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개여고(傾蓋如故)
수레를 멈추어 양산을 기울인다는 뜻으로, 한번 만나보고 친해진다는 말로 잠시 만났어도 구면처럼 친함을 이르는 말이다.
傾 : 기울 경
蓋 : 덮을 개
如 : 같을 여
故 : 연고 고
(유의어)
경개여구(傾蓋如舊)
(상대어)
백두여신(白頭如新)
경개(傾蓋)는 수레를 멈추고 덮개를 기울인다는 뜻이고, 여구(如舊)는 오랫동안 사귄 친구와 같다는 의미이다. 길을 가는 도중에 만나 서로 수레의 덮개를 거두고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짧은 만남이지만 마음이 통하면 오래된 친구와 같다는 뜻입니다.
전한(前漢) 초기 사람 추양(鄒陽)은 임치(臨淄) 사람으로 문변(文辨)으로 명성을 얻었다. 경제(景帝) 때 오왕(吳王) 유비(劉濞) 문하에서 활동하면서, 오왕에게 한(漢)나라에 모반하지 말 것을 상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중에 양효왕(梁孝王)에게 투항해 문객이 되었다. 양승(羊勝) 등의 참소로 투옥되었는데, 간곡한 상소문을 올려 석방되었다. 그 글이 바로 옥중상양왕서(獄中上梁王書)다. 양왕(梁王)의 상객(上客)이 되었다.
乃從獄中上書曰, 臣聞忠無不報, 信不見疑.
내종옥중상서왈, 신문충무불보, 신불견의.
옥중에서 양나라의 왕에게 상서를 올렸다. “충성은 보답을 받지 못함이 없고 믿음은 의심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昔者荊軻慕燕丹之義, 白虹貫日, 太子畏之.
석자형가모연단지의, 백홍관일, 태자외지.
옛날 형가(荊軻)는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의협심을 존경했지만 흰 무지개가 태양을 뚫고 침범하자 태자가 (형가를) 두려워했습니다.
(…)
今臣盡忠竭誠, 畢議願知. 左右不明, 卒從吏訊, 爲世所疑.
금신진충갈성, 필의원지. 좌우불명, 졸종리신, 위세소의.
지금 신은 충성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대왕께서 알아주시기를 바랐으나 대왕의 좌우가 밝지 못해 오히려 옥리에게 심문을 당하고 세상의 의심을 받게 되어 버렸습니다.
(…)
昔卞和獻寶, 楚王刖之. 李斯竭忠, 胡亥極刑.
석변화헌보, 초왕월지. 이사갈충, 호해극형.
옛날 변화(卞和)는 보옥의 원석을 초왕에게 바쳤지만 초왕은 오히려 변화를 월형에 처했으며(▶화씨지벽 참조), 이사(李斯)는 충성을 다했지만 2세 황제 호해(胡亥)는 그를 극형에 처했습니다.
(…)
諺曰, 有白頭如新, 傾蓋如故. 何則. 知與不知也.
언왈, 유백두여신, 경개여고. 하즉. 지여부지야.
속담에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 오랫동안 교제하더라도 마음이 안 통하면 새로 사귄 사람과 같고, 첫 만남이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것과 같기도 하다.’고 했는데, 이는 왜입니까? 바로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의 차이 때문입니다.
(…)
양나라 왕은 이 글을 읽고 감동하여 그를 석방했을 뿐만 아니라, 상객으로 맞이해 후히 대접했다. 이 이야기는 사기(史記)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 나온다.
전국시대(戰國時代)는 벼락출세의 시대였다. 병법이나 부국강병책 또는 외교술에 대한 탁월한 비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국적은 물론 신분을 따지지 않고 중용하는 제후들이 각지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탁월한 병법술과 부국강병책으로 초(楚)나라의 재상이 된 오기(吳起; 오자), 합종책으로 여섯 나라의 재상이 된 소진(蘇秦), 연횡책으로 진(秦)나라의 재상이 된 장의(張儀) 등이 그런 인물들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탁월한 재주와 능력을 바탕삼아 한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과 함께 커다란 명성과 부(富)를 얻었다. 이렇듯 전국시대에는 비범한 재주와 능력을 쌓고 난 후 제후들을 찾아 유세(遊說)하여 크게 출세하기를 바라는 유형의 인간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비록 소수였으나 권력과 부(富)가 아닌 다른 길을 좇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권력과 부를 낮게 보고 명예와 의(義)를 높이 여겼다. 이러한 삶을 산 대표적인 사람들은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굴원(屈原), 제(齊)나라의 노중련(魯仲連)과 추양(鄒陽)이다.
