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이제 3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처럼 세계인들의 관심을 쏠리게 하는 이벤트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미국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면모가 너무도 독특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트럼프라는 아주 독특한 인물이 내건 공약으로 인한 전세계의 불안감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선후보들은 이런 저런 구설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한쪽은 나이가 너무도 많아 고령리스크로 상대방 후보측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다른 한쪽은 이런 저런 불법행위로 인한 기소를 당한 상태였기에 사법 리스크에 목을 매고 있었습니다. 미국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누구를 더 선호하느냐가 아니고 누구를 덜 증오하느냐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트럼프 후보가 피습을 받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순식간에 지지도가 수직상승합니다. 이제 사면초가에 놓인 바이든 후보는 마지못해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그리고 등장한 해리스후보는 두 후보에 비해 나이로도 스캔들 측면에서도 젊음과 합법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됩니다. 그야말로 주전이 아닌 후보급 선수로 평가받은 선수가 갑자기 주전을 뛰어넘는 대단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나대던 트럼프 후보측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트럼프후보는 그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험담과 욕설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트럼프후보는 스스로 깜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해리스후보가 생각보다 유권자들의 호평을 받자 느긋하던 행동이 급변하면서 그의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 버립니다. 그의 런닝메이트인 인사도 이런 저런 험담을 언급하다 도리어 역풍을 맞는 상황이 됐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급기야 해리스후보의 과거 연애사까지 꺼내들었지만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스캔들이라면 트럼프후보를 누가 능가할 수 있습니까. 상대 후보를 폄하하려다가 오히려 당신 자신은 연애사에서 얼마나 자유로운데 하는 질타를 받는 분위기입니다. 해리스 후보가 등장한 뒤 3주동안 내놓은 트럼프후보 전략은 부메랑이 되어 트럼프 후보쪽으로 역풍이 되어 되돌아 가는 양상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지금 미국 민주당내에서 대단한 호응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였을 때 사퇴할 것을 종용한 인사들도 해리스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가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8월 19~2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의 전현직 대통령이 대거 참석할 예정입니다. 트럼프와 2016년에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물론 100세 생일을 앞두고 건강 문제로 참석할 수 없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대신해 그의 손자도 연단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전당대회때 공화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은 물론 당내 핵심 인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사실상 나홀로 대관식을 거행했던 트럼프 후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기입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었을 때 그를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펜스 전 부통령, 그리고 공화당 핵심 거물들이 거의 모두 불참한 것은 트럼프후보의 독선에 등을 돌렸거나 그의 럭비공같은 성격때문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리스 후보가 정식으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정해지는 전당대회에 사실상 민주당 출신 중요인사와 현 민주당 핵심인물들이 거의 모두 빠짐없이 참석하겠다는 데는 상당한 이유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 시절 행한 일들입니다. 진보와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떠나서 트럼프후보는 너무도 파격적이고 격이 맞지 않는 행동을 연속했습니다. 미국의 포용력이라던 동맹국들과의 화해와 우의마저 돈으로 해결하려는 그의 졸부적인 태도는 미국 민주당 측 인사들뿐 아니라 공화당측 인물들에게도 상당한 상처를 준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1776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룰 때 만들어졌던 건국이념이 통채로 거부당하는 그런 상황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오로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강대한 나라가 최강국이라는 그런 요상한 개념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에 설파했던 것입니다. 지구 환경을 위해 탄소가스 배출을 회기적으로 줄여나가자는 파리 기후협약에서 미국이 앞장서 탈퇴하는가 하면 훼손된 지구를 되살리자는 운동을 하는 스웨덴의 어린 소녀 툰베리에게 야유를 하다 욕을 먹는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미국의 정치 사회 지도자들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을 금치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거칠게 대항해 오던 중국에게 무역전쟁으로 보복을 해주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지지층도 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미국이 2백년이상 지켜온 그 자존심을 특정인이 등장해 사정없이 허물어뜨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였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역사상 아니 전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유래가 없는 선거 불복종으로 국회의사당을 무력으로 점령한 것입니다. 미국의 법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그 정신이 국회의사당을 불법 점거한 폭도들 발아래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광경을 지켜본 생각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없이 착찹했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 민주당 인사들이 느끼는 그 자괴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런 저런 방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표현을 했지만 그냥 무시당하고 개는 짖어라 기차는 달린다는 태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관했습니다. 그런 트럼프 후보가 이번 대선에 또 등장해 미국의 사법 체계를 비웃고 무법천지를 연상시키는 행동으로 일관하는 자세를 보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 또 다시 트럼프의 재집권이 이뤄질 경우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미국 민주당 인사들은 정말 심각하게 받아드렸을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들은 뭉치는 것입니다. 미국의 자존심을 되살릴 마지막 기회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미국 대선이 어떻게 결말지어질 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무척 힘듭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 인사들 그리고 한때 미국의 정책을 세우고 미국을 위해 일했던 전직 대통령과 그와 관련된 인사들은 판단한 것입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을 통해 새롭게 미 대선후보로 지정될 해리스후보에게 전적인 지지를 표하고 그녀가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미국의 미래와 미국의 자존심을 위해서 말입니다.
2024년 8월 1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