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집중 교섭에 들어갔다. 합의점 도출 유무를 떠나 이런 자세 자체가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노조가 후임 노조 집행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해 다행이다. 세계 경제를 살피면 무엇 하나 현대차에 호락호락한 게 없다. 그나마 잘 나가던 미국 시장 경기도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28일부터 시행되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 어떤 부품소재가 현대차 생산에 걸림돌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강성 노조가 들어선 지난 2012년 이후 7년째 파업을 이어왔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까지 현대차는 생산차질 43만대에 9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는 또 노사가 사상 처음 해를 넘기는 진통 끝에 임단협을 타결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24차례나 파업했고 그 여파로 차량 7만7천여 대에 1조 6천여억 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국외 사정은 이보다 더 가파르다. 지난 7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차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얼러댔다. 마침 한국차는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 다행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언제 어떤 변덕을 부릴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관세율 2.5%에서 연간 85만대 가량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차가 2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면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해 진다. 지금보다 10배의 관세를 더 물면서 미국 자동차 `빅 3`와 겨룰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술력이나 생산성이 해외 경쟁업체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승용차 1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8시간이다. 반면 중국에선 18시간 만에 한 대가 생산된다.
그럼에도 중국 충칭 현대차 직원들이 한 달에 받는 금여는 94만원 정도다. 현대차와 같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은 지난해 6월까지 주ㆍ야간 2교대제로 하루 10시간 씩 일해 평균 연봉 6만4천200달러(한화 약 7천300만원)를 받았다.
반면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는 이와 비슷한 시간동안 9천 600여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은 31.3시간인 반면에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14.6시간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차는 그런 언덕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당장 일제 소재 부품 한두 개 때문에 미래 친환경 자동차 개발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다. 그래서 수출규제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과 수직관계에 있길 바랐는데 현대차가 오히려 치고 나가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빌 언덕이 있을 때 다시 비비며 다투더라도 지금은 노사가 국가 전체 상황을 면밀히 살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