굴원은 초(楚)나라에 충성을 다했으나 자신의 뜻을 이루기 어렵게 되자 멱라수에 몸을 던져 죽은 충의지사(忠義志士)였고, 노중련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여겨 그들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 청빈한 삶을 산 선비였다.
추양(鄒陽)은 제(齊)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일찍부터 양(梁)나라를 떠돌아 다녔다. 추양이 양나라 효왕의 문객(門客)으로 지내던 때, 그를 시샘한 양승이란 자의 무리들이 효왕에게 참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화가 난 효왕이 추양을 옥리에게 넘겨 죽이려 하자, 추양은 효왕에게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추양은 고금의 충신과 간신, 어리석은 군주와 현명한 군주의 행동을 비교하여 참된 의로움을 추구하는 선비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함을 당당하게 주장함으로써, 자신을 죽이려는 효왕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추양은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는 커녕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던 것이다. 효왕은 추양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 그를 살려주는 한편 상객(上客)으로 모셨다고 한다.
동의어의 경개여구(傾蓋如舊)는 공자가어(孔子家語) 치사(致思)에 나오는 이 말은 잠시 만나도 옛 친구처럼 친하다는 뜻으로, 공자가 길을 가다가 정자(程子)를 만나 수레의 양산(일산; 日傘)을 기울이고 이야기하며 친해졌다는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즉, 길을 가다가 만나 서로 잠깐 이야기하는 정도의 교분(交分)이지만, 서로 마음이 맞아 옛날부터 사귄 사이처럼 친한 것을 뜻합니다.
▶ 傾(경)은 형성문자로 頃(경)이 본자(本字), 倾(경)은 간자(簡字), 顷(경)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머리를 기울이다의 뜻을 가지는 頃(경; 즈음, 기울어지다)으로 이루어져, 頃(경)과 구별하여 특히 기울어지다의 뜻으로 쓰인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울 측(仄), 기울 왜(歪)이다. 용례로는 마음이나 형세가 어느 한쪽으로 향하여 기울어짐을 경향(傾向), 비스듬히 기울어짐을 경사(傾斜), 주의를 기울여 열심히 들음을 경청(傾聽), 기울어진 각도를 경도(傾度), 늙어서 앞으로 살날이 적음을 경명(傾命), 을 기울임을 경건(傾虔), 성품이 비뚤어지고 교활함을 경교(傾狡), 한 나라를 기울어지게 한다는 경국(傾國), 한 성을 기울어 뜨릴 만한 미색을 경성지미(傾城之美), 경개는 수레를 멈추어 깁양산을 기울인다는 경개여구(傾蓋如舊), 광주리를 기울이고 상자를 엎는다는 경광도협(傾筐倒篋), 창고에 쌓아 두었던 쌀을 전부 내놓는다는 경균도름(傾囷倒廩),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경국지색(傾國之色) 등에 쓰인다.
▶ 蓋(개)는 형성문자로 盖(개)는 통자(通字), 盖(개)는 간자(簡字), 乢(개), 葢(개)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덮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盍(합; 그릇에 뚜껑을 덮는다는 뜻, 개)로 이루어졌다. 풀로 덮어 씌우다의 뜻이, 전(轉)하여 덮개의 뜻으로 쓰인다. 蓋(개)는 위에 초두머리를 얹어 풀잎이나 지푸라기 따위로 덮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사로 쓰일 때는 수레 따위의 덮개가 되고, 햇빛을 가리는 일산(日傘)이나 비를 피하는 우산(雨傘)으로도 쓰이고 나중에는 뜻이 전주(轉注)되어 대개(大蓋)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대개는 큰 덮개라는 뜻인데 이렇게 큰 덮개 아래에서는 사소한 것들은 논할 가치가 없다는 말입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덮을 멱(冪), 덮을 폐(蔽)이다. 용례로는 열매가 완전히 익은 뒤에 터지는 열매를 개과(蓋果), 떨치는 힘이 세상을 뒤엎음을 개세(蓋世), 확실하지 못하나 그럴 것 같은 모양을 개연(蓋然), 전각의 바닥에 까는 벽돌을 개벽(蓋甓), 덮개를 덮음을 개복(蓋覆), 기와로 지붕을 이음을 개와(蓋瓦), 위를 지붕처럼 덮은 차를 개차(蓋車), 이엉으로 지붕을 이음을 개초(蓋草), 관 뚜껑을 덮고 일을 정한다는 개관사정(蓋棺事定), 기상이나 위력이 세상을 뒤엎을 만큼 큰 영웅을 개세영웅(蓋世英雄), 세상을 마음대로 다스릴 만한 뛰어난 재기를 개세지재(蓋世之才), 세상을 뒤덮을 만한 뛰어난 풍채를 개세지풍(蓋世之風), 하늘과 땅을 덮어 가린다는 개천개지(蓋天蓋地) 등에 쓰인다.
