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계속해서 40도입니다.
여름에 이탈리아에 오지 말라고 한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 미친 날씨에 여행한다고 버스 타고 걸어다니는 우리도 정상은 아닌 것 같죠?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땀 흘려가며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노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습도 차이가 있지만, 서울에 있을 때는 37도씩 올라가는 대구 같은 곳은 살만한 곳이 못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에서 며칠 돌아다녀 보니까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교황청 구경을 나섰습니다.
버스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깃발부대가 우리와는 반대로 가네요.
여행지에서 긴가민가할 때 깃발부대만 한 게 없지요.
교황청의 드넓은 산 피에트로 광장을 마주했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1시간 정도는 불평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12사제 상도, 광장의 오벨리스크도, 광장을 에워싸고 있는 이름모를 상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더위를 덥다하지 못하고, 긴 줄을 길다 하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이 서 있는 줄도 외곽을 둥그렇게 둘러싸는 듯하여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때마다 광장의 모습이 계속 변하는 효과를 주고 있었습니다.
광장은 수많은 'skip'의 유혹을 가볍게 극복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드디어 교황청 건물 안에 들어섰습니다.
일단 그 시원함에 반했습니다.
우와~ 시원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안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할 줄 알았는데 허용이 돼서 더욱 좋았습니다.
역대 교황들을 기념하고 성경을 표현하는 수많은 조각상들과 천장화들이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고 압도합니다.
떠나고 싶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 떠밀려서,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멋진 모습을 담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나름 배려에 뷰포인트를 떠날 때마다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아마도 제가 손오공이었다면 여기저기 분신들을 남기고 오느라 대머리가 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너무 좋은 구경을 하게 되면 보는 내내 힘든 줄 모르다가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한순간에 피곤함이 몰려오잖아요.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다리가 아파 옵니다.
날 더운 줄 잊고 있다가 다시 한증막으로 들어서니 한 걸음을 떼기가 힘들지만 테르미니역의 맛집을 찾아 걸음을 옮겼습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가 이제야 눈을 떴습니다.
오늘은 렌터를 해서 나폴리로 갑니다.
따뜻한 남쪽나라인데 괜찮을라나요? ~^.^~
♥소와 가죽신♥
어떤 산길, 농부가 큰 소를 끌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농부의 뒤로 수상한 남자 두 명이 보였다.
두 명의 남자는 소매치기였습니다.
한 소매치기가 옆의 소매치기에게 말했다.
''조금 기다려 봐, 내가 저 소를 빼앗아 오겠네.''
''자네가 아무리 소매치기의 달인이라고는 하지만 물건이 좀 크지 않나?''
''두고 보면 알게 돼...''
한 소매치기가 농부가 가는 길 앞에 잽싸게 앞질러 가서 새 가죽신 한 짝을 그가 발견하기 쉽게 놓아두었다.
농부는 산길을 계속 걸어가다가 새 가죽신 한 짝을 발견하고 손에 집어 들었다.
''안타깝다. 한 짝만 있으면 아무 소용도 없는데...''
농부는 아쉬워하면서 가죽신을 내버려두고 계속 소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 모퉁이를 돌자 조금 전에 보았던 새 가죽신의 나머지 한 짝이 있었다.
''이런 횡재가 있나! 깊은 산속을 지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아직 그 가죽신이 그대로 있겠지?''
농부는 하늘에 감사를 드리며 옆에 있는 나무에 소를 엉성하게 묶어 두고는 서둘러 왔던 길을 돌아갔다.
예상대로 가죽신은 그곳에 있었다.
농부는 멀쩡한 새 가죽신 한 켤레가 생겼다고 좋아하며 소를 묶어 둔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소는 이미 소매치기가 가져가고 없었다.
세상의 유혹에 흔들려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진 않으십니까?
기억하세요.
가장 소중한 것은 이미 당신이 가지고 있답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인터넷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