸작품입니다.
천만 이상의 관객동원과
형제로 출연한 두 미남배우
장동건, 원빈의 등장 등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유명해진 것이 바로
이동준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 들어간 에필로그는
아마 한국 영화 테마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으로
꼽아도 될 정도입니다.
◉뭉클하면서도 아련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잔잔한 선율은
6.25 참전 용사들의
심정을 적절하게 담았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참전용사들이 생각난다.’
‘슬프고 가슴이 미어진다.’
‘순국선열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등등
이 음악의 뒤에는 수천 개의
이런 댓글이 줄을 서 있습니다.
우선 음악을 듣습니다.
https://youtu.be/hvQCCGaLRV4
◉전쟁 중에 태어난 나보다
나이가 스무 살이나 많았던
큰형님께서는 6.25 전투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고
평생을 다리를 절며
불편한 삶을 살다 가셨습니다.
그래도 나라에 바친 불편을
항상 자랑스러워하며
지내시던 모습이
멋진 본보기로 남아 있습니다.
6.25 전쟁은 이렇게
모든 가족에게 크든 작든
아픔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가족의 아픈 사연이 흐릅니다.
영어 제목은 ‘TaeGukGi:
Brotherhood Of War’입니다.
그 제목대로 전쟁 속에서의
형제애를 다룬 영화입니다.
◉전쟁기념관에 있는
‘형제의 상’을 모티브로 삼아
한민족의 비극을 형제애에
빗대 은유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작품입니다.
제목만 보면 반공영화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전쟁에서 인간의 삶이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지 전쟁 중에 두 형제의
이야기를 펼쳐가는
스토리 전개가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아 비판적인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동준의 음악은 그런 지적을
상쇄시킬 만큼 이 영화의
평가를 높여줬습니다.
이 영화의 ‘에필로그’는 이후
현충일이나 국가적인 비극때
자주 등장하는 음악이 됐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다시 들어보는 ‘에필로그’입니다.
서훈이 지휘하는
서울 그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입니다.
https://youtu.be/uoypZLxDZIg
◉2011년 영화 ‘고지전’은
휴전을 앞두고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남북 간의 치열한 전투를
그린 영화입니다.
6.25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철원의 395 백마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한 영화지만
여러 고지전 사례를 섞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에녹(AEROK) 고지는 한국전쟁을
상징하는 가상의 고지입니다.
스펠을 뒤집으면 Korea가 됩니다.
치열한 전투와 심리를 묘사한
이 영화에 대해 감독도
전쟁이 아닌 전장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남과 북의 병사들이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며 부르는
‘전선야곡’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노래를
국군의 악어부대와 북쪽의
인민군에게 알려준 사람은
바로 소년병인 남성식 이병입니다.
배우 이다윗이 연기한
이 소년병은 북한의 여성 저격수
‘2초’에게 잔인하게 살해됩니다.
◉이 소년병이 남긴 ‘전선야곡’을
국군과 인민군이 안개 속에서
다 함께 읊조리며
최후의 전투를 기다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아이러니와 허무함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실제 노래는 포레스텔라의
조민규가 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조민규가 불렀다면
이 영화 제작 당시
서울대 음대에 재학 중이었던
조민규가 어떻게 이 노래를
더빙하게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조민규가 불렀다면
성악적 발성을 빼고
잘 부르지도 못 부르지도
않은 노래로 영화에 맞게
적절하게 소화했다고
평가받을 만합니다;
원곡은 전쟁 중인 1951년
유호 작사에 박시춘 작곡으로
신세영이 불렀던 노래로
병사들이 군가 이상으로
많이 불렀습니다.
영화 속 노래와 신세영의 노래를
‘고지전’ 화면과 함께 만나봅니다.
https://youtu.be/8mqAWQIVHiQ
◉7월 27일 오전 10시
정전협정이 체결됩니다.
그로부터 12시간 후인
그날 밤 10시에 협정의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지휘관은 당부합니다.
12시간만 버텨서 살아서
집에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12시간 뒤
살아남은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고지는 남한 땅이 됐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희생이 너무나 컸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전쟁영화는 아닙니다.
6.25 전쟁부터
대한민국 격변기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도입부에
6.25 전쟁에서 빠뜨릴 수 없는
흥남 철수 작전이 등장합니다.
이때 10만여 명의 피난민들이
미군 화물선을 타고
피난길에 오릅니다.
◉영화의 주인공 덕수는
그 과정에서
여동생과 생이별합니다.
그리고 부산으로 내려와
국제시장에서 장사치로 살아가면서
여동생을 그리며
살아 있기를 기원합니다.
바로 1953년에 나온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의 내용과
거의 같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봐도 됩니다.
◉이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는
실향민들의 국민가요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문인지 무려 천4백만 명
이상이 이영화를 봤습니다.
역대 흥행 순위 4위입니다.
영화에서 ‘굳세어라 금순아’는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로 등장합니다.
현대적 감각으로 리메이크해
삽입했습니다.
김필과 곽진언이 젊은 감각으로
편곡해 부르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영화 ‘국제시장’ 화면과 함께
만나봅니다.
https://youtu.be/Vc7Y09Nn_hU
◉한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은
명암이 엇갈립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큰 희생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참전은
한국의 기본 판을 바꿔놓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에너지가 여기서 나왔고
참전 몇 년 만에
한국은 일약 공업 국가로
위상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특수가 경제성장의
바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베트남의 전쟁터는
위험한 곳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반대급부가 있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주인공이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에 기술자로 파견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영화 ‘님은 먼 곳에’는
베트남 전쟁터로 남편을
찾아나선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금까지 통상의 전쟁영화와
결이 다릅니다.
◉2008년에 만들어진
1971년 베트남 이야기입니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특이합니다.
그 역을 수애가 맡았습니다.
제목은 한해 전인 1970년에 나온
김추자의 노래 ‘님은 먼곳에’에서
가져왔습니다.
남편에게서 버림받고
시집에서 쫓겨난 여주인공은
남편이 베트남 전쟁에
자원해갔다는 것을 알고
남편을 찾아 전쟁터로 떠납니다.
위문공연잔 보컬로 참여해
써니라는 아름을 달았습니다.
◉다른 위문공연단의 멤버들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지만
수애는 돈을 벌기 위해서도
남편을 사랑해서도 아닙니다.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성장을 위해
전쟁터로 떠났습니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은
이영화를 페미니티(여성성)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_
여러 어려운 과정을 겪은 뒤
결국 남편을 만나 당당한
자신을 모습을 보여 줍니다.
대종상과 청룡상은 수애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줬습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
‘님은 먼곳에’를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만나봅니다.
https://youtu.be/ICfXh4D5Jys
◉세 번에 걸쳐
전쟁영화와 그 속에 담긴
음악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전쟁영화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그 영화들이 고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쟁이 없는 시대는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가
바로 전쟁의 역사라는 말도
과장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전쟁을 일으키려는 시도만큼
그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는
노력도 언제나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공멸의 무기인 핵을
위협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집단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평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그만큼 더 힘들어지는
오늘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