▶ 如(여)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계집 녀(女; 여자)部와 말을 뜻하는 口(구)로 이루어졌다. 여자가 남의 말에 잘 따른다는 뜻이 전(轉)하여 같다의 뜻으로, 또 음(音)을 빌어 若(약)과 같이 어조사로 쓰인다. 如(여)는 법의 실상이란 뜻으로 같다, 같게 하다, 어떠하다, 미치다, 닿다, 좇다, 따르다, 가다, 이르다, 당연히 ~하여야 한다, 맞서다, 대항하다, 비슷하다, 어찌, 가령, 만일, 마땅히, 곧, 이것이, ~과, ~와 함께, 보다, ~보다 더, 이에, 그래서, 말을 잇다(=而) 등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지금 또는 현재를 여금(如今), 위와 같음을 여상(如上), 한결같게를 여일(如一), 어떤 대상이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보통의 뜻으로 쓰는 여천(如千),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 또는 어떠한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벤 듯이 아픔을 여할(如割), 얼마 되지 아니함을 여간(如干), 한결같음을 여상(如常), 사실과 꼭 같음을 여실(如實), 변함이 없음을 여여(如如), 오른쪽에 쓰인 내용과 같음을 여우(如右), 왼쪽에 적힌 내용과 같음을 여좌(如左), 모든 일의 실답지 않음이 환영과 같음을 여환(如幻)일이 뜻대로 됨을 여의(如意), 옛날과 같음을 여구(如舊), 이러함을 여사(如斯), 이렇게 또는 이와 같음을 여시(如是), 옥같이 깨끗함을 여옥(如玉), 이와 같음 또는 이렇게를 여차(如此), 저와 같음을 여허(如許),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여혹(如或), 시키는 대로 실행되지 못할까 하여 마음을 죄며 두려워함을 여공불급(如恐不及), 비록 적은 것일지라도 천금을 얻은 것과 같이 흡족하게 여김을 여득만금(如得萬金), 천금을 얻은 것 같다는 여득천금(如得千金),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여리박빙(如履薄氷),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여원여소(如怨如訴), 한 판에 찍어 낸 듯이 조금도 서로 다름이 없다는 여인일판(如印一板),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몹시 불안하다는 여좌침석(如坐針席) 등에 쓰인다.
▶ 故(고)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古(고; 오래 되다)로 이루어졌다. 옛날로부터의 습관에 따라 일을 함을 나타낸다. 古(고)와 마찬가지로 오래 되었다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故(고)는 옛날의, 이미 옛 사람이 된,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 된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연고, 사유, 까닭, 이유, 도리, 사리, 친숙한 벗, 잘 아는 교우, 관례, 관습, 선례, 사건, 고의로 한 일, 일부러 한 일, 예, 이미 지나간 때, 옛날, 옛일, 원래, 본래, 죽은 사람, 나이 많은 사람, 거짓, 꾸민 계획, 끝, 훈고, 주해, 고로, 까닭에, 그러므로, 일부러, 반드시, 참으로, 확실히, 처음부터, 옛날부터, 옛, 예전의, 옛날의, 일부러, 짐짓, 고의로, 써, 오래되다, 죽다, 시키다, 하게 하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용례로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유서 깊은 일을 고사(故事), 오래도록 사귄 벗을 고우(故友),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옛 집을 고거(故居), 사고로 말미암아 잃음을 고실(故失), 일부러나 억지로 하려는 뜻을 고의(故意), 전에 살던 땅을 고지(故址), 옛날 모습을 고태(故態), 고토의 폐허를 고허(故墟), 인습에 젖은 늙은이를 고로(故老), 도둑이 훔쳐 낸 물건인 줄 알면서 사는 것을 고매(故買), 고의로 저지른 죄를 고범(故犯),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고살(故殺), 옛날부터 내려오는 습관을 고습(故習), 일부러 어김을 고위(故違),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고투(故鬪),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을 고향(故鄕), 옛날 있었던 일에서 만들어진 어구를 고사성어(故事成語),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사물에 관한 유래나 역사를 고사내력(故事來歷), 일부러 말썽이 될 일을 일으킴을 고심사단(故尋事端), 미리 뜻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 일을 고의주의(故意注意), 사귄 지 오랜 친구의 자식을 고인지자(故人之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